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장이와 진여는 진(陳)나라의 장군이었던 무신을 조(趙)나라 왕으로 세우고 장이는 우승상, 진여는 대장군이 되었다. 두 사람은 조왕을 보좌하여 조나라의 세력을 넓히고자 하였다. 그런데 진(秦)나라에서 조나라의 장수 이량을 설득해 조나라를 배신하게 하였다. 결심한 이량이 조나라를 공격해 조왕을 죽이자 장이와 진여는 간신히 병사를 이끌고 도주하였다. 두 사람은 조헐이란 사람을 새롭게 조왕으로 옹립하고 다시 세력을 규합하였지만, 진(秦)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하며 또 한 번 위기에 빠지게 된다.
고전본문
장이는 조왕과 함께 도망쳐 거록성(鉅鹿城)으로 들어갔으나 진(秦)나라 장수 왕리가 성을 포위했다. 진여는 북쪽으로 상산 땅의 병력을 취합하여 수만 명을 얻고는 거록성 북쪽에 주둔했다. …거록성 안의 식량은 고갈되고 병력은 적었다. 때문에 장이는 수차례 사람을 보내어 진여에게 전진하라고 하였다. 그러나 진여는 자신의 병력이 적어 진나라 군대를 대적할 수 없다고 판단해, 감히 전진하지 않았다. 수개월이 지나자 장이는 크게 분노하였다. 그는 진여를 원망하여 장염과 진택 두 사람을 진여에게 보내 그를 꾸짖었다.
“처음에 나와 그대는 목을 베어도 변치 않을 우정(문경지교)을 맺었소. 그런데 지금 왕과 내가 곧 죽을 지경인데도 그대는 수만 명의 병사를 끼고서 우리를 구원하려 하지 않으니, 서로를 위해 죽겠다는 그 의리는 어디에 있단 말이오? 만약 정말로 신의가 있다면 어찌 진나라 군대에 달려들어 함께 죽고자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열에 한두 사람은 목숨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오.”
진여가 답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군대를 전진시키면 결국 조나라를 구원하지 못하고, 헛되이 병력을 잃을 것이오. 또 내가 장이와 함께 죽고자 하지 않는 것은 살아서 조왕과 장이를 위하여 진나라에 복수하기 위해서 이오. 지금 함께 죽는다면 굶주린 호랑이에게 고기를 맡기는 것과 같을 뿐이니, 무슨 이로움이 있겠소?”
장염과 진택이 말했다.
“사태가 급박하니 함께 죽어 신의를 세울 것이지, 어찌 훗날을 생각한단 말입니까?”
진여가 말했다.
“나는 죽는 것이 무익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대들의 말을 따르겠소.”
그러고는 장염, 진택에게 병사 5천 명을 주고 먼저 진나라 군대를 공격하게 하였으나, 이내 모두 몰살당했다.
이때 연나라, 제나라, 초나라가 조나라의 위급함을 듣고 모두 구원하러 왔다. …제후들의 군대가 거록성을 포위하고 있던 진나라 군대를 공격하여 마침내 진나라 장수 왕리를 사로잡았다. …장이와 진여가 서로 만나자, 장이는 진여가 조나라를 구원하러 오지 않은 것을 책망하고, 또 앞서 보낸 장염과 진택의 소재를 물었다. 진여가 노하여 말했다.
“장염, 진택은 반드시 죽기를 각오해야 한다며 저를 책망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에게 병사 5천을 주어 먼저 진나라 군대를 공격하게 하였으나 모두 몰살당해 살아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장이는 이 말을 믿지 않고, 진여가 그들을 죽였다고 생각하여 수차례 진여를 문책했다. 이에 진여가 노하여 말했다.
“당신께서 저를 이토록 심하게 책망하실 줄 생각지 못했습니다! 제가 대장군의 직책을 버리기를 아쉬워할 줄 아십니까?”
그러고는 대장군의 인수(印綬)*를 풀고서 이를 장이에게 주었다. 장이는 놀라서 그 인수를 받지 않았고, 진여는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이때 한 사람이 장이에게 말했다.
“제가 듣기로 ‘하늘이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도리어 화를 입는다’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진여 장군이 장이님에게 장군의 인을 주었는데 받지 않으시니, 이는 하늘을 거스르는 것으로 상서롭지 못합니다. 어서 받으십시오.”
그 말을 듣고 장이가 장군의 인을 몸에 차고 진여 휘하의 병력을 거두었다. 진여가 화장실에 돌아와서는 장이가 장군의 인을 사양하지 않은 것을 원망하여 마침내 나라를 떠났다.
[중략: 그 후 진여는 병력을 모아 장이를 공격하자 패배한 장이는 한(漢)나라에 귀의했고, 진여는 다시 조나라 땅을 거둔 후 조나라 왕을 옹립한다.]
한나라가 동쪽으로 초나라를 공격하려 하여, 조나라에 사신을 보내 함께할 것을 요청했다. 진여가 “한나라가 장이를 죽인다면 따르겠소”라고 답했다. 이에 한나라 왕이 장이와 닮은 사람을 구해 죽인 뒤, 그 머리를 진여에게 보냈다. 그러자 진여가 병사를 보내 한나라를 도왔다. 그런데 한나라는 팽성 서쪽에서 패배하고, 진여 또한 장이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한나라를 배반했다. …다음 해 한나라는 장이와 한신을 보내 조나라를 격파하여 진여를 지수(泜水)에서 죽이고, 조왕 헐을 추격하여 양국 땅에서 죽였다. 한나라는 장이를 조나라 왕으로 세웠다.
*인수(印綬): 관직을 증명하는 도장(관인; 官印) 끝에 달린 끈.
-『사기』「장이진여열전」 중에서
토론하기
(1) 장이와 진여의 사이가 틀어지게 된 계기와 두 사람의 의견 차이에 대해 말해보자.
(2) 장이와 진여는 친구 사이에 지켜야 할 의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였는가? 또 본인은 무엇을 친구 사이에 지켜야 할 의리라고 생각하는가?
(3) 친구와 갑자기 멀어진 경험이 있다면 어떤 이유였는지 말해보고, 없다면 어떤 경우 친구 사이가 멀어지게 될지 상상해 보자.
해설읽기
진(秦)나라 말기는 몹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진나라가 쇠락하자 진섭이 봉기하여 진(陳)나라를 세운 이후로, 중국 각지에서 여러 세력들이 진(秦)나라를 반대하여 우후죽순 일어났다. 문경지교를 맺은 장이와 진여는 진섭에 합류하여 여러 조언과 계책을 올렸다. 그러나 진섭은 두 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왕위에 오르고, 땅을 빼앗고 사람을 죽이는 등 무도한 행동을 하였으며, 또 두 사람을 장수로 중용하지 않았으므로 점차 진섭과 소홀해졌다. 그래서 진(陳)나라 장수였던 무신을 조나라 왕으로 옹립하여, 각각 우승상과 대장군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두 사람은 조나라를 이끌고 천하를 태평하게 한다는 큰 목적을 함께 꿈꿨으니, 이때까지 두 사람이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끈끈했다.
그러나 진(秦)나라의 공세로 조나라가 큰 위험에 빠지자 상황이 급변한다. 장이는 조왕과 함께 진나라 군대에 의해 포위되고 만다. 죽음을 목전에 둔 장이는 사람을 보내어 진여에게 구원을 요청했지만, 진여는 현재 병력으로는 진나라 군대를 깨트리고 장이를 구원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구원병을 보내지 않았다. 다행히 다른 여러 나라들의 구원병이 도착하여 장이는 구출되었으나, 이 일을 계기로 진여에 대한 장의의 믿음이 깨지게 되었다.
반면 진여는 함께 죽는 것보다 살아남아 장이의 원한을 갚는 것이 더 유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장이가 보낸 장염과 진택의 의견을 존중해 병력을 나눠주었는데, 정작 살아온 장이는 진여를 크게 질책할뿐더러, 심지어 장염과 진택마저 죽였다고 오해하였다. 그러자 화가 난 진여는 홧김에 대장군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하게 된다. 아마 그는 진심으로 장군직을 포기하고 조나라를 떠날 생각을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장이가 자신을 붙잡아주길 바라는 심정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장이가 이를 받아들이니 이로써 장이에 대한 진여의 믿음마저 깨지게 되고, 두 사람의 문경지교는 끝을 맺게 된다.
절친했던 두 사람의 관계가 깨지게된 이유는 의리에 대한 생각의 차이에 있다. 장이는 말 그대로 죽음을 불사하는 것이 진정한 의리라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그는 진여가 자신을 구할 수 없고 오히려 함께 죽게 될 뿐이라고 하여도 구하러 왔어야 한다고 여긴 것이다. 그러나 진여는 친구의 뜻을 이뤄주는 것이 진정한 의리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진(秦)나라에 맞서 싸웠다. 진여는 진나라를 물리치고 장이의 원수를 갚는 것이 친구의 진정한 뜻을 이루는 길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혼자라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결심했던 것이다. 이러한 견해 차이로부터 두 사람의 신의가 깨지게 되었으며, 원수가 되어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자 하게 되었다.
장이와 진여의 이야기는 절친한 사이를 뜻하는 문경지교의 유래이면서도 동시에 문경지교의 파국을 다루고 있어, 오늘날 독자로 하여금 과연 진정한 친구란 무엇인지, 또는 친구 사이의 의리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끔 한다.
키워드
『사기』, 장이, 진여, 문경지교, 관계
전후맥락
장이와 진여는 진(陳)나라의 장군이었던 무신을 조(趙)나라 왕으로 세우고 장이는 우승상, 진여는 대장군이 되었다. 두 사람은 조왕을 보좌하여 조나라의 세력을 넓히고자 하였다. 그런데 진(秦)나라에서 조나라의 장수 이량을 설득해 조나라를 배신하게 하였다. 결심한 이량이 조나라를 공격해 조왕을 죽이자 장이와 진여는 간신히 병사를 이끌고 도주하였다. 두 사람은 조헐이란 사람을 새롭게 조왕으로 옹립하고 다시 세력을 규합하였지만, 진(秦)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하며 또 한 번 위기에 빠지게 된다.
고전본문
장이는 조왕과 함께 도망쳐 거록성(鉅鹿城)으로 들어갔으나 진(秦)나라 장수 왕리가 성을 포위했다. 진여는 북쪽으로 상산 땅의 병력을 취합하여 수만 명을 얻고는 거록성 북쪽에 주둔했다. …거록성 안의 식량은 고갈되고 병력은 적었다. 때문에 장이는 수차례 사람을 보내어 진여에게 전진하라고 하였다. 그러나 진여는 자신의 병력이 적어 진나라 군대를 대적할 수 없다고 판단해, 감히 전진하지 않았다. 수개월이 지나자 장이는 크게 분노하였다. 그는 진여를 원망하여 장염과 진택 두 사람을 진여에게 보내 그를 꾸짖었다.
“처음에 나와 그대는 목을 베어도 변치 않을 우정(문경지교)을 맺었소. 그런데 지금 왕과 내가 곧 죽을 지경인데도 그대는 수만 명의 병사를 끼고서 우리를 구원하려 하지 않으니, 서로를 위해 죽겠다는 그 의리는 어디에 있단 말이오? 만약 정말로 신의가 있다면 어찌 진나라 군대에 달려들어 함께 죽고자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열에 한두 사람은 목숨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오.”
진여가 답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군대를 전진시키면 결국 조나라를 구원하지 못하고, 헛되이 병력을 잃을 것이오. 또 내가 장이와 함께 죽고자 하지 않는 것은 살아서 조왕과 장이를 위하여 진나라에 복수하기 위해서 이오. 지금 함께 죽는다면 굶주린 호랑이에게 고기를 맡기는 것과 같을 뿐이니, 무슨 이로움이 있겠소?”
장염과 진택이 말했다.
“사태가 급박하니 함께 죽어 신의를 세울 것이지, 어찌 훗날을 생각한단 말입니까?”
진여가 말했다.
“나는 죽는 것이 무익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대들의 말을 따르겠소.”
그러고는 장염, 진택에게 병사 5천 명을 주고 먼저 진나라 군대를 공격하게 하였으나, 이내 모두 몰살당했다.
이때 연나라, 제나라, 초나라가 조나라의 위급함을 듣고 모두 구원하러 왔다. …제후들의 군대가 거록성을 포위하고 있던 진나라 군대를 공격하여 마침내 진나라 장수 왕리를 사로잡았다. …장이와 진여가 서로 만나자, 장이는 진여가 조나라를 구원하러 오지 않은 것을 책망하고, 또 앞서 보낸 장염과 진택의 소재를 물었다. 진여가 노하여 말했다.
“장염, 진택은 반드시 죽기를 각오해야 한다며 저를 책망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에게 병사 5천을 주어 먼저 진나라 군대를 공격하게 하였으나 모두 몰살당해 살아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장이는 이 말을 믿지 않고, 진여가 그들을 죽였다고 생각하여 수차례 진여를 문책했다. 이에 진여가 노하여 말했다.
“당신께서 저를 이토록 심하게 책망하실 줄 생각지 못했습니다! 제가 대장군의 직책을 버리기를 아쉬워할 줄 아십니까?”
그러고는 대장군의 인수(印綬)*를 풀고서 이를 장이에게 주었다. 장이는 놀라서 그 인수를 받지 않았고, 진여는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이때 한 사람이 장이에게 말했다.
“제가 듣기로 ‘하늘이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도리어 화를 입는다’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진여 장군이 장이님에게 장군의 인을 주었는데 받지 않으시니, 이는 하늘을 거스르는 것으로 상서롭지 못합니다. 어서 받으십시오.”
그 말을 듣고 장이가 장군의 인을 몸에 차고 진여 휘하의 병력을 거두었다. 진여가 화장실에 돌아와서는 장이가 장군의 인을 사양하지 않은 것을 원망하여 마침내 나라를 떠났다.
[중략: 그 후 진여는 병력을 모아 장이를 공격하자 패배한 장이는 한(漢)나라에 귀의했고, 진여는 다시 조나라 땅을 거둔 후 조나라 왕을 옹립한다.]
한나라가 동쪽으로 초나라를 공격하려 하여, 조나라에 사신을 보내 함께할 것을 요청했다. 진여가 “한나라가 장이를 죽인다면 따르겠소”라고 답했다. 이에 한나라 왕이 장이와 닮은 사람을 구해 죽인 뒤, 그 머리를 진여에게 보냈다. 그러자 진여가 병사를 보내 한나라를 도왔다. 그런데 한나라는 팽성 서쪽에서 패배하고, 진여 또한 장이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한나라를 배반했다. …다음 해 한나라는 장이와 한신을 보내 조나라를 격파하여 진여를 지수(泜水)에서 죽이고, 조왕 헐을 추격하여 양국 땅에서 죽였다. 한나라는 장이를 조나라 왕으로 세웠다.
*인수(印綬): 관직을 증명하는 도장(관인; 官印) 끝에 달린 끈.
-『사기』「장이진여열전」 중에서
토론하기
(1) 장이와 진여의 사이가 틀어지게 된 계기와 두 사람의 의견 차이에 대해 말해보자.
(2) 장이와 진여는 친구 사이에 지켜야 할 의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였는가? 또 본인은 무엇을 친구 사이에 지켜야 할 의리라고 생각하는가?
(3) 친구와 갑자기 멀어진 경험이 있다면 어떤 이유였는지 말해보고, 없다면 어떤 경우 친구 사이가 멀어지게 될지 상상해 보자.
해설읽기
진(秦)나라 말기는 몹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진나라가 쇠락하자 진섭이 봉기하여 진(陳)나라를 세운 이후로, 중국 각지에서 여러 세력들이 진(秦)나라를 반대하여 우후죽순 일어났다. 문경지교를 맺은 장이와 진여는 진섭에 합류하여 여러 조언과 계책을 올렸다. 그러나 진섭은 두 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왕위에 오르고, 땅을 빼앗고 사람을 죽이는 등 무도한 행동을 하였으며, 또 두 사람을 장수로 중용하지 않았으므로 점차 진섭과 소홀해졌다. 그래서 진(陳)나라 장수였던 무신을 조나라 왕으로 옹립하여, 각각 우승상과 대장군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두 사람은 조나라를 이끌고 천하를 태평하게 한다는 큰 목적을 함께 꿈꿨으니, 이때까지 두 사람이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끈끈했다.
그러나 진(秦)나라의 공세로 조나라가 큰 위험에 빠지자 상황이 급변한다. 장이는 조왕과 함께 진나라 군대에 의해 포위되고 만다. 죽음을 목전에 둔 장이는 사람을 보내어 진여에게 구원을 요청했지만, 진여는 현재 병력으로는 진나라 군대를 깨트리고 장이를 구원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구원병을 보내지 않았다. 다행히 다른 여러 나라들의 구원병이 도착하여 장이는 구출되었으나, 이 일을 계기로 진여에 대한 장의의 믿음이 깨지게 되었다.
반면 진여는 함께 죽는 것보다 살아남아 장이의 원한을 갚는 것이 더 유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장이가 보낸 장염과 진택의 의견을 존중해 병력을 나눠주었는데, 정작 살아온 장이는 진여를 크게 질책할뿐더러, 심지어 장염과 진택마저 죽였다고 오해하였다. 그러자 화가 난 진여는 홧김에 대장군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하게 된다. 아마 그는 진심으로 장군직을 포기하고 조나라를 떠날 생각을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장이가 자신을 붙잡아주길 바라는 심정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장이가 이를 받아들이니 이로써 장이에 대한 진여의 믿음마저 깨지게 되고, 두 사람의 문경지교는 끝을 맺게 된다.
절친했던 두 사람의 관계가 깨지게된 이유는 의리에 대한 생각의 차이에 있다. 장이는 말 그대로 죽음을 불사하는 것이 진정한 의리라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그는 진여가 자신을 구할 수 없고 오히려 함께 죽게 될 뿐이라고 하여도 구하러 왔어야 한다고 여긴 것이다. 그러나 진여는 친구의 뜻을 이뤄주는 것이 진정한 의리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진(秦)나라에 맞서 싸웠다. 진여는 진나라를 물리치고 장이의 원수를 갚는 것이 친구의 진정한 뜻을 이루는 길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혼자라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결심했던 것이다. 이러한 견해 차이로부터 두 사람의 신의가 깨지게 되었으며, 원수가 되어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자 하게 되었다.
장이와 진여의 이야기는 절친한 사이를 뜻하는 문경지교의 유래이면서도 동시에 문경지교의 파국을 다루고 있어, 오늘날 독자로 하여금 과연 진정한 친구란 무엇인지, 또는 친구 사이의 의리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끔 한다.
키워드
『사기』, 장이, 진여, 문경지교,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