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영혼에도 목소리가 있을까요? 동서고금의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사람들은 대개 영혼을 몸의 모습으로 상상해왔던 것 같습니다. 타일러는 수많은 전설과 민담 속에서 인간의 영혼이 흔히 희미한 인간 몸의 형체로 그려진다는 데 주목합니다. 타일러에 따르면, 세계 각지의 다양한 전설과 민담에서 영혼은 공기처럼 가벼운 신체의 모습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가령,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지상의 몸에서 해방됩니다. 그런데 그 영혼이 이승을 떠돌면서 산 사람들을 놀라게 하든, 아니면 천국이나 지옥 같은 사후 세계에 거주하든 간데, 영혼은 여전히 지상에서와 비슷한 몸의 형체로 인식된다는 점이 당연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지요. 타일러는 모든 단계의 문화에서 수집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그 점을 예시합니다. 그런데 영혼이 몸의 모습으로 상상된다면, 목소리는 어떨까요? 타일러의 아래 본문은 영혼의 목소리에 대한 동서고금의 이야기들을 예시하고 있습니다.
고전본문
하등 인종이 영혼의 성질을 어떻게 상상했는지 연구하고, 그리고 고등한 민족에 이르기까지 그러한 개념을 추적해보면, 상황에 따른 세부 사항들을 입수할 수 있습니다. 인류는 영혼 혹은 유령은 눈에 보이는 형태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널리 인정해왔는데, 사실상 그 둘을 위한 증거는 동일한 성격을 띱니다. 영혼이 꿈이나 환시 속에 나타날 때 말을 한다고 명백히 지각하는 사람들은, 유령의 목소리와 그 목소리가 나오는 유령의 형체가 객관적으로 실재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당연한 일로 여깁니다. 이것은 야만성에서 문명에 이르기까지, 살아있는 사람과의 영적 소통에 관한 일련의 서사들과 관련되는데, 그러한 현상의 주관성에 관한 좀 더 현대적 교리는 그러한 현상 자체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다르게 설명합니다. 어쨌든 한 가지 특별한 관념에 각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의 목소리를 나지막한 중얼거림, 찍찍거림, 혹은 휘파람 소리로, 이를테면 목소리의 유령으로 정의하는 경우입니다. 북아메리카의 알곤킨 인디언들은 죽은 자의 그림자 영혼이 귀뚜라미처럼 찍찍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죽은 자의 신성한 영은 살아있는 자들과 대화하기 위해 찾아와서 휘파람 소리 같은 음조로 그들의 말을 읊조리는데, 끼익거리는 소음에 의한 그러한 읊조림은 폴리네시아의 다른 곳에서도 언급됩니다. 줄루 족 점쟁이의 친밀한 영들은 조상의 마네스인데, 그들은 완전한 휘파람 소리에는 미치지 못하는 낮은 휘파람 같은 소리로 이야기하며, 그러한 까닭에 그들은 ‘이밀로치(imilozi)’ 혹은 휘파람을 부는 자들로 일컬어집니다. 이러한 관념들은 유령의 목소리를 ‘지저귐(twitter)’ 혹은 ‘가느다란 중얼거림’으로 표현한 고전적 묘사와 일치합니다.
영은 희미하게 지저귀며
연기처럼 땅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호메로스》 중에서-
레무스의 피흘리는 그림자가 침대로 다가와서
가느다란 소리로 이런 말을 중얼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오비디우스, 《로마의 축제들》 중에서-
영혼 혹은 유령의 속성이 다른 영적 존재들에까지 확대됨에 따라, 또한 그러한 발성(發聲)이 대체로 영매의 목소리를 통해 제시됨에 따라,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귀신의 언어 역시 나지막한 휘파람 소리나 중얼거림이라는 관념과 연결하고, 따라서 요술사들의 잘 알려진 관습인 속삭이거나 중얼거리는 주문, ‘강령술사의 속삭이는 소리’와 관련시키는데, 이들 요술사들에게는 이미 인용된 ‘중얼중얼(즉 찍찍거리며) 뇌까리는 마법사’라는 묘사가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출전] 에드워스 버넷 타일러,『원시 문화』
토론하기
(1) 사람들은 영혼이 어떤 소리를 낸다고 상상해왔나요?
(2)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자의 영혼이 억울한 사연을 말로 표현한다는 관념은 우리 문화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주제입니다. 내가 아는 민담이나 전설 중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서 이야기해 보세요.
(3)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죽은 자의 영혼이 말을 한다고 상상해왔습니다. 그리하여 죽은 자와 산 자의 ‘소통’도 가능하다고 여겨왔습니다. 소설가 한강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고 물음을 던졌는데요, 한 사회가 좀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약자의 목소리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러한 인물(들)을 떠올려보고, 그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할 것인지 상상해서 적어 보세요.
해설읽기
죽은 자의 영혼이 말을 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민담과 설화에서 되풀이해서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많은 이들은 유령이 말을 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겨왔습니다. 유령의 목소리는 살아있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또렷하고 분명하지는 않은 듯합니다. 나지막한 중얼거림, 찍찍거림, 휘파람 소리 같은 목소리가 유령의 목소리의 사례로 제시됩니다. 유령의 목소리를 묘사한 고전이 그것을 ‘지저귐(twitter)’으로 표현한 것은 흥미롭습니다. 지금은 소유주가 바뀌면서 서비스명이 바뀌었지만, 전 세계인들이 단문으로 활발히 소통하는 대표적인 SNS는 한때 ‘트위터’라고 불렸는데요, 당시 트위터의 로고는 파란 새 한 마리였지만, 타일러의 본문을 읽었다면 유령을 그 자리에 그려두어도 될 것 같습니다. 저마다 속삭이거나 중얼거리는 소리들, 각자의 자리에서 지저귀는 소리들이 모인 것이 ‘트위터’인데, 타일러에 따르면 애니미즘 철학자들에게는 이 세계 전체가 일종의 ‘트위터’일 것 같습니다. 이 세계는 영적인 존재들이 도처에 존재하며, 그 존재들은 저마다 목소리를 가지고 ‘지저귀고’ 있으니까요.
유령을 비롯해 다양한 영적 존재들이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니, 그러한 소리를 잘 포착하고 명료한 인간의 소리로 ‘번역’해주는 전문가 그룹도 생겨났습니다. 이른바 영매입니다. 타일러는 요술사들이 중얼중얼거리는 주문을 외우는 것도 유령의 목소리에 대한 대중의 관념과 무관하지 않다고 여깁니다.
산 사람과 마찬가지로 유령에게도 목소리가 있다는 관념은 영혼을 실체적인 물질적 존재로 취급하는 관습과도 연결됩니다. 위의 본문 다음 단락에서는 영혼의 물질성을 전제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제시됩니다. 가령 어떤 지역에서는 영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집이나 무덤이나 관에 구멍을 뚫는 관습이 있습니다. 유럽 농부들은 쾅 소리 나게 문을 닫으면 영혼이 문틀에 낄 수 있으니 조용히 문을 여닫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타일러가 볼 때, 영혼의 목소리에 관한 민담과 전설에서부터 영혼의 물질성을 가정하는 관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들은 영혼이 물질적 실체로 다루어지고 정의되는 사례에 해당합니다.
키워드
영혼의 목소리, 목소리의 유령, 조상의 마네스
전후맥락
영혼에도 목소리가 있을까요? 동서고금의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사람들은 대개 영혼을 몸의 모습으로 상상해왔던 것 같습니다. 타일러는 수많은 전설과 민담 속에서 인간의 영혼이 흔히 희미한 인간 몸의 형체로 그려진다는 데 주목합니다. 타일러에 따르면, 세계 각지의 다양한 전설과 민담에서 영혼은 공기처럼 가벼운 신체의 모습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가령,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지상의 몸에서 해방됩니다. 그런데 그 영혼이 이승을 떠돌면서 산 사람들을 놀라게 하든, 아니면 천국이나 지옥 같은 사후 세계에 거주하든 간데, 영혼은 여전히 지상에서와 비슷한 몸의 형체로 인식된다는 점이 당연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지요. 타일러는 모든 단계의 문화에서 수집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그 점을 예시합니다. 그런데 영혼이 몸의 모습으로 상상된다면, 목소리는 어떨까요? 타일러의 아래 본문은 영혼의 목소리에 대한 동서고금의 이야기들을 예시하고 있습니다.
고전본문
하등 인종이 영혼의 성질을 어떻게 상상했는지 연구하고, 그리고 고등한 민족에 이르기까지 그러한 개념을 추적해보면, 상황에 따른 세부 사항들을 입수할 수 있습니다. 인류는 영혼 혹은 유령은 눈에 보이는 형태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널리 인정해왔는데, 사실상 그 둘을 위한 증거는 동일한 성격을 띱니다. 영혼이 꿈이나 환시 속에 나타날 때 말을 한다고 명백히 지각하는 사람들은, 유령의 목소리와 그 목소리가 나오는 유령의 형체가 객관적으로 실재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당연한 일로 여깁니다. 이것은 야만성에서 문명에 이르기까지, 살아있는 사람과의 영적 소통에 관한 일련의 서사들과 관련되는데, 그러한 현상의 주관성에 관한 좀 더 현대적 교리는 그러한 현상 자체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다르게 설명합니다. 어쨌든 한 가지 특별한 관념에 각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의 목소리를 나지막한 중얼거림, 찍찍거림, 혹은 휘파람 소리로, 이를테면 목소리의 유령으로 정의하는 경우입니다. 북아메리카의 알곤킨 인디언들은 죽은 자의 그림자 영혼이 귀뚜라미처럼 찍찍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죽은 자의 신성한 영은 살아있는 자들과 대화하기 위해 찾아와서 휘파람 소리 같은 음조로 그들의 말을 읊조리는데, 끼익거리는 소음에 의한 그러한 읊조림은 폴리네시아의 다른 곳에서도 언급됩니다. 줄루 족 점쟁이의 친밀한 영들은 조상의 마네스인데, 그들은 완전한 휘파람 소리에는 미치지 못하는 낮은 휘파람 같은 소리로 이야기하며, 그러한 까닭에 그들은 ‘이밀로치(imilozi)’ 혹은 휘파람을 부는 자들로 일컬어집니다. 이러한 관념들은 유령의 목소리를 ‘지저귐(twitter)’ 혹은 ‘가느다란 중얼거림’으로 표현한 고전적 묘사와 일치합니다.
영은 희미하게 지저귀며
연기처럼 땅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호메로스》 중에서-
레무스의 피흘리는 그림자가 침대로 다가와서
가느다란 소리로 이런 말을 중얼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오비디우스, 《로마의 축제들》 중에서-
영혼 혹은 유령의 속성이 다른 영적 존재들에까지 확대됨에 따라, 또한 그러한 발성(發聲)이 대체로 영매의 목소리를 통해 제시됨에 따라,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귀신의 언어 역시 나지막한 휘파람 소리나 중얼거림이라는 관념과 연결하고, 따라서 요술사들의 잘 알려진 관습인 속삭이거나 중얼거리는 주문, ‘강령술사의 속삭이는 소리’와 관련시키는데, 이들 요술사들에게는 이미 인용된 ‘중얼중얼(즉 찍찍거리며) 뇌까리는 마법사’라는 묘사가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출전] 에드워스 버넷 타일러,『원시 문화』
토론하기
(1) 사람들은 영혼이 어떤 소리를 낸다고 상상해왔나요?
(2)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자의 영혼이 억울한 사연을 말로 표현한다는 관념은 우리 문화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주제입니다. 내가 아는 민담이나 전설 중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서 이야기해 보세요.
(3)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죽은 자의 영혼이 말을 한다고 상상해왔습니다. 그리하여 죽은 자와 산 자의 ‘소통’도 가능하다고 여겨왔습니다. 소설가 한강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고 물음을 던졌는데요, 한 사회가 좀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약자의 목소리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러한 인물(들)을 떠올려보고, 그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할 것인지 상상해서 적어 보세요.
해설읽기
죽은 자의 영혼이 말을 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민담과 설화에서 되풀이해서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많은 이들은 유령이 말을 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겨왔습니다. 유령의 목소리는 살아있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또렷하고 분명하지는 않은 듯합니다. 나지막한 중얼거림, 찍찍거림, 휘파람 소리 같은 목소리가 유령의 목소리의 사례로 제시됩니다. 유령의 목소리를 묘사한 고전이 그것을 ‘지저귐(twitter)’으로 표현한 것은 흥미롭습니다. 지금은 소유주가 바뀌면서 서비스명이 바뀌었지만, 전 세계인들이 단문으로 활발히 소통하는 대표적인 SNS는 한때 ‘트위터’라고 불렸는데요, 당시 트위터의 로고는 파란 새 한 마리였지만, 타일러의 본문을 읽었다면 유령을 그 자리에 그려두어도 될 것 같습니다. 저마다 속삭이거나 중얼거리는 소리들, 각자의 자리에서 지저귀는 소리들이 모인 것이 ‘트위터’인데, 타일러에 따르면 애니미즘 철학자들에게는 이 세계 전체가 일종의 ‘트위터’일 것 같습니다. 이 세계는 영적인 존재들이 도처에 존재하며, 그 존재들은 저마다 목소리를 가지고 ‘지저귀고’ 있으니까요.
유령을 비롯해 다양한 영적 존재들이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니, 그러한 소리를 잘 포착하고 명료한 인간의 소리로 ‘번역’해주는 전문가 그룹도 생겨났습니다. 이른바 영매입니다. 타일러는 요술사들이 중얼중얼거리는 주문을 외우는 것도 유령의 목소리에 대한 대중의 관념과 무관하지 않다고 여깁니다.
산 사람과 마찬가지로 유령에게도 목소리가 있다는 관념은 영혼을 실체적인 물질적 존재로 취급하는 관습과도 연결됩니다. 위의 본문 다음 단락에서는 영혼의 물질성을 전제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제시됩니다. 가령 어떤 지역에서는 영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집이나 무덤이나 관에 구멍을 뚫는 관습이 있습니다. 유럽 농부들은 쾅 소리 나게 문을 닫으면 영혼이 문틀에 낄 수 있으니 조용히 문을 여닫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타일러가 볼 때, 영혼의 목소리에 관한 민담과 전설에서부터 영혼의 물질성을 가정하는 관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들은 영혼이 물질적 실체로 다루어지고 정의되는 사례에 해당합니다.
키워드
영혼의 목소리, 목소리의 유령, 조상의 마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