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의가 보편적인 가치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역사 속의 여러 문명 속에서 정의, 즉 올바름은 다양하게 이해되어 왔으며, 오늘날도 정의가 무엇인지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정의를 정의 내리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은 인간 본성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정의에 대한 탐구는 계속될 것이다. 이 셀 묶음에서는 역사적으로 제시되어 온 여러 정의에 대한 관념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우리 사회가 선택해야 할 정의관을 모색해 보도록 하자.
모어는 유토피아와 다른 나라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나라 간에 맺는 약속인 조약을 예를 들어 말한다. 모어에 따르면 유토피아인들은 타국과 조약을 맺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나라들은 그들 간의 약속을 하찮게 여기고 무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약의 법적 효력은 당사국들을 전혀 구속하지 못한다. 조약을 체결하기 위해서 파견되는 전권 대사는 사기성 있는 문구를 넣는 것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들이 조약에 대해서 이런 태도를 갖는 것은 왕의 정의와 평민들이 지켜야 하는 정의가 다르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고전본문
온갖 종류의 정의는 이 세상에서 저급한 정신을 가진 자나 왕의 위대함에 걸맞는 위엄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평민들의 미덕을 가진자들에게서나 통용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는 적어도 두 종류의 정의가 있습니다. 하나는 비천하고 땅에서 기어다니는 정의로서, 인간의 더 저급한 부분에 불과한 것이어서, 많은 제약들에 의해서 강력하게 제어되어야 하고, 그것에 정해진 경계를 넘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정의는 왕의 특별한 덕성으로, 일반 대중보다 위대하기 때문에 더 자유로운 운신의 폭을 갖습니다. 그래서 합법적인 것과 불법적인 것은 오직 쾌락과 이익에 의해서만 판단을 받습니다. 유토피아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는 왕들의 습성은 유토피아인들로 하여금 그들에 대하여 신뢰를 저버리게 했고, 그들과는 어떤 연합도 도모하지 않도록 결정하게 합니다. 아마도 그들이 우리들과 함께 유럽에서 살았다면 그들의 마음을 바꾸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약들이 더욱 진정한 마음으로 지켜진다고 해도, 유토피아인들은 조약을 체결하기를 싫어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조약을 맺는다는 것은 나라들 사이에 자연적 유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나라들이 산과 강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모든 사람들이 적대적인 상태 속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조약을 맺지 않은 나라들에게 해를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약을 맺었다고 해도 그들은 적대적 관계를 끊어버리지 않습니다.
[출전] 토마스 모어, 『유토피아』 제2권
토론하기
(1) 본문 언급된 왕의 정의와 평민의 정의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해 보자.
(2) 정의라는 덕성이 사람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3) 우리 사회에서 특정 집단들이 생각하는 정의에 대한 관념이 다른 경우를 찾아보자.
해설읽기
정의, 곧 올바름이라는 덕은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 덕이 사람에 따라 다른 개념으로 이해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올바름의 개념은 시대나 장소에 따라서 다소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정치적, 사회적 공동체 안에서 올바름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면 사회는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본문에서 말하는 대로 왕의 정의가 따로 있고, 평민들의 정의가 따로 있다면 평민들은 왕의 정의를 불의하다고 생각하고 세상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만 왕의 입장에서는 플라톤의 『국가』편에 나오는 트라시마코스의 주장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는 말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이익에 따라서 정의가 결정된다면, 왕이 생각하는 정의는 매우 불안정한 정의이다. 올바름의 기준이 매번 바뀐다면 그런 정의관을 가진 사람과 어떻게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겠는가? 모어가 생각하는 정의는 왕에게도 평민에게도 모두 적용되는 것이어야 한다. 유토피아인들이 조약을 체결하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는 왕이 올바름의 덕성에 따라서 행동하지 않고 이익에 따라서 행동하기 때문이다. 올바른 덕성을 갖춘자는 이웃 나라들과 자연스러운 유대를 가질 것이고 굳이 조약을 맺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보편적인 정의의 덕성을 갖추지 못한 왕들 사이에서 약속을 의미가 없다. 따라서 나라들 사이에서는 자연적 경계가 적대 상태에 대한 상징이 된다. 모어는 한 사회 공동체 안에서건, 나라들 사이에서건 올바름에 대한 공통된 개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개념은 이해 관계를 넘어서는 것이어야 하고, 사람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정의에 대한 올바른 정의에 기초해서만이 이상적인 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다.
키워드
왕의 정의, 유토피아, 정의, 조약, 평민의 정의
전후맥락
모어는 유토피아와 다른 나라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나라 간에 맺는 약속인 조약을 예를 들어 말한다. 모어에 따르면 유토피아인들은 타국과 조약을 맺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나라들은 그들 간의 약속을 하찮게 여기고 무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약의 법적 효력은 당사국들을 전혀 구속하지 못한다. 조약을 체결하기 위해서 파견되는 전권 대사는 사기성 있는 문구를 넣는 것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들이 조약에 대해서 이런 태도를 갖는 것은 왕의 정의와 평민들이 지켜야 하는 정의가 다르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고전본문
온갖 종류의 정의는 이 세상에서 저급한 정신을 가진 자나 왕의 위대함에 걸맞는 위엄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평민들의 미덕을 가진자들에게서나 통용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는 적어도 두 종류의 정의가 있습니다. 하나는 비천하고 땅에서 기어다니는 정의로서, 인간의 더 저급한 부분에 불과한 것이어서, 많은 제약들에 의해서 강력하게 제어되어야 하고, 그것에 정해진 경계를 넘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정의는 왕의 특별한 덕성으로, 일반 대중보다 위대하기 때문에 더 자유로운 운신의 폭을 갖습니다. 그래서 합법적인 것과 불법적인 것은 오직 쾌락과 이익에 의해서만 판단을 받습니다. 유토피아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는 왕들의 습성은 유토피아인들로 하여금 그들에 대하여 신뢰를 저버리게 했고, 그들과는 어떤 연합도 도모하지 않도록 결정하게 합니다. 아마도 그들이 우리들과 함께 유럽에서 살았다면 그들의 마음을 바꾸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약들이 더욱 진정한 마음으로 지켜진다고 해도, 유토피아인들은 조약을 체결하기를 싫어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조약을 맺는다는 것은 나라들 사이에 자연적 유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나라들이 산과 강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모든 사람들이 적대적인 상태 속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조약을 맺지 않은 나라들에게 해를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약을 맺었다고 해도 그들은 적대적 관계를 끊어버리지 않습니다.
[출전] 토마스 모어, 『유토피아』 제2권
토론하기
(1) 본문 언급된 왕의 정의와 평민의 정의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해 보자.
(2) 정의라는 덕성이 사람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3) 우리 사회에서 특정 집단들이 생각하는 정의에 대한 관념이 다른 경우를 찾아보자.
해설읽기
정의, 곧 올바름이라는 덕은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 덕이 사람에 따라 다른 개념으로 이해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올바름의 개념은 시대나 장소에 따라서 다소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정치적, 사회적 공동체 안에서 올바름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면 사회는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본문에서 말하는 대로 왕의 정의가 따로 있고, 평민들의 정의가 따로 있다면 평민들은 왕의 정의를 불의하다고 생각하고 세상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만 왕의 입장에서는 플라톤의 『국가』편에 나오는 트라시마코스의 주장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는 말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이익에 따라서 정의가 결정된다면, 왕이 생각하는 정의는 매우 불안정한 정의이다. 올바름의 기준이 매번 바뀐다면 그런 정의관을 가진 사람과 어떻게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겠는가? 모어가 생각하는 정의는 왕에게도 평민에게도 모두 적용되는 것이어야 한다. 유토피아인들이 조약을 체결하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는 왕이 올바름의 덕성에 따라서 행동하지 않고 이익에 따라서 행동하기 때문이다. 올바른 덕성을 갖춘자는 이웃 나라들과 자연스러운 유대를 가질 것이고 굳이 조약을 맺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보편적인 정의의 덕성을 갖추지 못한 왕들 사이에서 약속을 의미가 없다. 따라서 나라들 사이에서는 자연적 경계가 적대 상태에 대한 상징이 된다. 모어는 한 사회 공동체 안에서건, 나라들 사이에서건 올바름에 대한 공통된 개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개념은 이해 관계를 넘어서는 것이어야 하고, 사람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정의에 대한 올바른 정의에 기초해서만이 이상적인 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