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아래는 중국 전국시대 법가 사상가인 한비 학파의 학설을 담은 『한비자(韓非子)』「세난(說難)」편에 수록된 이야기이다. 미자하는 중국 춘추시대에 아름다움으로 유명했던 신하이다. 그는 미모로 위(衛)나라 군주의 총애를 얻게 되어 군주와 매우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고전본문
옛날에 미자하가 위(衛)나라 군주에게 총애를 받고 있었다. 위나라의 법에 따르면 몰래 군주의 수레를 타는 것은 발을 자르는 죄에 해당했다. 어느 날 미자하의 어머니가 병이 들었다. 어떤 사람이 이 사실을 듣고 밤중에 미자하에게 알리니, 미자하는 제멋대로 군주의 수레를 훔쳐 타고 어머니를 만나러 나간 일이 있었다. 이후 군주가 이를 듣고 미자하를 어질게 여겨 말했다.
“효자로구나! 어머니를 위하는 마음으로 발이 잘리는 죄도 잊어버렸도다.”
다른 날, 미자하는 위나라 군주와 함께 과수원에서 노닐었다. 그가 복숭아를 먹어보니 맛이 달콤했다. 그래서 다 먹지 않고 그 절반을 군주에게 먹였다. 위나라 군주가 말했다.
“나를 사랑하는구나! 복숭아의 달콤한 맛을 잊고 과인에게 먹이는도다.”
이후 미자하의 아름다움이 시들어 군주가 그를 총애하지 않게 되었다. 미자하가 군주에게 죄를 짓자 군주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자하는 이전에 제멋대로 내 수레를 훔쳐 탔고, 또 내게 먹다 남은 복숭아를 먹이기도 하였다.”
-『한비자 』「세난」 중에서
토론하기
(1) 미자하의 행동에 대한 위나라 군주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으며, 그렇게 바뀌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2) 다른 사람과의 관계 변화에 있어서 감정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각자 의견을 말해보자.
(3) 이 이야기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시대적 배경과 군신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추론해 보자.
해설읽기
주지하다시피 과거 중국 사회는 군주와 신하 간의 엄격한 위계질서가 존재하였다. 이 점을 염두에 둘 때 이야기 속에서 미자하의 행동은 어떤 의미를 가졌을까?
먼저 미자하는 군주의 수레를 타고 나간다. 수레는 특정 계층만이 소유할 수 있는 귀한 탈것이었고, 작위에 따라 소유할 수 있는 수레의 대수 또한 엄격히 정해져 있었다. 그러므로 미자하가 군주의 수레를 타고 밤중에 허가 없이 궁궐 밖으로 나간 것은 당시 사회에서 중범죄에 해당한다. 또 한편 그는 군주에게 먹던 복숭아를 건네기도 한다. 오늘날에도 친밀하지 않은 사이에 이미 입을 댄 음식을 권하는 것은 무례한데, 당시 신하가 군주에게 그런 행동을 한 것은 더욱 심각한 무례였다. 군주가 곧 법의 제정자이자 집행자였던 고대 사회에서 군주에 대한 무례한 행동은 중죄로 처벌될 수 있었다.
이처럼 미자하의 행동은 당시 사회의 법과 상식에 따르면 잘못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위나라 군주는 미자하의 행동을 처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미자하를 매우 총애하여, 미자하의 모든 행동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레를 훔쳐 탄 일은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효심으로, 복숭아를 건넨 일은 군주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후 미자하에 대한 군주의 애정이 식어버리자 상황은 정반대가 된다. 위나라 군주는 미자하가 죄를 저지르자 바로 그 죄를 추궁하면서, 동시에 과거에 있었던 일을 다시 언급한다. 앞서 효심과 사랑으로 생각되었던 미자하의 행동은 법을 위반하고 군주에게 무례를 범한 일로 재해석된 것이다. 사실 미자하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군주의 평가가 바뀌게 된 것은, 미자하에 대한 군주의 감정이 변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감정의 변화가 관계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할 때는 그의 실수가 인간적인 면모로 느껴지지만, 그를 싫어할 때는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기 어렵게 된다. 혹 내가 스트레스에 쌓여 우울하고 화가 난다면, 평소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조차 퉁명스럽게 대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미자하의 이야기는 감정의 변화가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오늘날 우리에게도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거리가 있다. 이 책의 편찬자는 왜 미자하의 이야기를 통해 위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을까? 그 단서는 고대 중국 사회가 엄격한 신분사회였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미자하의 사례에서 보듯 군주는 법의 제정자이자 집행자였다. 만약 군주가 신하를 총애한다면 법을 위배하였더라도 용서받을 수 있고, 반대로 신하를 미워한다면 작은 실수라도 엄격하게 처벌할 수 있었다. 이처럼 과거에는 군주의 감정에 따른 의사결정이 빈번했다.
그렇기에 신하들은 군주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안 됐다. 똑같은 말과 행동이라도 신하에 대한 군주의 호감도에 따라, 혹은 군주의 기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곧 신하가 군주를 대면할 때는 그 말과 행동이 올바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군주의 감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단순한 처세술일 뿐 아니라, 신하로서 목숨을 부지하는 생존술인 셈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편찬자는 미자하의 이야기를 통해, 신하가 군주의 호감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군주의 기분에 맞추어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당시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키워드
『한비자』, 미자하, 감정, 군신관계
전후맥락
아래는 중국 전국시대 법가 사상가인 한비 학파의 학설을 담은 『한비자(韓非子)』「세난(說難)」편에 수록된 이야기이다. 미자하는 중국 춘추시대에 아름다움으로 유명했던 신하이다. 그는 미모로 위(衛)나라 군주의 총애를 얻게 되어 군주와 매우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고전본문
옛날에 미자하가 위(衛)나라 군주에게 총애를 받고 있었다. 위나라의 법에 따르면 몰래 군주의 수레를 타는 것은 발을 자르는 죄에 해당했다. 어느 날 미자하의 어머니가 병이 들었다. 어떤 사람이 이 사실을 듣고 밤중에 미자하에게 알리니, 미자하는 제멋대로 군주의 수레를 훔쳐 타고 어머니를 만나러 나간 일이 있었다. 이후 군주가 이를 듣고 미자하를 어질게 여겨 말했다.
“효자로구나! 어머니를 위하는 마음으로 발이 잘리는 죄도 잊어버렸도다.”
다른 날, 미자하는 위나라 군주와 함께 과수원에서 노닐었다. 그가 복숭아를 먹어보니 맛이 달콤했다. 그래서 다 먹지 않고 그 절반을 군주에게 먹였다. 위나라 군주가 말했다.
“나를 사랑하는구나! 복숭아의 달콤한 맛을 잊고 과인에게 먹이는도다.”
이후 미자하의 아름다움이 시들어 군주가 그를 총애하지 않게 되었다. 미자하가 군주에게 죄를 짓자 군주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자하는 이전에 제멋대로 내 수레를 훔쳐 탔고, 또 내게 먹다 남은 복숭아를 먹이기도 하였다.”
-『한비자 』「세난」 중에서
토론하기
(1) 미자하의 행동에 대한 위나라 군주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으며, 그렇게 바뀌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2) 다른 사람과의 관계 변화에 있어서 감정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각자 의견을 말해보자.
(3) 이 이야기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시대적 배경과 군신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추론해 보자.
해설읽기
주지하다시피 과거 중국 사회는 군주와 신하 간의 엄격한 위계질서가 존재하였다. 이 점을 염두에 둘 때 이야기 속에서 미자하의 행동은 어떤 의미를 가졌을까?
먼저 미자하는 군주의 수레를 타고 나간다. 수레는 특정 계층만이 소유할 수 있는 귀한 탈것이었고, 작위에 따라 소유할 수 있는 수레의 대수 또한 엄격히 정해져 있었다. 그러므로 미자하가 군주의 수레를 타고 밤중에 허가 없이 궁궐 밖으로 나간 것은 당시 사회에서 중범죄에 해당한다. 또 한편 그는 군주에게 먹던 복숭아를 건네기도 한다. 오늘날에도 친밀하지 않은 사이에 이미 입을 댄 음식을 권하는 것은 무례한데, 당시 신하가 군주에게 그런 행동을 한 것은 더욱 심각한 무례였다. 군주가 곧 법의 제정자이자 집행자였던 고대 사회에서 군주에 대한 무례한 행동은 중죄로 처벌될 수 있었다.
이처럼 미자하의 행동은 당시 사회의 법과 상식에 따르면 잘못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위나라 군주는 미자하의 행동을 처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미자하를 매우 총애하여, 미자하의 모든 행동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레를 훔쳐 탄 일은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효심으로, 복숭아를 건넨 일은 군주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후 미자하에 대한 군주의 애정이 식어버리자 상황은 정반대가 된다. 위나라 군주는 미자하가 죄를 저지르자 바로 그 죄를 추궁하면서, 동시에 과거에 있었던 일을 다시 언급한다. 앞서 효심과 사랑으로 생각되었던 미자하의 행동은 법을 위반하고 군주에게 무례를 범한 일로 재해석된 것이다. 사실 미자하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군주의 평가가 바뀌게 된 것은, 미자하에 대한 군주의 감정이 변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감정의 변화가 관계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할 때는 그의 실수가 인간적인 면모로 느껴지지만, 그를 싫어할 때는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기 어렵게 된다. 혹 내가 스트레스에 쌓여 우울하고 화가 난다면, 평소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조차 퉁명스럽게 대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미자하의 이야기는 감정의 변화가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오늘날 우리에게도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거리가 있다. 이 책의 편찬자는 왜 미자하의 이야기를 통해 위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을까? 그 단서는 고대 중국 사회가 엄격한 신분사회였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미자하의 사례에서 보듯 군주는 법의 제정자이자 집행자였다. 만약 군주가 신하를 총애한다면 법을 위배하였더라도 용서받을 수 있고, 반대로 신하를 미워한다면 작은 실수라도 엄격하게 처벌할 수 있었다. 이처럼 과거에는 군주의 감정에 따른 의사결정이 빈번했다.
그렇기에 신하들은 군주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안 됐다. 똑같은 말과 행동이라도 신하에 대한 군주의 호감도에 따라, 혹은 군주의 기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곧 신하가 군주를 대면할 때는 그 말과 행동이 올바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군주의 감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단순한 처세술일 뿐 아니라, 신하로서 목숨을 부지하는 생존술인 셈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편찬자는 미자하의 이야기를 통해, 신하가 군주의 호감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군주의 기분에 맞추어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당시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키워드
『한비자』, 미자하, 감정, 군신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