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새벽에 자신을 찾아 온 히포크라테스와 함께 프로타고라스가 머물고 있는 칼리아스의 집에 도착한 소크라테스는 오래지 않아 프로타고라스를 만난다. 소크라테스는 히포크라테스를 소개하면서 그가 프로타고라스 당신으로부터 뭔가를 배우고 싶어하며 자기들과 사적으로 대화를 할지, 아니면 사람들을 불러 모아 공적인 자리를 가질지 묻자, 프로타고라스는 자신의 기량과 인기를 과시할 겸 모두가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자고 답한다. 청중들이 모였을 때, 프로타고라스는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다시금 묻는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히포크라테스가 프로타고라스로부터 배움을 청하고 있는데, 프로타고라스가 가르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프로타고라스는 자신과 함께 지내면 매일 '더 나은 자가 될 것'이라고 답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어떤 분야든 배우기만 한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때문에 다른 규정을 요구한다. 그러자 프로타고라스는 자신이 가르치는 것이 '잘 숙고하는 것Euboulia'이라 답을 하는데 소크라테스는 매우 놀라워하며 그렇다면 그것은 '좋은 시민을 만드는 것'이자 '정치적 기술'이며 '시민이 갖추어야 할 덕Arete'을 가리키는데, 자기는 평생 그걸 가르칠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면서 두 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첫 번째 근거는 공적 영역에서의 논거다. 가르칠 수 있는 것에 대한 조언이 필요한 경우, 사람들은 전문가를 모셔놓고 조언을 듣고,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조언하려 하면 비난이 주어지지만, 정치적 기술에 관련된 분야에 대해 조언이 필요한 경우 전문가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조언을 허용하고 비난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 근거는 사적 영역에서의 논거다. 그것은 아테네에서 가장 지혜롭고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페리클레스조차도 자신의 덕을 자식들에게 교육으로 전달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교육 가능한 것은 교사에게 맡겨 가르치게 되지만, 덕이라는 것은 그럴 수 없다. 소크라테스는 이 문제들에 대한 설명을 프로타고라스에게 요구한다.
고전본문
"...옛날 옛적에, 세상에는 신들만 있었고 죽을 운명을 지닌 생물은 아직 없었습니다. 그러나 때가 되어 이들도 태어나야 할 때가 오자, 신들은 땅속에서 흙과 불, 그리고 흙과 불로 섞어 만들 수 있는 것들을 모아 생명들을 만들었지요. 그리고 이들을 세상의 빛으로 이끌어 내기로 했을 때, 신들은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에게 각 생명에게 어울리는 능력과 특징을 골고루 나누어 주라고 명했습니다.
에피메테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먼저 자기가 분배를 맡게 해 달라고 부탁하며, '내가 다 나누고 나면, 형이 검토해줘'라고 말했어요. 그렇게 설득해 허락을 받고 그는 분배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힘이 센 동물에게는 속도를 주지 않았고, 약한 동물에게는 속도를 주었습니다. 어떤 동물은 날카로운 발톱이나 뿔 같은 무기로 무장시켰고, 무기가 없는 동물에게는 도망치거나 숨을 수 있는 다른 수단을 마련해 주었지요. 덩치가 작은 것은 날개를 달아 하늘로 피하게 하거나 땅속에 굴을 파고 살게 했고, 덩치가 큰 것은 그 몸 자체가 방패가 되게 했습니다.
이렇게 그는 각 종족이 멸종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췄습니다. 잡아먹는 동물은 새끼를 적게 낳게 하고, 잡아먹히는 동물은 새끼를 많이 낳게 했어요. 계절의 추위와 더위에 대비하도록 두꺼운 털과 단단한 가죽을 주어 겨울과 여름을 버틸 수 있게 했고, 잠잘 때는 그것이 이불이 되도록 했지요. 발굽이나 발톱을 달아주고, 먹이는 풀, 열매, 뿌리, 또는 다른 동물의 고기 등 다양하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에피메테우스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능력을 다 써버려서, 인간에게는 아무것도 남겨주지 못했습니다. 인간은 벌거벗은 채, 맨발에, 잠잘 자리도 무기도 없이 남았지요. 이때 프로메테우스가 상황을 확인하러 와 보니, 다른 동물은 모두 잘 갖춰져 있었지만 인간만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제 곧 인간이 세상에 나와야 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지요. 그는 인간을 구할 방법을 찾다가, 헤파이스토스와 아테나의 기술과 불을 훔쳐 주었습니다. 불이 없으면 기술을 얻을 수도, 쓸 수도 없었기 때문이예요. 이렇게 인간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활 기술은 갖게 되었지만, 사람들 사이를 다스리고 함께 살아가는 정치적 지혜는 갖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제우스 곁에 있었고, 올림포스에는 경비가 삼엄해 훔칠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인간들은 집, 옷, 신발, 이불, 음식은 마련했으나, 맹수들과 싸우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처음에 사람들은 흩어져 살았고, 약했기 때문에 짐승들에게 자주 잡아먹혔습니다. 생활을 위한 기술은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짐승과 싸우는 데는 충분하지 않았으니까요. 정치적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전쟁 기술은 정치적 기술의 일부분이지요), 사람들은 도시를 세워 함께 모여 살려고 했지만, 모이면 서로 해치고 불공평하게 대하여 다시 흩어지곤 했어요.
제우스는 인간 종족이 전멸할 것을 걱정하여, 헤르메스를 보내 '부끄러움'과 '정의'를 사람들에게 가져다 주게 했습니다. 이것이 있어야 도시가 질서를 잡고, 사람들 사이에 우정과 결속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헤르메스가 물었습니다. '주군이시여, 이 정의와 부끄러움을 다른 기술처럼 소수에게만 주어야 합니까? 예를 들어 의술처럼 한 사람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처럼 말입니다. 아니면 모두에게 나누어 주어야 합니까?' 제우스가 대답했다. '모두에게 나누어 주어라. 만약 소수만 가진다면 도시는 존속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법을 세워, '부끄러움'과 '정의'를 지킬 줄 모르는 자는 도시의 병폐로 여기고 죽이도록 하라.'
그래서, 소크라테스여, 이런 이유로 아테네 사람들을 비롯한 다른 이들은, 목수 기술이나 다른 장인의 기술에 대해서는 소수만이 조언할 수 있다고 여기고, 그 소수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 나서면 받아들이지 않지만 정치에 관한 문제에서는 모든 사람이 참여하게 두는 겁니다. 왜냐하면 이 덕목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며, 그렇지 않으면 도시가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 플라톤, 『프로타고라스』 320c–322d.
토론하기
(1) 프로타고라스의 신화에서 제우스가 '수치'와 '정의'를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 준 이유는 무엇인가?
(2) 오늘날 시민적 덕목이나 공동체적 규범은 일부 사람만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3) 현대 사회에서 '수치'와 '정의'가 약화될 경우, 시민 모두가 발언하고 참여할 권리는 어떻게 영향을 받을까?
해설읽기
제우스가 '수치'와 '정의'를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 준 이유
프로타고라스의 신화는 네 단계로 전개된다. (1) 불멸자들만 존재하던 시절, (2) 필멸자들을 형성하는 시기, (3) 프로메테우스 형제의 실수와 대응, (4) 제우스의 명령과 공동체 형성이다. 처음에 세상에는 신들만 있었고, 인간을 포함한 어떤 필멸하는 생명도 없었다. 신들은 흙과 불, 그리고 그 혼합물로 생명들을 빚어냈는데, 당시 사람들은 불·공기·물·흙을 세계를 이루는 네 원소로 보았다.
생명체들에게 생존 수단을 나누는 임무는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 형제에게 주어졌다. 에피메테우스는 포식자 회피, 계절 변화 대응, 먹이 확보라는 세 단계를 기준으로 능력을 분배했지만, 결국 인간에게 돌아갈 몫을 남기지 못했다. 프로메테우스는 이를 수습하기 위해 아테나와 헤파이스토스의 작업장에서 불과 기술을 훔쳐 주었지만, 그것으로는 생활을 유지하는 실용적 기술만 얻었을 뿐, 공동체를 운영할 정치적 기술은 없었다.
제우스는 이런 상태로는 인간이 흩어져 멸망할 것이라 보고, 모든 사람에게 '수치'와 '정의'를 나누어 주도록 했다. 이는 의술처럼 일부 전문가만 가지면 되는 능력이 아니라, 공동체 존속을 위해 모든 구성원이 갖춰야 하는 보편적 덕목이었다. 제우스가 일부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나누도록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민적 덕목과 공동체적 규범의 보편성
프로타고라스의 연설 전반부는 '뮈토스' 형식을 띠고 있다. 뮈토스는 발화자가 입증 책임을 지지 않는 이야기, 즉 신화·전설·소문과 같은 유형에 속한다. 겉으로는 젊은 청중에게 흥미로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것 같지만, 실상은 나이든 현자의 이미지와 설득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장치다.
이 신화가 겨냥하는 것은 소크라테스의 첫 번째 주장, 곧 '시민적 덕은 교육 불가능하다'는 전제다. 소크라테스는 전문기술은 전문가에게만 조언을 구하고, 시민적 덕이 필요한 문제는 모든 사람에게 발언 기회를 주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는 덕이 가르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에 프로타고라스는 신화를 통해 반박한다. 수치와 정의는 일부가 아닌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졌고, 시민적 덕은 바로 이 두 덕목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시민적 덕목과 공동체적 규범은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며, 공동체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나 조언할 자격이 있다. 이 논리는 시민적 덕의 보편성을 정당화한다.
수치와 정의의 약화가 미치는 영향
신화의 맥락에서 수치와 정의는 단순한 개인의 도덕 감정이 아니라, 공동체 형성과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최소 조건이다. 이것이 약화되면, 인간은 기술적 수단만으로는 공동체를 지속할 수 없고, 모여도 곧 해를 끼치고 흩어지게 된다. 이는 고대 도시국가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현대 사회에서 수치와 정의가 사라진다면, 시민 모두가 발언하고 참여할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기 어려워진다. 발언권과 결정권이 일부에게만 집중되고, 나머지는 공동체 의사결정에서 배제된다. 그 결과 권력 불균형, 사회 갈등, 공동체 분열이 심화될 것이다. 반대로 이 덕목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면, 모든 구성원이 공동체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건강한 정치문화가 형성된다.
프로타고라스의 신화가 전하는 핵심은, 수치와 정의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골고루 분배되어야 공동체가 존속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보편 원리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와도 맞닿아 있다.
키워드
프로타고라스, 프로메테우스, 에피메테우스, 제우스, 수치, 정의
전후맥락
새벽에 자신을 찾아 온 히포크라테스와 함께 프로타고라스가 머물고 있는 칼리아스의 집에 도착한 소크라테스는 오래지 않아 프로타고라스를 만난다. 소크라테스는 히포크라테스를 소개하면서 그가 프로타고라스 당신으로부터 뭔가를 배우고 싶어하며 자기들과 사적으로 대화를 할지, 아니면 사람들을 불러 모아 공적인 자리를 가질지 묻자, 프로타고라스는 자신의 기량과 인기를 과시할 겸 모두가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자고 답한다. 청중들이 모였을 때, 프로타고라스는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다시금 묻는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히포크라테스가 프로타고라스로부터 배움을 청하고 있는데, 프로타고라스가 가르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프로타고라스는 자신과 함께 지내면 매일 '더 나은 자가 될 것'이라고 답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어떤 분야든 배우기만 한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때문에 다른 규정을 요구한다. 그러자 프로타고라스는 자신이 가르치는 것이 '잘 숙고하는 것Euboulia'이라 답을 하는데 소크라테스는 매우 놀라워하며 그렇다면 그것은 '좋은 시민을 만드는 것'이자 '정치적 기술'이며 '시민이 갖추어야 할 덕Arete'을 가리키는데, 자기는 평생 그걸 가르칠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면서 두 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첫 번째 근거는 공적 영역에서의 논거다. 가르칠 수 있는 것에 대한 조언이 필요한 경우, 사람들은 전문가를 모셔놓고 조언을 듣고,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조언하려 하면 비난이 주어지지만, 정치적 기술에 관련된 분야에 대해 조언이 필요한 경우 전문가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조언을 허용하고 비난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 근거는 사적 영역에서의 논거다. 그것은 아테네에서 가장 지혜롭고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페리클레스조차도 자신의 덕을 자식들에게 교육으로 전달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교육 가능한 것은 교사에게 맡겨 가르치게 되지만, 덕이라는 것은 그럴 수 없다. 소크라테스는 이 문제들에 대한 설명을 프로타고라스에게 요구한다.
고전본문
"...옛날 옛적에, 세상에는 신들만 있었고 죽을 운명을 지닌 생물은 아직 없었습니다. 그러나 때가 되어 이들도 태어나야 할 때가 오자, 신들은 땅속에서 흙과 불, 그리고 흙과 불로 섞어 만들 수 있는 것들을 모아 생명들을 만들었지요. 그리고 이들을 세상의 빛으로 이끌어 내기로 했을 때, 신들은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에게 각 생명에게 어울리는 능력과 특징을 골고루 나누어 주라고 명했습니다.
에피메테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먼저 자기가 분배를 맡게 해 달라고 부탁하며, '내가 다 나누고 나면, 형이 검토해줘'라고 말했어요. 그렇게 설득해 허락을 받고 그는 분배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힘이 센 동물에게는 속도를 주지 않았고, 약한 동물에게는 속도를 주었습니다. 어떤 동물은 날카로운 발톱이나 뿔 같은 무기로 무장시켰고, 무기가 없는 동물에게는 도망치거나 숨을 수 있는 다른 수단을 마련해 주었지요. 덩치가 작은 것은 날개를 달아 하늘로 피하게 하거나 땅속에 굴을 파고 살게 했고, 덩치가 큰 것은 그 몸 자체가 방패가 되게 했습니다.
이렇게 그는 각 종족이 멸종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췄습니다. 잡아먹는 동물은 새끼를 적게 낳게 하고, 잡아먹히는 동물은 새끼를 많이 낳게 했어요. 계절의 추위와 더위에 대비하도록 두꺼운 털과 단단한 가죽을 주어 겨울과 여름을 버틸 수 있게 했고, 잠잘 때는 그것이 이불이 되도록 했지요. 발굽이나 발톱을 달아주고, 먹이는 풀, 열매, 뿌리, 또는 다른 동물의 고기 등 다양하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에피메테우스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능력을 다 써버려서, 인간에게는 아무것도 남겨주지 못했습니다. 인간은 벌거벗은 채, 맨발에, 잠잘 자리도 무기도 없이 남았지요. 이때 프로메테우스가 상황을 확인하러 와 보니, 다른 동물은 모두 잘 갖춰져 있었지만 인간만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제 곧 인간이 세상에 나와야 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지요. 그는 인간을 구할 방법을 찾다가, 헤파이스토스와 아테나의 기술과 불을 훔쳐 주었습니다. 불이 없으면 기술을 얻을 수도, 쓸 수도 없었기 때문이예요. 이렇게 인간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활 기술은 갖게 되었지만, 사람들 사이를 다스리고 함께 살아가는 정치적 지혜는 갖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제우스 곁에 있었고, 올림포스에는 경비가 삼엄해 훔칠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인간들은 집, 옷, 신발, 이불, 음식은 마련했으나, 맹수들과 싸우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처음에 사람들은 흩어져 살았고, 약했기 때문에 짐승들에게 자주 잡아먹혔습니다. 생활을 위한 기술은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짐승과 싸우는 데는 충분하지 않았으니까요. 정치적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전쟁 기술은 정치적 기술의 일부분이지요), 사람들은 도시를 세워 함께 모여 살려고 했지만, 모이면 서로 해치고 불공평하게 대하여 다시 흩어지곤 했어요.
제우스는 인간 종족이 전멸할 것을 걱정하여, 헤르메스를 보내 '부끄러움'과 '정의'를 사람들에게 가져다 주게 했습니다. 이것이 있어야 도시가 질서를 잡고, 사람들 사이에 우정과 결속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헤르메스가 물었습니다. '주군이시여, 이 정의와 부끄러움을 다른 기술처럼 소수에게만 주어야 합니까? 예를 들어 의술처럼 한 사람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처럼 말입니다. 아니면 모두에게 나누어 주어야 합니까?' 제우스가 대답했다. '모두에게 나누어 주어라. 만약 소수만 가진다면 도시는 존속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법을 세워, '부끄러움'과 '정의'를 지킬 줄 모르는 자는 도시의 병폐로 여기고 죽이도록 하라.'
그래서, 소크라테스여, 이런 이유로 아테네 사람들을 비롯한 다른 이들은, 목수 기술이나 다른 장인의 기술에 대해서는 소수만이 조언할 수 있다고 여기고, 그 소수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 나서면 받아들이지 않지만 정치에 관한 문제에서는 모든 사람이 참여하게 두는 겁니다. 왜냐하면 이 덕목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며, 그렇지 않으면 도시가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 플라톤, 『프로타고라스』 320c–322d.
토론하기
(1) 프로타고라스의 신화에서 제우스가 '수치'와 '정의'를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 준 이유는 무엇인가?
(2) 오늘날 시민적 덕목이나 공동체적 규범은 일부 사람만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3) 현대 사회에서 '수치'와 '정의'가 약화될 경우, 시민 모두가 발언하고 참여할 권리는 어떻게 영향을 받을까?
해설읽기
제우스가 '수치'와 '정의'를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 준 이유
프로타고라스의 신화는 네 단계로 전개된다. (1) 불멸자들만 존재하던 시절, (2) 필멸자들을 형성하는 시기, (3) 프로메테우스 형제의 실수와 대응, (4) 제우스의 명령과 공동체 형성이다. 처음에 세상에는 신들만 있었고, 인간을 포함한 어떤 필멸하는 생명도 없었다. 신들은 흙과 불, 그리고 그 혼합물로 생명들을 빚어냈는데, 당시 사람들은 불·공기·물·흙을 세계를 이루는 네 원소로 보았다.
생명체들에게 생존 수단을 나누는 임무는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 형제에게 주어졌다. 에피메테우스는 포식자 회피, 계절 변화 대응, 먹이 확보라는 세 단계를 기준으로 능력을 분배했지만, 결국 인간에게 돌아갈 몫을 남기지 못했다. 프로메테우스는 이를 수습하기 위해 아테나와 헤파이스토스의 작업장에서 불과 기술을 훔쳐 주었지만, 그것으로는 생활을 유지하는 실용적 기술만 얻었을 뿐, 공동체를 운영할 정치적 기술은 없었다.
제우스는 이런 상태로는 인간이 흩어져 멸망할 것이라 보고, 모든 사람에게 '수치'와 '정의'를 나누어 주도록 했다. 이는 의술처럼 일부 전문가만 가지면 되는 능력이 아니라, 공동체 존속을 위해 모든 구성원이 갖춰야 하는 보편적 덕목이었다. 제우스가 일부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나누도록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민적 덕목과 공동체적 규범의 보편성
프로타고라스의 연설 전반부는 '뮈토스' 형식을 띠고 있다. 뮈토스는 발화자가 입증 책임을 지지 않는 이야기, 즉 신화·전설·소문과 같은 유형에 속한다. 겉으로는 젊은 청중에게 흥미로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것 같지만, 실상은 나이든 현자의 이미지와 설득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장치다.
이 신화가 겨냥하는 것은 소크라테스의 첫 번째 주장, 곧 '시민적 덕은 교육 불가능하다'는 전제다. 소크라테스는 전문기술은 전문가에게만 조언을 구하고, 시민적 덕이 필요한 문제는 모든 사람에게 발언 기회를 주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는 덕이 가르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에 프로타고라스는 신화를 통해 반박한다. 수치와 정의는 일부가 아닌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졌고, 시민적 덕은 바로 이 두 덕목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시민적 덕목과 공동체적 규범은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며, 공동체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나 조언할 자격이 있다. 이 논리는 시민적 덕의 보편성을 정당화한다.
수치와 정의의 약화가 미치는 영향
신화의 맥락에서 수치와 정의는 단순한 개인의 도덕 감정이 아니라, 공동체 형성과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최소 조건이다. 이것이 약화되면, 인간은 기술적 수단만으로는 공동체를 지속할 수 없고, 모여도 곧 해를 끼치고 흩어지게 된다. 이는 고대 도시국가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현대 사회에서 수치와 정의가 사라진다면, 시민 모두가 발언하고 참여할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기 어려워진다. 발언권과 결정권이 일부에게만 집중되고, 나머지는 공동체 의사결정에서 배제된다. 그 결과 권력 불균형, 사회 갈등, 공동체 분열이 심화될 것이다. 반대로 이 덕목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면, 모든 구성원이 공동체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건강한 정치문화가 형성된다.
프로타고라스의 신화가 전하는 핵심은, 수치와 정의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골고루 분배되어야 공동체가 존속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보편 원리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와도 맞닿아 있다.
키워드
프로타고라스, 프로메테우스, 에피메테우스, 제우스, 수치, 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