전후맥락
『여전사』는 막신 홍 킹스턴의 자전적 소설로 중국인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차이나타운에서 세탁소를 하며 생활했던 가족과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총 5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첫 장은 “이름없는 여인”이다. 이 장에서는 사춘기가 된 딸들에게 어머니가 들려주신 중국에서 살던 시절의 집안 이야기다. 아버지에게는 어린 누이가 있었고 나이가 차서 이웃 마을로 시집을 갔다. 결혼한지 얼마 안 있어 남편이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에 노동자로 취직해 떠났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 등 많은 아이아인들이 배고프고 가난한 농촌 고향을 떠나 꿈을 안고 하와이로 떠났었다. 남편이 떠난지 한두해가 지나고 그 고모가 임신을 했다. 서로 끈끈히 연결되어 있던 작은 농촌마을에서 남편없이 임신한 젊은 새댁의 처신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문란한 일은 신의 노여움을 사 흉년이 들거나 전염병과 같은 재앙을 내릴 것이라 두려워하기도 했다. 온 마을의 수근거림과 손가락질을 받으며 고모가 어렵게 아이를 낳았던 밤에,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마을 사람들이 쳐들어와 집안의 기물들을 부수고 난리를 하고 떠났다. 다음날 아침 엉망이 된 집을 정리하러 나온 식구들은 우물에서 갓난 아기와 함께 몸을 던진 고모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후 그 고모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금기가 되었고, 그녀는 잊혀졌다는 슬픈 이야기였다.
중국의 전통적인 남존여비 사상과 미신이 깊이 뿌리박힌 차이나 타운과 집에서의 생활은 미국학교에서 마주하는 전혀 다른 세상과 대립했고 어린 킹스턴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자신은 누구인가? 아이를 안고 죽어야만 했던 고모와 같이 결혼하면 남편에게 순종하고 묵묵히 일만하는 노예처럼 살아야하는가? 이웃 중국인들과 집에 오는 친적들은 하나같이 여자아이는 “구더기”처럼 밥만 축내는 존재로 키워봐야 결국 남의 집 식구가 될 것이다. 그러니 밥먹이고 돈써서 키워봤자 낭비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 와중에 킹스턴에게 새로운 꿈을 꾸고 희망을 갖게 해준 이야기가 있었다. 어느날 신선과 같은 노인에게서 특별한 무술을 배워 마을을 구하고, 아버지 대신 전쟁에 나가 큰 공을 세우고 돌아온 중국 전설 속 “파뮬란”의 이야기였다. 뮬란 이야기는 『여전사』의 두 번째 장 “백호”(White Tigers)에 등장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킹스턴은 뮬란의 이야기를 일인칭 ‘나, 뮬란의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 속 뮬란은 아기를 낳고 더 용감하게 전투에 임한다. 출산과 육아가 그녀의 삶을 노예처럼 구속하지 않는 강인한 여성으로, 그래서 아기와 함께 죽어 이름조차 지워진 고모와는 전혀 다른 중국 여성으로 그려진다. 다음의 고전 본문은 죽은 고모의 이야기를 들은 후 저자가 생각하는 부분에서 이어진다.
고전본문
바람을 피운다는 것은 사치이다. 병아리를 직접 부화시켜 자신이 키운 닭의 배아와 머리를 별미로 먹고, 닭발을 식초에 삶아 잔치 음식으로 먹고, 모래찌꺼기만 남기고 내장까지 먹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방탕한 여자를 낳을 수 있을까? 배고팠던 시절에 여성으로 사는 것, 딸을 낳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낭비였다. 고모가 섹스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만큼 흔치 않은 로맨티스트였을 리는 없었다. 옛 중국의 여성들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없었다. 아마도 어떤 남자가 그녀에게 그와 함께 자자고 그의 은밀한 정부가 되라고 강요했을 것이다. 그 남자는 그녀의 가족(즉 우리 아버지의 가족)을 습격한 밤에 함께 가면을 쓰고 그자리에 있었을까?
“고모가 있었다는 건 아무에게도 말하지마라. 네 아버지는 고모의 이름을 듣고 싶어하지 않아. 그녀는 태어나지도 않은 거야.”
[…]
이 이야기를 들은 후 20년 동안 나는 자세한 내용을 묻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고모의 이름도 모른다. 죽은 자를 위로 할 수있는 사람들은 또한 조상을 쫓아다니며 더 큰 상처를 주는 역조상 숭배를 하기도 한다. 진짜 처벌은 마을 사람들이 신속하게 가한 급습이 아니라 가족들이 고의적으로 그녀를 잊은 것이다. 그녀의 배신에 화가 난 가족들은 그녀가 죽은 후에도 영원히 고통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배고프고 항상 곤궁한 그녀는 다른 귀신들에게 음식을 구걸하고, 살아있는 후손이 선물을 바치는 사람들에게서 음식과 필요한 물건을 뺐고 훔쳐야 했을 것이다.
[…]
중국 소녀들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커서 아내나 노예로만 산다면 망한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는 여자 영웅, 여자검객이 될 수 있었다. 여자검객은 중국을 다 돌아 다니더라도 가족을 해치는 자에게 복수를 행했다. 어쩌면 여성이 한때 너무나 위험한 존재여서 전족을 하게되었는 지도 모른다.
[…]
내 미국 생활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전부 A학점 받았어요, 엄마.”
“마을을 구한 한 소녀의 진짜 얘기를 해줄게요.”
나는 내 마을이 어떤 곳인지 몰랐다. 내가 대단하고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으로 돌아갈 때 부모님이 나를 팔아넘길 거라고 생각했다. 중국에는 음식을 먹어치우고 떼쓰는 어린 여자아이들을 처리하는 방법이 있었다. 전부 A 학점을 받아도, 그건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부모님이나 동네 이민자들이 “계집애들한테 밥 주는 건 소새한테 밥 주는 거야”라고 말할 때면 나는 드러누워 발버둥치며 말이 않나올 만큼 소리를 질렀다.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쟤 왜 저래?”
“모르겠어요. 버릇이 없네요. 여자애들이 어떤지 알잖아요.” “계집애는 키워야 소용 없어. 계집애를 키우느니 기러기를 키우는 게 낫지.”
[…]
나는 60년대에 버클리 대학에 진학해 공부를 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행진도 했지만 남자가 되지는 못했다. 남자가 되어 돌아와서 부모님이 닭과 돼지를 잡아 환영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건 베트남에서 살아 돌아온 남자 형제를 위한 것이었다. 내가 베트남에 가면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했다. 여자들은 가족을 버린다고. “여자들은 밖으로 돌게 마련이다”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렇게 보면 나는 우리 가족이 아니라 미래의 남편의 가족을 위해 A학점을 받는다는 뜻이었다. 나는 남편을 맞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난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동네 사람들에게 여자는 밖으로 도는 성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더 이상 A 학점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난 항상 미국인 여성으로 변신해야 했다, 아니면 데이트도 할 수 없었으니까. 여성인 나를 가리키는 중국어로는 “노예”라는 단어가 있다. 언어 자체가 여자들을 길들이는 거다!
나는 요리를 거부했다. 설거지를 해야 할 때면 그릇 한두 개를 깨곤 했다. 어머니는 “나쁜 년”이라고 소리쳤고, 그 소리는 때로 나를 울리기보다 웃게 만들었다. 나쁜 년은 거의 남자가 아닐까?
[…]
인류학 책에서 중국인들이 “여성도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을 읽었는데, 내가 아는 중국인들 중에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아마도 다른 동네의 속담이었나 보다. 나는 더 이상 차이나타운에서 옛 속담과 이야기를 들으며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여자검객과 나는 그리 다르지 않다. 하루빨리 내 동족들이 그 닮은 점을 알게 되아 내가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토론하기
(1) 『여전사』에서 막신 홍 킹스턴은 죽은 고모와 뮬란이라는 두 명의 여성을 대비시키고 있다. 이 두 사람의 성격을 정리해 보자.
(2) 저자는 어려서 “내가 대단하고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으로 돌아갈 때 부모님이 나를 팔아넘길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여자검객(뮬란)과 나는 그리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이 말들을 바탕으로 저자가 뮬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뮬란과 자신이 어떤 점에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이야기해 보자.
(3) 여러분이 닮고 싶은 사람, 즉 여러분의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그리고 그 롤모델에게서 닮고 싶은 점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봅시다.
해설읽기
킹스턴은 자신의 중국적 뿌리와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어려서 미국에 이민 와 차이나 타운에서 살면서 영어 한마디 못하는 어머니와 주위 중국인들 사이에서 여자아이라서 차별받으며 중국 전통에 맞춰 살았지만, 학교에 가면 미국 문화에서 여자아이라고 차별받지 않고 재능에 따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이 이중 구조 안에서 중국계 미국인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일구어내는 과정을 그린 것이 『여전사』이다.
이 작품에서 킹스턴은 남성중심 사회의 억압적인 상황에서 가엾게 죽어간 고모 이야기를 한다. 남편없이 아이를 낳아 온 마을의 질타를 받고 죽어간 여인. 존재자체가 부정되고 죽어서 이름조차 지워진 여인. 귀신이 되어서도 배고픔에 허덕여야 하는 존재. 가부장적 남존여비 사상과 거기서 요구되는 여성상에서 벗어난 벌이었다. 반면, 중국인들에게 회자되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삶을 산 여성의 이야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뮬란의 이야기였다. 아버지 대신 남장을 하고 전쟁에 나가 커다란 전공을 세우고 금의환향한 여자검객 뮬란은 킹스턴에게 한가닥 희망을 주었다. 여자검객처럼 위대한 일을 하겠다고.
1960년대와 70년대를 중국계 이민여성으로 미국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중국과 미국의 상반되는 문화와 인종차별을 겪으며, 더욱이 여성으로써 중국인 이민사회에서 극심한 성차별까지 견뎌내며 자아실현을 해야했던 킹스턴에게 뮬란은 자신이 가진 중국적 정체성과 문화유산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롤모델이 되어 주었다.
키워드
막신 홍 킹스턴, 여성, 여성차별, 여전사, 이민자, 인종차별, 정체성,중국계 미국인
전후맥락
『여전사』는 막신 홍 킹스턴의 자전적 소설로 중국인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차이나타운에서 세탁소를 하며 생활했던 가족과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총 5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첫 장은 “이름없는 여인”이다. 이 장에서는 사춘기가 된 딸들에게 어머니가 들려주신 중국에서 살던 시절의 집안 이야기다. 아버지에게는 어린 누이가 있었고 나이가 차서 이웃 마을로 시집을 갔다. 결혼한지 얼마 안 있어 남편이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에 노동자로 취직해 떠났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 등 많은 아이아인들이 배고프고 가난한 농촌 고향을 떠나 꿈을 안고 하와이로 떠났었다. 남편이 떠난지 한두해가 지나고 그 고모가 임신을 했다. 서로 끈끈히 연결되어 있던 작은 농촌마을에서 남편없이 임신한 젊은 새댁의 처신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문란한 일은 신의 노여움을 사 흉년이 들거나 전염병과 같은 재앙을 내릴 것이라 두려워하기도 했다. 온 마을의 수근거림과 손가락질을 받으며 고모가 어렵게 아이를 낳았던 밤에,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마을 사람들이 쳐들어와 집안의 기물들을 부수고 난리를 하고 떠났다. 다음날 아침 엉망이 된 집을 정리하러 나온 식구들은 우물에서 갓난 아기와 함께 몸을 던진 고모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후 그 고모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금기가 되었고, 그녀는 잊혀졌다는 슬픈 이야기였다.
중국의 전통적인 남존여비 사상과 미신이 깊이 뿌리박힌 차이나 타운과 집에서의 생활은 미국학교에서 마주하는 전혀 다른 세상과 대립했고 어린 킹스턴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자신은 누구인가? 아이를 안고 죽어야만 했던 고모와 같이 결혼하면 남편에게 순종하고 묵묵히 일만하는 노예처럼 살아야하는가? 이웃 중국인들과 집에 오는 친적들은 하나같이 여자아이는 “구더기”처럼 밥만 축내는 존재로 키워봐야 결국 남의 집 식구가 될 것이다. 그러니 밥먹이고 돈써서 키워봤자 낭비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 와중에 킹스턴에게 새로운 꿈을 꾸고 희망을 갖게 해준 이야기가 있었다. 어느날 신선과 같은 노인에게서 특별한 무술을 배워 마을을 구하고, 아버지 대신 전쟁에 나가 큰 공을 세우고 돌아온 중국 전설 속 “파뮬란”의 이야기였다. 뮬란 이야기는 『여전사』의 두 번째 장 “백호”(White Tigers)에 등장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킹스턴은 뮬란의 이야기를 일인칭 ‘나, 뮬란의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 속 뮬란은 아기를 낳고 더 용감하게 전투에 임한다. 출산과 육아가 그녀의 삶을 노예처럼 구속하지 않는 강인한 여성으로, 그래서 아기와 함께 죽어 이름조차 지워진 고모와는 전혀 다른 중국 여성으로 그려진다. 다음의 고전 본문은 죽은 고모의 이야기를 들은 후 저자가 생각하는 부분에서 이어진다.
고전본문
바람을 피운다는 것은 사치이다. 병아리를 직접 부화시켜 자신이 키운 닭의 배아와 머리를 별미로 먹고, 닭발을 식초에 삶아 잔치 음식으로 먹고, 모래찌꺼기만 남기고 내장까지 먹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방탕한 여자를 낳을 수 있을까? 배고팠던 시절에 여성으로 사는 것, 딸을 낳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낭비였다. 고모가 섹스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만큼 흔치 않은 로맨티스트였을 리는 없었다. 옛 중국의 여성들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없었다. 아마도 어떤 남자가 그녀에게 그와 함께 자자고 그의 은밀한 정부가 되라고 강요했을 것이다. 그 남자는 그녀의 가족(즉 우리 아버지의 가족)을 습격한 밤에 함께 가면을 쓰고 그자리에 있었을까?
“고모가 있었다는 건 아무에게도 말하지마라. 네 아버지는 고모의 이름을 듣고 싶어하지 않아. 그녀는 태어나지도 않은 거야.”
[…]
이 이야기를 들은 후 20년 동안 나는 자세한 내용을 묻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고모의 이름도 모른다. 죽은 자를 위로 할 수있는 사람들은 또한 조상을 쫓아다니며 더 큰 상처를 주는 역조상 숭배를 하기도 한다. 진짜 처벌은 마을 사람들이 신속하게 가한 급습이 아니라 가족들이 고의적으로 그녀를 잊은 것이다. 그녀의 배신에 화가 난 가족들은 그녀가 죽은 후에도 영원히 고통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배고프고 항상 곤궁한 그녀는 다른 귀신들에게 음식을 구걸하고, 살아있는 후손이 선물을 바치는 사람들에게서 음식과 필요한 물건을 뺐고 훔쳐야 했을 것이다.
[…]
중국 소녀들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커서 아내나 노예로만 산다면 망한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는 여자 영웅, 여자검객이 될 수 있었다. 여자검객은 중국을 다 돌아 다니더라도 가족을 해치는 자에게 복수를 행했다. 어쩌면 여성이 한때 너무나 위험한 존재여서 전족을 하게되었는 지도 모른다.
[…]
내 미국 생활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전부 A학점 받았어요, 엄마.”
“마을을 구한 한 소녀의 진짜 얘기를 해줄게요.”
나는 내 마을이 어떤 곳인지 몰랐다. 내가 대단하고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으로 돌아갈 때 부모님이 나를 팔아넘길 거라고 생각했다. 중국에는 음식을 먹어치우고 떼쓰는 어린 여자아이들을 처리하는 방법이 있었다. 전부 A 학점을 받아도, 그건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부모님이나 동네 이민자들이 “계집애들한테 밥 주는 건 소새한테 밥 주는 거야”라고 말할 때면 나는 드러누워 발버둥치며 말이 않나올 만큼 소리를 질렀다.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쟤 왜 저래?”
“모르겠어요. 버릇이 없네요. 여자애들이 어떤지 알잖아요.” “계집애는 키워야 소용 없어. 계집애를 키우느니 기러기를 키우는 게 낫지.”
[…]
나는 60년대에 버클리 대학에 진학해 공부를 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행진도 했지만 남자가 되지는 못했다. 남자가 되어 돌아와서 부모님이 닭과 돼지를 잡아 환영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건 베트남에서 살아 돌아온 남자 형제를 위한 것이었다. 내가 베트남에 가면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했다. 여자들은 가족을 버린다고. “여자들은 밖으로 돌게 마련이다”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렇게 보면 나는 우리 가족이 아니라 미래의 남편의 가족을 위해 A학점을 받는다는 뜻이었다. 나는 남편을 맞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난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동네 사람들에게 여자는 밖으로 도는 성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더 이상 A 학점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난 항상 미국인 여성으로 변신해야 했다, 아니면 데이트도 할 수 없었으니까. 여성인 나를 가리키는 중국어로는 “노예”라는 단어가 있다. 언어 자체가 여자들을 길들이는 거다!
나는 요리를 거부했다. 설거지를 해야 할 때면 그릇 한두 개를 깨곤 했다. 어머니는 “나쁜 년”이라고 소리쳤고, 그 소리는 때로 나를 울리기보다 웃게 만들었다. 나쁜 년은 거의 남자가 아닐까?
[…]
인류학 책에서 중국인들이 “여성도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을 읽었는데, 내가 아는 중국인들 중에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아마도 다른 동네의 속담이었나 보다. 나는 더 이상 차이나타운에서 옛 속담과 이야기를 들으며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여자검객과 나는 그리 다르지 않다. 하루빨리 내 동족들이 그 닮은 점을 알게 되아 내가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토론하기
(1) 『여전사』에서 막신 홍 킹스턴은 죽은 고모와 뮬란이라는 두 명의 여성을 대비시키고 있다. 이 두 사람의 성격을 정리해 보자.
(2) 저자는 어려서 “내가 대단하고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으로 돌아갈 때 부모님이 나를 팔아넘길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여자검객(뮬란)과 나는 그리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이 말들을 바탕으로 저자가 뮬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뮬란과 자신이 어떤 점에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이야기해 보자.
(3) 여러분이 닮고 싶은 사람, 즉 여러분의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그리고 그 롤모델에게서 닮고 싶은 점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봅시다.
해설읽기
킹스턴은 자신의 중국적 뿌리와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어려서 미국에 이민 와 차이나 타운에서 살면서 영어 한마디 못하는 어머니와 주위 중국인들 사이에서 여자아이라서 차별받으며 중국 전통에 맞춰 살았지만, 학교에 가면 미국 문화에서 여자아이라고 차별받지 않고 재능에 따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이 이중 구조 안에서 중국계 미국인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일구어내는 과정을 그린 것이 『여전사』이다.
이 작품에서 킹스턴은 남성중심 사회의 억압적인 상황에서 가엾게 죽어간 고모 이야기를 한다. 남편없이 아이를 낳아 온 마을의 질타를 받고 죽어간 여인. 존재자체가 부정되고 죽어서 이름조차 지워진 여인. 귀신이 되어서도 배고픔에 허덕여야 하는 존재. 가부장적 남존여비 사상과 거기서 요구되는 여성상에서 벗어난 벌이었다. 반면, 중국인들에게 회자되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삶을 산 여성의 이야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뮬란의 이야기였다. 아버지 대신 남장을 하고 전쟁에 나가 커다란 전공을 세우고 금의환향한 여자검객 뮬란은 킹스턴에게 한가닥 희망을 주었다. 여자검객처럼 위대한 일을 하겠다고.
1960년대와 70년대를 중국계 이민여성으로 미국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중국과 미국의 상반되는 문화와 인종차별을 겪으며, 더욱이 여성으로써 중국인 이민사회에서 극심한 성차별까지 견뎌내며 자아실현을 해야했던 킹스턴에게 뮬란은 자신이 가진 중국적 정체성과 문화유산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롤모델이 되어 주었다.
키워드
막신 홍 킹스턴, 여성, 여성차별, 여전사, 이민자, 인종차별, 정체성,중국계 미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