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이 셀의 본문은 『수사학』 제1권의 초반부인 2장에서도 앞부분의 내용이다. 이곳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을 '각각의 상황 속에서 가능한 설득수단을 발견하는 능력'으로 규정한 다음, 연설가가 사용할 수 있는 연설의 설득수단pistis에 대해 소개한다. 이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연설가가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증인, 계약서, 고문 기록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것들은 연설가에 의해 연설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끌어다 쓰는 대상이기 때문에 ‘기술 외적 수단’이라고 부른다. 둘째는 연설가가 자신의 말하기 능력을 바탕으로 직접 구성하고 만들어내야 하는 요소들이다. 여기에 논리적인 증명(로고스), 감정에 대한 호소(파토스), 연설가의 인격과 신뢰(에토스)가 포함된다. 이들은 연설가가 기술을 활용해 새롭게 고안해야 하는 것들이므로 ‘기술 내적 수단’이라고 불린다.
설득수단에는 크게 기술 외적 수단과 기술 내적 수단이 있다. 기술 외적 수단은 고안의 대상이 아니라 단순히 사용의 대상이 되는 것들이다. 여기에는 증인, 계약서, 고문 등이 있는데 이것들은 연설에서 제공되는 것도 아니다. 다른 한편, 기술 내적 수단은 연설가가 기술의 도움을 받아 발견하고 고안해야 하는 것들이며 연설에서 제공되는 것들이다. 로고스·파토스·에토스가 여기에 포함되는데, 이들은 연설의 성립을 위한 세 가지 요소인 연설 내용과 청중 그리고 연설가로부터 비롯된다. 본문에서 확인하게 되겠지만, 로고스란 연설 내용에 고유한 것으로서 어떤 것을 증명하거나 증명한 것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논증의 힘을 가리키고, 파토스는 청중에 고유한 설득수단으로서 청중이 어떤 상태에 빠져있는지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리도록 만드는 그들의 감정을 말한다. 마지막 에토스는 연설가 자체가 갖춰야 할 설득수단으로서 같은 말도 다른 사람보다 더 신뢰가 가도록 만드는 훌륭한 성품이다. 이러한 세 가지 설득수단 중 로고스가 설득을 향한 이성적 노선으로서 철학자적 면모를 보여준다면, 파토스와 에토스는 설득의 정서적 노선들로 기존의 소피스트들이 집중하고 있던 분야들이다.
고전본문
"...연설을 통해 제공되는 설득 수단들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그 중 어떤 것은 연설가의 성품에서 나오고 어떤 것은 청중으로부터 나오며, 그리고 어떤 것은 연설 그 자체에서 뭔가를 입증하거나 입증한 것처럼 보이도록 함에 의해 나오기 때문이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연설가를 더욱 신용할 만한 가치가 있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연설이 꾸려졌을 때 성품에 의한 설득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성품이 훌륭한 사람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욱 많이 또 더욱 빨리 신뢰하기 때문이다. ― 일반적으로 모든 일에 있어서 그렇고, 특히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하고 의견이 갈리는 일들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 그리고 이러한 신뢰는 연설 그 자체를 통해 생겨야 하며, 연설자가 어떤 사람일 것이라는 선입견으로부터 생겨서는 안 된다. 우리는 몇몇 [연설] 기술 이론가들과는 다르게, 연설가의 성품을 수사학의 일부로 포함시킨다. 연설가의 성품은 설득력에 아무 기여도 하지 않는다고 여겨지지 않고, 오히려 말하자면 설득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의 원천이니까.
그리고 청중을 통한 설득은, 그들이 연설에 의해 어떤 감정 상태로 이끌릴 때 발생한다. 우리는 슬픔에 잠겼을 때와 기쁠 때, 사랑할 때와 미워할 때 같은 방식으로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날의 수사학 이론가들이 이 점에 대해서만 몰두하고자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주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우리가 감정에 관하여 논의할 때 따로 이야기할 것이다. 논증 자체를 통한 설득은, 우리가 각각의 개연적 전제들로부터 참이거나 참처럼 보이는 것을 보여줄 때 발생한다.
그런데 설득이 이러한 세 가지 수단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이 수단들을 갖추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능력, 성품과 덕에 대한 고찰, 그리고 감정이 무엇이며 어떤 속성을 지니고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고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분명하다..."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I. 2. 1356a-b.
토론하기
(1)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설득의 세 가지 수단은 무엇이며, 각각 어떤 방식으로 설득력을 형성하는가?
(2) 당신이 일상에서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설득 당했던 경험 중 가장 인상적인 사례는 무엇인가? 그 상황에서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 중 어떤 요소가 결정적이었는지 이야기해보자.
(3) 오늘날 학교, 정치, 미디어 등 다양한 공동체 담론 속에서 설득의 세 요소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자.
해설읽기
아리스토텔레스는 세 가지 설득수단으로서 로고스logos, 파토스pathos, 에토스ethos를 제시하였다. 그는 이를 통해 기존의 소피스트적 수사학이 감정 자극과 성품 연출 등 연설기술의 일부에 불과한 정서적 노선에 치우쳐 있다는 한계를 극복하고, 수사학을 논증적이고 체계적인 기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고자 했다. 이러한 이론적 정립은, 반복된 경험을 통해 어떤 말과 행동이 청중의 반응을 이끌어내는지를 체득한 단편적 지침에 불과하며, 담론 구성에 대한 이론적 체계를 결여하고 있다는 플라톤의 비판을 수용하는 동시에, 수사학을 이성적인 논변에 기초한 학문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 제1권 제2장에서 설득이 실제로 발생하는 양상을 분석하면서, 설득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탐색한다. 그는 연설 행위가 단순한 논리적 전달이나 감정 호소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말하는 이와 듣는 이, 그리고 말의 구조 사이의 복합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이 크게 세 가지 요소—즉, 연설자의 성품(에토스), 청중의 감정 상태(파토스), 연설 자체의 논증력(로고스)—에 의해 달성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 세 가지가 모두 연설 안에서 작동하는 기술 내적 설득수단entechnoi pisteis임을 강조하며, 각각을 설득을 가능하게 하는 고유한 기제로 이해한다. 로고스는 연설 내용상의 논리를 따라, 파토스는 청중의 감정 변화를 통해, 에토스는 연설가의 도덕적 신뢰에 의해 설득을 겨냥한다. 이 세 가지는 연설 기술이 반드시 취급해야 하는 설득의 원천들로서, 수사학이 철학과 논리, 윤리, 심리학의 경계를 아우르는 학문적 능력임을 입증하는 구성 요소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소개하는 세 가지 설득수단인 로고스와 파토스 그리고 에토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이들은 연설이 성립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3대 요소에서 비롯되어 나온다. 연설의 3대 요소란 연설 내용과 청중 그리고 연설가를 말한다. 먼저 로고스는 연설 내용 자체에 내포된 논리와 설득력이다. 이것은 연설 속에서 참이거나 참이라고 여겨지는 전제로부터 결론을 도출하여, 청중이 그것을 수긍하도록 이끄는 방식이다. 하지만 수사학의 로고스는 학문적 앎epistēmē을 도출하는 로고스가 아니다. 수사학이 요구하는 논리의 수준은 훨씬 느슨하기 때문이다. 수사학의 추론은 의견과 통념 등 개연적인 전제도 사용하고 '‘무절제가 악덕이라면, 절제는 미덕이다’같은 개연적인 형식의 추론이 골치 아프고 복잡한 필연적 형식의 추론보다 더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파토스는 청중의 감정에서 비롯되는 설득력이다. 사람은 다른 감정 상태 속에서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연설가는 이 점을 활용해, 청중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도록 감정을 유도해야 한다. 소피스트들도 감정 자극과 조작에 집중했지만, 채무를 탕감 받거나 용서를 구할 때, 아이를 데려가 허벅지를 꼬집어 울리면 동정심을 유발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자신의 입장에서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청중으로부터 유리한 반응이 돌아오는지 경험적으로 수집하여 단순 활용했을 뿐, 투입된 자극과 산출되는 반응 사이의 심리적 인과관계에 대한 성찰에는 관심이 없었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 제2권에서 분노, 두려움, 연민, 질투 등 다양한 감정의 정의와 정서적 토양 그리고 유발 대상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감정 자극을 철학적 이해에 기반을 둔 기술 체계로 승화시켰다.
마지막 에토스는 연설가 자신의 성품과 품격에서 비롯되는 설득력이다. 사람들은 정보가 부족하고 불확실한 경우일수록, 연설가의 윤리적·지성적 신뢰성에 크게 의존하여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연설가는 스스로 훌륭한 성품을 가진 사람처럼 연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대중들이 자신을 훌륭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할까? 먼저 현명함을 갖춘 사람처럼 보여야 하고 둘째, 덕망있는 사람처럼 보여야 하며 셋째,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상대를 대해야 한다. 뭔가 잘못된 조언을 하는 경우, 그 원인은 저 셋 가운데 하나 이상을 갖지 못한 것이기 때문인데, 사람들은 잘못된 조언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 신뢰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세 가지 설득수단이 각자 별개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연설가의 대중 연설이라는 설득 활동 속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설가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완벽한 로고스를 구사하더라도, 자신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하거나 청중의 감정을 완전히 무시한다면 설득은 실패할 수 있다. 설득은 항상 연설가 자신의 신뢰성(에토스), 청중의 감정(파토스), 연설 자체의 논리(로고스)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실현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처럼 설득을 단순한 기술이나 궤변이 아니라, 철저히 철학적으로 설계된 정합적 기술로 자리매김시켰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수사학 이론의 정점에 놓인다.
오늘날에도 이 세 수단은 다양한 담론 장에서 유효하게 작동한다. 많은 광고가 소비자의 감성(파토스)을 자극하기 위해 기획되는 가운데 빈곤국가 아동에 대한 구호단체의 활동을 알리는 광고는 특히 그렇다. 학술적 토론이나 법정에서의 변론은 논증(로고스)의 힘에 의존하고, 교회에서의 설교는 설교 목사 개인의 신뢰도(에토스) 위에 설득의 기반을 두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말을 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소피스트에게 배우는 사람들도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방식의 말이 타인을 움직이는가에 대한 깊은 학문적 통찰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들만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키워드
설득, 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 논리, 성품, 감정
전후맥락
이 셀의 본문은 『수사학』 제1권의 초반부인 2장에서도 앞부분의 내용이다. 이곳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을 '각각의 상황 속에서 가능한 설득수단을 발견하는 능력'으로 규정한 다음, 연설가가 사용할 수 있는 연설의 설득수단pistis에 대해 소개한다. 이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연설가가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증인, 계약서, 고문 기록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것들은 연설가에 의해 연설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끌어다 쓰는 대상이기 때문에 ‘기술 외적 수단’이라고 부른다. 둘째는 연설가가 자신의 말하기 능력을 바탕으로 직접 구성하고 만들어내야 하는 요소들이다. 여기에 논리적인 증명(로고스), 감정에 대한 호소(파토스), 연설가의 인격과 신뢰(에토스)가 포함된다. 이들은 연설가가 기술을 활용해 새롭게 고안해야 하는 것들이므로 ‘기술 내적 수단’이라고 불린다.
설득수단에는 크게 기술 외적 수단과 기술 내적 수단이 있다. 기술 외적 수단은 고안의 대상이 아니라 단순히 사용의 대상이 되는 것들이다. 여기에는 증인, 계약서, 고문 등이 있는데 이것들은 연설에서 제공되는 것도 아니다. 다른 한편, 기술 내적 수단은 연설가가 기술의 도움을 받아 발견하고 고안해야 하는 것들이며 연설에서 제공되는 것들이다. 로고스·파토스·에토스가 여기에 포함되는데, 이들은 연설의 성립을 위한 세 가지 요소인 연설 내용과 청중 그리고 연설가로부터 비롯된다. 본문에서 확인하게 되겠지만, 로고스란 연설 내용에 고유한 것으로서 어떤 것을 증명하거나 증명한 것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논증의 힘을 가리키고, 파토스는 청중에 고유한 설득수단으로서 청중이 어떤 상태에 빠져있는지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리도록 만드는 그들의 감정을 말한다. 마지막 에토스는 연설가 자체가 갖춰야 할 설득수단으로서 같은 말도 다른 사람보다 더 신뢰가 가도록 만드는 훌륭한 성품이다. 이러한 세 가지 설득수단 중 로고스가 설득을 향한 이성적 노선으로서 철학자적 면모를 보여준다면, 파토스와 에토스는 설득의 정서적 노선들로 기존의 소피스트들이 집중하고 있던 분야들이다.
고전본문
"...연설을 통해 제공되는 설득 수단들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그 중 어떤 것은 연설가의 성품에서 나오고 어떤 것은 청중으로부터 나오며, 그리고 어떤 것은 연설 그 자체에서 뭔가를 입증하거나 입증한 것처럼 보이도록 함에 의해 나오기 때문이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연설가를 더욱 신용할 만한 가치가 있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연설이 꾸려졌을 때 성품에 의한 설득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성품이 훌륭한 사람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욱 많이 또 더욱 빨리 신뢰하기 때문이다. ― 일반적으로 모든 일에 있어서 그렇고, 특히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하고 의견이 갈리는 일들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 그리고 이러한 신뢰는 연설 그 자체를 통해 생겨야 하며, 연설자가 어떤 사람일 것이라는 선입견으로부터 생겨서는 안 된다. 우리는 몇몇 [연설] 기술 이론가들과는 다르게, 연설가의 성품을 수사학의 일부로 포함시킨다. 연설가의 성품은 설득력에 아무 기여도 하지 않는다고 여겨지지 않고, 오히려 말하자면 설득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의 원천이니까.
그리고 청중을 통한 설득은, 그들이 연설에 의해 어떤 감정 상태로 이끌릴 때 발생한다. 우리는 슬픔에 잠겼을 때와 기쁠 때, 사랑할 때와 미워할 때 같은 방식으로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날의 수사학 이론가들이 이 점에 대해서만 몰두하고자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주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우리가 감정에 관하여 논의할 때 따로 이야기할 것이다. 논증 자체를 통한 설득은, 우리가 각각의 개연적 전제들로부터 참이거나 참처럼 보이는 것을 보여줄 때 발생한다.
그런데 설득이 이러한 세 가지 수단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이 수단들을 갖추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능력, 성품과 덕에 대한 고찰, 그리고 감정이 무엇이며 어떤 속성을 지니고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고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분명하다..."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I. 2. 1356a-b.
토론하기
(1)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설득의 세 가지 수단은 무엇이며, 각각 어떤 방식으로 설득력을 형성하는가?
(2) 당신이 일상에서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설득 당했던 경험 중 가장 인상적인 사례는 무엇인가? 그 상황에서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 중 어떤 요소가 결정적이었는지 이야기해보자.
(3) 오늘날 학교, 정치, 미디어 등 다양한 공동체 담론 속에서 설득의 세 요소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자.
해설읽기
아리스토텔레스는 세 가지 설득수단으로서 로고스logos, 파토스pathos, 에토스ethos를 제시하였다. 그는 이를 통해 기존의 소피스트적 수사학이 감정 자극과 성품 연출 등 연설기술의 일부에 불과한 정서적 노선에 치우쳐 있다는 한계를 극복하고, 수사학을 논증적이고 체계적인 기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고자 했다. 이러한 이론적 정립은, 반복된 경험을 통해 어떤 말과 행동이 청중의 반응을 이끌어내는지를 체득한 단편적 지침에 불과하며, 담론 구성에 대한 이론적 체계를 결여하고 있다는 플라톤의 비판을 수용하는 동시에, 수사학을 이성적인 논변에 기초한 학문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 제1권 제2장에서 설득이 실제로 발생하는 양상을 분석하면서, 설득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탐색한다. 그는 연설 행위가 단순한 논리적 전달이나 감정 호소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말하는 이와 듣는 이, 그리고 말의 구조 사이의 복합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이 크게 세 가지 요소—즉, 연설자의 성품(에토스), 청중의 감정 상태(파토스), 연설 자체의 논증력(로고스)—에 의해 달성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 세 가지가 모두 연설 안에서 작동하는 기술 내적 설득수단entechnoi pisteis임을 강조하며, 각각을 설득을 가능하게 하는 고유한 기제로 이해한다. 로고스는 연설 내용상의 논리를 따라, 파토스는 청중의 감정 변화를 통해, 에토스는 연설가의 도덕적 신뢰에 의해 설득을 겨냥한다. 이 세 가지는 연설 기술이 반드시 취급해야 하는 설득의 원천들로서, 수사학이 철학과 논리, 윤리, 심리학의 경계를 아우르는 학문적 능력임을 입증하는 구성 요소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소개하는 세 가지 설득수단인 로고스와 파토스 그리고 에토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이들은 연설이 성립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3대 요소에서 비롯되어 나온다. 연설의 3대 요소란 연설 내용과 청중 그리고 연설가를 말한다. 먼저 로고스는 연설 내용 자체에 내포된 논리와 설득력이다. 이것은 연설 속에서 참이거나 참이라고 여겨지는 전제로부터 결론을 도출하여, 청중이 그것을 수긍하도록 이끄는 방식이다. 하지만 수사학의 로고스는 학문적 앎epistēmē을 도출하는 로고스가 아니다. 수사학이 요구하는 논리의 수준은 훨씬 느슨하기 때문이다. 수사학의 추론은 의견과 통념 등 개연적인 전제도 사용하고 '‘무절제가 악덕이라면, 절제는 미덕이다’같은 개연적인 형식의 추론이 골치 아프고 복잡한 필연적 형식의 추론보다 더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파토스는 청중의 감정에서 비롯되는 설득력이다. 사람은 다른 감정 상태 속에서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연설가는 이 점을 활용해, 청중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도록 감정을 유도해야 한다. 소피스트들도 감정 자극과 조작에 집중했지만, 채무를 탕감 받거나 용서를 구할 때, 아이를 데려가 허벅지를 꼬집어 울리면 동정심을 유발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자신의 입장에서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청중으로부터 유리한 반응이 돌아오는지 경험적으로 수집하여 단순 활용했을 뿐, 투입된 자극과 산출되는 반응 사이의 심리적 인과관계에 대한 성찰에는 관심이 없었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 제2권에서 분노, 두려움, 연민, 질투 등 다양한 감정의 정의와 정서적 토양 그리고 유발 대상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감정 자극을 철학적 이해에 기반을 둔 기술 체계로 승화시켰다.
마지막 에토스는 연설가 자신의 성품과 품격에서 비롯되는 설득력이다. 사람들은 정보가 부족하고 불확실한 경우일수록, 연설가의 윤리적·지성적 신뢰성에 크게 의존하여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연설가는 스스로 훌륭한 성품을 가진 사람처럼 연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대중들이 자신을 훌륭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할까? 먼저 현명함을 갖춘 사람처럼 보여야 하고 둘째, 덕망있는 사람처럼 보여야 하며 셋째,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상대를 대해야 한다. 뭔가 잘못된 조언을 하는 경우, 그 원인은 저 셋 가운데 하나 이상을 갖지 못한 것이기 때문인데, 사람들은 잘못된 조언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 신뢰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세 가지 설득수단이 각자 별개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연설가의 대중 연설이라는 설득 활동 속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설가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완벽한 로고스를 구사하더라도, 자신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하거나 청중의 감정을 완전히 무시한다면 설득은 실패할 수 있다. 설득은 항상 연설가 자신의 신뢰성(에토스), 청중의 감정(파토스), 연설 자체의 논리(로고스)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실현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처럼 설득을 단순한 기술이나 궤변이 아니라, 철저히 철학적으로 설계된 정합적 기술로 자리매김시켰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수사학 이론의 정점에 놓인다.
오늘날에도 이 세 수단은 다양한 담론 장에서 유효하게 작동한다. 많은 광고가 소비자의 감성(파토스)을 자극하기 위해 기획되는 가운데 빈곤국가 아동에 대한 구호단체의 활동을 알리는 광고는 특히 그렇다. 학술적 토론이나 법정에서의 변론은 논증(로고스)의 힘에 의존하고, 교회에서의 설교는 설교 목사 개인의 신뢰도(에토스) 위에 설득의 기반을 두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말을 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소피스트에게 배우는 사람들도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방식의 말이 타인을 움직이는가에 대한 깊은 학문적 통찰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들만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키워드
설득, 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 논리, 성품,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