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어느 날 새벽, 히포크라테스라는 청년이 소크라테스를 찾아온다. 히포크라테스는 저명한 소피스트인 프로타고라스가 인근에 머물고 있고 그에게 가르침을 청하고 싶지만 자신은 아직 너무 어리고 경험이 없어서 소크라테스에게 중간에서 자기 대신 이야기를 좀 해달라는 도움을 청하러 온 것이다. 그는 이미 프로타고라스에게 지불할 고액의 수업료까지 무리하게 융통해서 가져온 상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히포크라테스가 소피스트에게 배움을 청함으로써 자신이 무엇을 배워서 어떤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가에 관한 진지한 반성은 하지 않은 채 그저 들떠있음을 알아챈다. 이제 소크라테스는 동이 틀 동안 자신의 집 뒤뜰에서 히포크라테스의 결정이 성숙한 생각에 토대를 두고 이루어진 것인지 시험하기 시작한다.
고전본문
"그럼 자네는 지금 하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는 건가, 아니면 모르고 있는 건가?" 내가 말했네.
"무엇에 대해서 말씀인가요?"
"자네가 말한 것처럼, 자네 자신의 영혼을 보살펴달라고 누군가에게, 자네가 말하다시피 소피스트에게 맡기는 것에 대해서 말이야. 만약 자네가 소피스트가 무엇인지 일단 알고 있다면, 나는 놀라울 거야. 하지만 만약 소피스트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면, 자네는 그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도 알지 못하면서 영혼을 갖다 맡기려는 것이네."
"아는 것 같은데요." 그가 말했네.
"그럼 말해보게. 소피스트란 무엇인가?"
"그 이름이 말해주듯이, 지혜로운 것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자입니다."
내가 말했네. "그건 화가들과 건축가들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말이네. 이들도 지혜로운 것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자라고 말이야. 하지만 만약 누군가 우리에게 '화가들은 무엇에 대해서 지혜로운 것들을 아는 자들입니까?'하고 묻는다면, 우리는 아마 닮은 그림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지혜로운 것들을 아는 자들이라고 말할 것이고, 다른 경우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하게 대답할 것이네. 그런데 누군가 만약 이것을, 그러니까 '소피스트는 무엇에 대해서 지혜로운 것들은 아는 자들인가요?'하고 묻는다면 그 사람에게 뭐라고 대답할까? 소피스트는 어떤 일에 대해서 아는 자인가?"
"무시무시하게 말을 잘하도록 만드는 일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 말고 우리가 그를 뭐라고 부르겠어요, 소크라테스 선생님?"
내가 말했네. "아마도 사실에 가깝겠지만, 충분하지는 않은 것 같네. 그 답변은 소피스트가 무엇에 대해서 무시무시하게 말을 잘하도록 만드는지 우리에게 묻도록 만드니까 말일세. 예를 들어 키타라 연주자는 분명 다른 사람을 아는 자로 만들어주는 그 분야, 즉 키타라 연주에 대해서 무시무시하게 말을 잘하도록 만들어준다네. 그렇지?"
"네."
"좋아. 그럼 소피스트는 무엇에 대해서 무시무시하게 말을 잘하도록 만들어주나?"
"다른 사람들을 아는 자로 만들어주는 그 분야에 대해서임이 분명합니다."
"물론 그렇기야 하겠지. 그런데 소피스트가 스스로 잘 알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그에 대해서 아는 자로 만들기도 하는 분야가 대체 무엇인가?"
그가 말했지. "아이고, 신이시여. 더 이상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네요."
플라톤, 『프로타고라스』 312c–312e
토론하기
(1) 본문을 읽고 '소피스트'의 의미가 무엇인지 찾아보자.
(2) 당시 사람들은 소피스트들을 가리켜 '무시무시한' 사람들이라고 부르곤 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 이들에게 '무시무시하다'는 평가를 내리는지 돌아보고 고대인들이 소피스트들에게 왜 그런 평가를 내렸는지 추측해보자.
(3)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의 제자가 되려는 히포크라테스를 시험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이야기해보고, 뭔가를 배우려고 할 때 조심해야 할 것에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해설읽기
소피스트는 누구인가?
소피스트는 원래 '지혜로운 사람'을 뜻하는 말이었지만, 그 이름이 본격적으로 분화되기 시작한 것은 이들이 '가르치는 자'로 자처하면서부터였다. 소피스트는 고대 아테네에서 '소피스테스sophistēs'라고 불렸고 이것은 지혜롭다는 뜻을 가진 형용사 '소포스sophos'에서 파생된 표현이다. 소포스는 단순한 지능이나 재능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 탁월함을 이루기까지의 숙련과 경험, 학습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 지혜는 때로 타고난 재능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보통은 오랜 노력 끝에 획득한 기술로 여겨졌다. 이에 따라 소피스테스라는 말은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소피스테스라는 이름은 특정한 사람들을 가리키게 되었다. 이는 그들이 고액의 대가를 받고 교사를 자칭하면서부터였다. 결국 소피스트는 지혜로운 자라는 고귀한 이름을 물려받았지만, 그 활동 방식과 사회적 위치는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단지 지혜를 가진 자가 아니라, 지혜를 전수하고 훈련시키는 사람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보수를 받는 존재가 되었으며, 바로 이 점이 고대 그리스에서 소피스트에 대한 찬사와 비판이 동시에 일어나게 된 출발점이었다.
소피스트는 어떤 사람들인가?
소피스트는 진리를 추구하는 철학자라기보다, 말과 지식, 기술을 통해 인간 사회에서 성공을 도모하려 했던 실용적인 교사들이었다. 그들이 주로 활동했던 곳은 아테네였고,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아테네는 직접 민주정이 발달한 도시였으며, 시민들이 민회나 재판정에서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에 수사술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았다. 이런 상황은 소피스트들에게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고, 그들은 아테네로 모여들어 정치와 교육의 중심 무대로 진입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피스트는 아테네 출신이 아니었다. 외지에서 온 그들은 여러 도시를 떠돌며 다양한 문화와 관습을 접했기 때문에, 고정된 규범이나 절대적 가치를 믿기보다 사회와 문화에 따라 변하는 관습을 관찰하게 되었다. 이런 경험은 그들에게 상대주의적 시각을 형성하게 했다. 그들은 ‘이곳에서 옳은 것이 저곳에서는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따라서 절대적 진리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소피스트는 고정된 진리를 가르치기보다, 설득력 있는 의견을 구성하는 법, 다시 말해 수사술을 중심으로 교육했다.
그들이 가르친 핵심 주제는 '아레테aretē', 즉 인간의 탁월함이었다. 탁월함이란 어떤 존재가 그 본성에 맞게 가장 잘 기능할 때 드러나는 상태다. 칼은 잘 자를 때, 방패는 잘 막을 때 탁월하며,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때 탁월하다고 여겨졌다. 소피스트들은 정치적 수사술, 논증, 판단력 등을 통해 이러한 인간적 탁월함을 길러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스스로 정치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교육을 통해 지도자를 길러냄으로써 간접적으로 정치에 관여하고자 했다. 이는 당시 아테네가 여성, 노예, 외국인을 정치에서 배제했던 상황에서, 외지인으로서의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식이었다.
소피스트는 왜 ‘무시무시한 사람들’이라 불렸을까?
소피스트는 그 언변의 능숙함으로 인해 찬탄과 경계의 대상이 동시에 되었다. 그들이 '무시무시하다deinos'는 평가를 받은 이유는, 단순히 말을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말이 사람의 생각과 판단을 바꾸는 강력한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본문에서도 히포크라테스는 소피스트를 ‘다른 사람을 무시무시하게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자’로 묘사하는데, 이 말 속에는 경외와 두려움이 함께 들어 있다.
'무시무시하다'는 말은 그 자체로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놀랍도록 뛰어나다’는 뜻이자, ‘위협이 될 만큼 위력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피스트의 수사 능력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설득시키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때로는 진리를 왜곡하고, 거짓을 진실처럼 꾸며내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소피스트는 대중에게 존경과 불신을 동시에 받았다.
오늘날에도 어떤 인물은 '말을 너무 잘해서 무섭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말은 칭찬처럼 들리지만, 그 말의 힘이 진심이 아닌 기술에서 비롯되었을 때는 불안을 자아내기도 한다. 고대 아테네인들도 바로 그런 두려움을 소피스트들에게 느꼈던 것이다. 그들은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는 말의 기술을 지녔고, 그것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전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피스트는 경외의 대상인 동시에 경계의 대상이었으며, 말의 힘이 지닌 윤리적 위험성을 환기시키는 존재로 남게 되었다.
키워드
소크라테스, 프로타고라스, 히포크라테스, 소피스트, 소피스테스
전후맥락
어느 날 새벽, 히포크라테스라는 청년이 소크라테스를 찾아온다. 히포크라테스는 저명한 소피스트인 프로타고라스가 인근에 머물고 있고 그에게 가르침을 청하고 싶지만 자신은 아직 너무 어리고 경험이 없어서 소크라테스에게 중간에서 자기 대신 이야기를 좀 해달라는 도움을 청하러 온 것이다. 그는 이미 프로타고라스에게 지불할 고액의 수업료까지 무리하게 융통해서 가져온 상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히포크라테스가 소피스트에게 배움을 청함으로써 자신이 무엇을 배워서 어떤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가에 관한 진지한 반성은 하지 않은 채 그저 들떠있음을 알아챈다. 이제 소크라테스는 동이 틀 동안 자신의 집 뒤뜰에서 히포크라테스의 결정이 성숙한 생각에 토대를 두고 이루어진 것인지 시험하기 시작한다.
고전본문
"그럼 자네는 지금 하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는 건가, 아니면 모르고 있는 건가?" 내가 말했네.
"무엇에 대해서 말씀인가요?"
"자네가 말한 것처럼, 자네 자신의 영혼을 보살펴달라고 누군가에게, 자네가 말하다시피 소피스트에게 맡기는 것에 대해서 말이야. 만약 자네가 소피스트가 무엇인지 일단 알고 있다면, 나는 놀라울 거야. 하지만 만약 소피스트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면, 자네는 그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도 알지 못하면서 영혼을 갖다 맡기려는 것이네."
"아는 것 같은데요." 그가 말했네.
"그럼 말해보게. 소피스트란 무엇인가?"
"그 이름이 말해주듯이, 지혜로운 것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자입니다."
내가 말했네. "그건 화가들과 건축가들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말이네. 이들도 지혜로운 것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자라고 말이야. 하지만 만약 누군가 우리에게 '화가들은 무엇에 대해서 지혜로운 것들을 아는 자들입니까?'하고 묻는다면, 우리는 아마 닮은 그림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지혜로운 것들을 아는 자들이라고 말할 것이고, 다른 경우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하게 대답할 것이네. 그런데 누군가 만약 이것을, 그러니까 '소피스트는 무엇에 대해서 지혜로운 것들은 아는 자들인가요?'하고 묻는다면 그 사람에게 뭐라고 대답할까? 소피스트는 어떤 일에 대해서 아는 자인가?"
"무시무시하게 말을 잘하도록 만드는 일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 말고 우리가 그를 뭐라고 부르겠어요, 소크라테스 선생님?"
내가 말했네. "아마도 사실에 가깝겠지만, 충분하지는 않은 것 같네. 그 답변은 소피스트가 무엇에 대해서 무시무시하게 말을 잘하도록 만드는지 우리에게 묻도록 만드니까 말일세. 예를 들어 키타라 연주자는 분명 다른 사람을 아는 자로 만들어주는 그 분야, 즉 키타라 연주에 대해서 무시무시하게 말을 잘하도록 만들어준다네. 그렇지?"
"네."
"좋아. 그럼 소피스트는 무엇에 대해서 무시무시하게 말을 잘하도록 만들어주나?"
"다른 사람들을 아는 자로 만들어주는 그 분야에 대해서임이 분명합니다."
"물론 그렇기야 하겠지. 그런데 소피스트가 스스로 잘 알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그에 대해서 아는 자로 만들기도 하는 분야가 대체 무엇인가?"
그가 말했지. "아이고, 신이시여. 더 이상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네요."
플라톤, 『프로타고라스』 312c–312e
토론하기
(1) 본문을 읽고 '소피스트'의 의미가 무엇인지 찾아보자.
(2) 당시 사람들은 소피스트들을 가리켜 '무시무시한' 사람들이라고 부르곤 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 이들에게 '무시무시하다'는 평가를 내리는지 돌아보고 고대인들이 소피스트들에게 왜 그런 평가를 내렸는지 추측해보자.
(3)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의 제자가 되려는 히포크라테스를 시험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이야기해보고, 뭔가를 배우려고 할 때 조심해야 할 것에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해설읽기
소피스트는 누구인가?
소피스트는 원래 '지혜로운 사람'을 뜻하는 말이었지만, 그 이름이 본격적으로 분화되기 시작한 것은 이들이 '가르치는 자'로 자처하면서부터였다. 소피스트는 고대 아테네에서 '소피스테스sophistēs'라고 불렸고 이것은 지혜롭다는 뜻을 가진 형용사 '소포스sophos'에서 파생된 표현이다. 소포스는 단순한 지능이나 재능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 탁월함을 이루기까지의 숙련과 경험, 학습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 지혜는 때로 타고난 재능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보통은 오랜 노력 끝에 획득한 기술로 여겨졌다. 이에 따라 소피스테스라는 말은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소피스테스라는 이름은 특정한 사람들을 가리키게 되었다. 이는 그들이 고액의 대가를 받고 교사를 자칭하면서부터였다. 결국 소피스트는 지혜로운 자라는 고귀한 이름을 물려받았지만, 그 활동 방식과 사회적 위치는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단지 지혜를 가진 자가 아니라, 지혜를 전수하고 훈련시키는 사람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보수를 받는 존재가 되었으며, 바로 이 점이 고대 그리스에서 소피스트에 대한 찬사와 비판이 동시에 일어나게 된 출발점이었다.
소피스트는 어떤 사람들인가?
소피스트는 진리를 추구하는 철학자라기보다, 말과 지식, 기술을 통해 인간 사회에서 성공을 도모하려 했던 실용적인 교사들이었다. 그들이 주로 활동했던 곳은 아테네였고,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아테네는 직접 민주정이 발달한 도시였으며, 시민들이 민회나 재판정에서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에 수사술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았다. 이런 상황은 소피스트들에게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고, 그들은 아테네로 모여들어 정치와 교육의 중심 무대로 진입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피스트는 아테네 출신이 아니었다. 외지에서 온 그들은 여러 도시를 떠돌며 다양한 문화와 관습을 접했기 때문에, 고정된 규범이나 절대적 가치를 믿기보다 사회와 문화에 따라 변하는 관습을 관찰하게 되었다. 이런 경험은 그들에게 상대주의적 시각을 형성하게 했다. 그들은 ‘이곳에서 옳은 것이 저곳에서는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따라서 절대적 진리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소피스트는 고정된 진리를 가르치기보다, 설득력 있는 의견을 구성하는 법, 다시 말해 수사술을 중심으로 교육했다.
그들이 가르친 핵심 주제는 '아레테aretē', 즉 인간의 탁월함이었다. 탁월함이란 어떤 존재가 그 본성에 맞게 가장 잘 기능할 때 드러나는 상태다. 칼은 잘 자를 때, 방패는 잘 막을 때 탁월하며,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때 탁월하다고 여겨졌다. 소피스트들은 정치적 수사술, 논증, 판단력 등을 통해 이러한 인간적 탁월함을 길러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스스로 정치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교육을 통해 지도자를 길러냄으로써 간접적으로 정치에 관여하고자 했다. 이는 당시 아테네가 여성, 노예, 외국인을 정치에서 배제했던 상황에서, 외지인으로서의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식이었다.
소피스트는 왜 ‘무시무시한 사람들’이라 불렸을까?
소피스트는 그 언변의 능숙함으로 인해 찬탄과 경계의 대상이 동시에 되었다. 그들이 '무시무시하다deinos'는 평가를 받은 이유는, 단순히 말을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말이 사람의 생각과 판단을 바꾸는 강력한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본문에서도 히포크라테스는 소피스트를 ‘다른 사람을 무시무시하게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자’로 묘사하는데, 이 말 속에는 경외와 두려움이 함께 들어 있다.
'무시무시하다'는 말은 그 자체로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놀랍도록 뛰어나다’는 뜻이자, ‘위협이 될 만큼 위력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피스트의 수사 능력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설득시키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때로는 진리를 왜곡하고, 거짓을 진실처럼 꾸며내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소피스트는 대중에게 존경과 불신을 동시에 받았다.
오늘날에도 어떤 인물은 '말을 너무 잘해서 무섭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말은 칭찬처럼 들리지만, 그 말의 힘이 진심이 아닌 기술에서 비롯되었을 때는 불안을 자아내기도 한다. 고대 아테네인들도 바로 그런 두려움을 소피스트들에게 느꼈던 것이다. 그들은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는 말의 기술을 지녔고, 그것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전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피스트는 경외의 대상인 동시에 경계의 대상이었으며, 말의 힘이 지닌 윤리적 위험성을 환기시키는 존재로 남게 되었다.
키워드
소크라테스, 프로타고라스, 히포크라테스, 소피스트, 소피스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