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타일러는 광의의 종교 정의를 “영적인 존재들에 대한 믿음”으로 제시합니다. 영적인 존재에는 영혼, 유령, 귀신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타일러가 볼 때, 이러한 영적인 존재들에 대한 믿음이 종교의 본질입니다. 타일러는 처음에는 인간의 영혼에 대한 관념이 다른 존재에게까지 확장되어 동물이나 식물, 나아가 사물의 영혼에 대한 관념이 나타나게 된다고 봅니다.
아래의 단락은 동물의 영혼을 믿는 다양한 사례들을 다룹니다. 타일러는 문명화된 세계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절대적인 정신적 차이를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른바 ‘하등 인종들’에게서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에 대한 관념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여깁니다. 여기서 ‘하등 인종’이라는 표현이 낯설게 느껴질 텐데,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지식인인 타일러는 인류 문명이 낮은 것에서 고등한 쪽으로 발달해간다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유럽의 문명화된 사회를 고등 문명의 기준으로 삼고 북아메리카나 아시아, 아프리카의 수많은 부족들을 그보다 열등한 하등 인종으로 여기고 종종 ‘야만인’으로 일컬었습니다. 타일러는 문명화된 세계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절대적인 차이가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하등 인종에게서는 동물의 영혼에 대한 관념이 널리 나타난다고 여깁니다. 동물의 울음소리나 새소리를 인간의 언어처럼 느끼는 사람들은 동물에게도 영혼이 존재한다고 논리적으로 인정하는 것이지요.
고전본문
야만인들은 살아있거나 죽은 짐승들에게 마치 살아있거나 죽은 인간들에게 하듯 진지하게 말을 걸고, 경의를 표하며, 그들을 사냥하거나 죽여야 하는 괴로운 임무를 수행해야 할 때는 그들에게 양해를 구합니다. 북아메리카 인디언은 말이 마치 이성적인 존재인듯이 그를 설득할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방울뱀을 죽이면 그의 영이 복수할까봐 두려워서 그를 살려줄 것입니다. 다른 이들은 그 생물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그를 영들의 땅에서 온 친구로서 환영하며, 담배 한 꼬집을 공물로 그의 머리에 뿌리고, 그 꼬리를 잡아서 탁월한 솜씨로 처치한 뒤, 그 껍질을 전리품으로 가져갈 것입니다. 만약 어떤 인디언이 곰에게 공격받아서 갈기갈기 찢겼다면, 아마 다른 곰이 입은 상처를 복수하기 위해서 분노한 짐승이 의도적으로 그를 덮친 것입니다. 그 인디언들은 곰 한 마리를 죽이고 나면 죽은 곰에게 양해를 구하고, 혹은 심지어 그 곰이 자신을 살해한 자들과 평화의 담배를 함께 피움으로써 그 죄를 용서하게 만들 것인데, 곧 그들은 그 곰의 입에 담뱃대를 넣었다가 그것을 아래로 불어내면서, 그의 영이 복수하지 않기를 간청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의 카피르 족은 코끼리에게 자신들을 밟아 죽이지 않도록 간청하면서 코끼리를 사냥하고, 마침내 코끼리가 죽으면 그들은 고의로 그를 죽인 게 아니라고 단언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코끼리의 코를 묻을 텐데, 코끼리는 강력한 우두머리이며 그의 코는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그의 손이기 때문입니다. 콩고 사람들은 심지어 그러한 행위를 한 사냥꾼들에게 허위 공격을 함으로써 코끼리 살해를 복수할 것입니다. 그러한 관습은 아시아의 하등 부족들 사이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캄보디아의 스티엔 족은 그들이 죽인 짐승에게 용서를 빌며, 예소의 아이누 족은 곰을 죽이고 나면 죽은 곰에게 절을 하고서 그의 사체를 잘라냈습니다. 코리아크 족은 곰이나 늑대를 죽였을 경우에 그 가죽을 벗겨서 자기네 부족 가운데 한 사람에게 그것을 입힌 뒤, 자기들이 죽인 게 아니라고 변명하는 노래를 부르고, 특히 그 혐의를 러시아인에게 뒤집어씌우면서 그 주위에서 춤을 출 것입니다.[...]
인간과 짐승의 절대적인 정신적 차이에 관한 관념은 문명화된 세계에서는 너무나 일반적이지만, 하등 인종들에게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짐승과 새의 울음소리를 인간의 언어처럼 여기고 그들의 행동이 마치 인간의 생각에 의해 인도되는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사람에게와 마찬가지로 짐승과 새와 파충류에게도 영혼이 존재한다고 충분히 논리적으로 인정합니다. 하등 심리학은 인간 영혼의 탓으로 여겨지는 특징들, 곧 삶과 죽음, 의지와 판단, 그리고 환시나 꿈에서 보이는 혼령의 현상들을 짐승에게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명의 과정을 따라 도로 표지처럼 배열된 일련의 사실들은, 생전과 사후의 동물의 영혼에 관하여, 야만적 상태에서부터 계속 이어지는 견해의 역사를 보여주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모든 동물이 저마다 영을 가지고 있으며, 이 영들은 그들의 저세상을 가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캐나다에서 세상을 떠난 개의 영혼은 저세상에서 자기 주인을 섬겼다. 수족에게서 네 개의 영혼을 갖는 특권은 인간에게만 국한되지 않았고, 동물 중에서 가장 인간적인 곰도 그러한 특권을 누렸습니다. [...] 마오리 족 이야기꾼들은 개의 영이 망자들의 하데스인 레잉가(Reinga)로 내려가는 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다가스카르의 호바 족은 암본드롬베라고 불리는 남쪽의 큰 산에 거하는 짐승과 사람의 유령들이 가끔 밖으로 나와서 범죄자의 처형장이나 무덤에서 산책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캄차달 족은 모든 생물이, 심지어 가장 작은 파리조차 저승에서 다시 살아가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 카렌 족은 몸에서 나와 배회하다가 상처를 입곤 하는 영 혹은 인격적 생령의 교리를 사람과 동물에게 똑같이 적용합니다.
[출전]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원시 문화』
토론하기
(1) 동물에게 진지하게 말을 걸거나 동물에게 의례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일까요? 그러한 행동의 바탕에는 어떤 생각이 깔려 있을까요?
(2) 인간에게 영혼이 있다면 동물도 마찬가지로 영혼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느꼈던 순간이 있나요? 언제 그런 경험을 했나요?
(3) 인간과 동물의 절대적 차이만을 강조할 경우, 인간을 위해 동물을 마음껏 이용하는 일이 합리화될 수 있습니다. 만약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처럼 모든 동물이 저마다 영을 가지고 있다고 여길 경우, 동물에 대한 처우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생각해봅시다.
해설읽기
종교의 본질을 ‘영적인 존재들에 대한 믿음’으로 최소한도로 정의한 타일러는 인간의 영혼에 대한 믿음의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한 후, 동서고금의 인간 사회에서 동물의 영혼에 대한 생각이 어떠했는지를 다룹니다. 일단 타일러는 동물의 본성에 대해 문명화된 인간의 생각과 ‘야만인’의 생각이 매우 다르다고 전제합니다. 인류의 정신적 동질성을 가정하면서 다양한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진화 단계에서의 차이로 설명한 타일러는 동시대 유럽 사회를 기준으로 삼고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하등 인종 또는 야만인이나 미개인으로 지칭합니다.
타일러가 볼 때, 동물에게 마치 인간에게 하듯이 말을 걸고, 설득하기도 하고, 때로는 양해를 구하는 관습이 야만인들에게서는 흔히 발견됩니다. 어떤 이들은 말을 설득하려 합니다. 어떤 이들은 동물에게 인사를 합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동물을 친구처럼 대하다가 죽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죽이고 나면 용서나 양해를 구하는 의례를 수행합니다. 캄보디아의 스티엔족은 그들이 죽인 동물에게 용서를 빌었고, 예소의 아이누족은 곰의 고기를 잘라내기 전에 곰에게 절을 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왜 그러한 행동을 했을까요? 타일러는 이들 ‘야만인들’이 동물의 영혼을 믿었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을 한다고 여겼습니다. 이른바 하등 인종들은 인간과 동물의 절대적인 정신적 차이를 알지 못하며, 동물에게도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는다는 것이지요.
동물의 영혼에 대한 관념이 살아있는 동물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동물이 죽은 뒤 그 영혼이 어떻게 되는지에 관해, 이른바 하등 인종들 사이에서는 풍부한 이야기가 나타납니다. 캐나다의 원주민들은 개가 죽으면 그 개의 영혼이 저승에서도 자기 주인을 섬긴다고 말합니다. 마오리족은 개의 영혼도 저승으로 간다는 이야기합니다. 캄차달족은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저승으로 가서 거기서 다시 살아가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타일러는 동물뿐 아니라 식물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여기는 부족들의 사례도 기록합니다. 살아있는 인간과 죽은 인간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 영혼이라면, 인간은 물론이고 동물, 나아가 식물 안에도 생명의 원인인 영 혹은 영혼이 존재한다는 관념은 논리적으로 타당하게 여겨집니다. 그래서 타일러는 영적인 존재들을 상상하는 애니미즘을 자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일종의 원시 철학 혹은 원시 과학으로 그려냅니다.
한편, 타일러는 동물에게 영혼이 있다는 관념은 하등 인종에게 주로 나타나는 원시적 믿음이라고 주장합니다. 문명화된 세계의 교양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감상적인 허튼소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타일러는 문명화된 세계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절대적인 정신적 차이에 대한 인식이 일반적으로 나타난다고 여깁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인간과 동물의 절대적 차이보다는 연결성을 강조하는 논의들이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타일러가 하등 인종의 믿음의 사례로 제시한 내용들이 인간중심적인 세계관, 도구적인 자연관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인 생명 중심의 세계관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키워드
동물의 영혼, 원시 과학, 애니미즘
전후맥락
타일러는 광의의 종교 정의를 “영적인 존재들에 대한 믿음”으로 제시합니다. 영적인 존재에는 영혼, 유령, 귀신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타일러가 볼 때, 이러한 영적인 존재들에 대한 믿음이 종교의 본질입니다. 타일러는 처음에는 인간의 영혼에 대한 관념이 다른 존재에게까지 확장되어 동물이나 식물, 나아가 사물의 영혼에 대한 관념이 나타나게 된다고 봅니다.
아래의 단락은 동물의 영혼을 믿는 다양한 사례들을 다룹니다. 타일러는 문명화된 세계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절대적인 정신적 차이를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른바 ‘하등 인종들’에게서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에 대한 관념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여깁니다. 여기서 ‘하등 인종’이라는 표현이 낯설게 느껴질 텐데,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지식인인 타일러는 인류 문명이 낮은 것에서 고등한 쪽으로 발달해간다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유럽의 문명화된 사회를 고등 문명의 기준으로 삼고 북아메리카나 아시아, 아프리카의 수많은 부족들을 그보다 열등한 하등 인종으로 여기고 종종 ‘야만인’으로 일컬었습니다. 타일러는 문명화된 세계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절대적인 차이가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하등 인종에게서는 동물의 영혼에 대한 관념이 널리 나타난다고 여깁니다. 동물의 울음소리나 새소리를 인간의 언어처럼 느끼는 사람들은 동물에게도 영혼이 존재한다고 논리적으로 인정하는 것이지요.
고전본문
야만인들은 살아있거나 죽은 짐승들에게 마치 살아있거나 죽은 인간들에게 하듯 진지하게 말을 걸고, 경의를 표하며, 그들을 사냥하거나 죽여야 하는 괴로운 임무를 수행해야 할 때는 그들에게 양해를 구합니다. 북아메리카 인디언은 말이 마치 이성적인 존재인듯이 그를 설득할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방울뱀을 죽이면 그의 영이 복수할까봐 두려워서 그를 살려줄 것입니다. 다른 이들은 그 생물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그를 영들의 땅에서 온 친구로서 환영하며, 담배 한 꼬집을 공물로 그의 머리에 뿌리고, 그 꼬리를 잡아서 탁월한 솜씨로 처치한 뒤, 그 껍질을 전리품으로 가져갈 것입니다. 만약 어떤 인디언이 곰에게 공격받아서 갈기갈기 찢겼다면, 아마 다른 곰이 입은 상처를 복수하기 위해서 분노한 짐승이 의도적으로 그를 덮친 것입니다. 그 인디언들은 곰 한 마리를 죽이고 나면 죽은 곰에게 양해를 구하고, 혹은 심지어 그 곰이 자신을 살해한 자들과 평화의 담배를 함께 피움으로써 그 죄를 용서하게 만들 것인데, 곧 그들은 그 곰의 입에 담뱃대를 넣었다가 그것을 아래로 불어내면서, 그의 영이 복수하지 않기를 간청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의 카피르 족은 코끼리에게 자신들을 밟아 죽이지 않도록 간청하면서 코끼리를 사냥하고, 마침내 코끼리가 죽으면 그들은 고의로 그를 죽인 게 아니라고 단언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코끼리의 코를 묻을 텐데, 코끼리는 강력한 우두머리이며 그의 코는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그의 손이기 때문입니다. 콩고 사람들은 심지어 그러한 행위를 한 사냥꾼들에게 허위 공격을 함으로써 코끼리 살해를 복수할 것입니다. 그러한 관습은 아시아의 하등 부족들 사이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캄보디아의 스티엔 족은 그들이 죽인 짐승에게 용서를 빌며, 예소의 아이누 족은 곰을 죽이고 나면 죽은 곰에게 절을 하고서 그의 사체를 잘라냈습니다. 코리아크 족은 곰이나 늑대를 죽였을 경우에 그 가죽을 벗겨서 자기네 부족 가운데 한 사람에게 그것을 입힌 뒤, 자기들이 죽인 게 아니라고 변명하는 노래를 부르고, 특히 그 혐의를 러시아인에게 뒤집어씌우면서 그 주위에서 춤을 출 것입니다.[...]
인간과 짐승의 절대적인 정신적 차이에 관한 관념은 문명화된 세계에서는 너무나 일반적이지만, 하등 인종들에게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짐승과 새의 울음소리를 인간의 언어처럼 여기고 그들의 행동이 마치 인간의 생각에 의해 인도되는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사람에게와 마찬가지로 짐승과 새와 파충류에게도 영혼이 존재한다고 충분히 논리적으로 인정합니다. 하등 심리학은 인간 영혼의 탓으로 여겨지는 특징들, 곧 삶과 죽음, 의지와 판단, 그리고 환시나 꿈에서 보이는 혼령의 현상들을 짐승에게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명의 과정을 따라 도로 표지처럼 배열된 일련의 사실들은, 생전과 사후의 동물의 영혼에 관하여, 야만적 상태에서부터 계속 이어지는 견해의 역사를 보여주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모든 동물이 저마다 영을 가지고 있으며, 이 영들은 그들의 저세상을 가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캐나다에서 세상을 떠난 개의 영혼은 저세상에서 자기 주인을 섬겼다. 수족에게서 네 개의 영혼을 갖는 특권은 인간에게만 국한되지 않았고, 동물 중에서 가장 인간적인 곰도 그러한 특권을 누렸습니다. [...] 마오리 족 이야기꾼들은 개의 영이 망자들의 하데스인 레잉가(Reinga)로 내려가는 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다가스카르의 호바 족은 암본드롬베라고 불리는 남쪽의 큰 산에 거하는 짐승과 사람의 유령들이 가끔 밖으로 나와서 범죄자의 처형장이나 무덤에서 산책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캄차달 족은 모든 생물이, 심지어 가장 작은 파리조차 저승에서 다시 살아가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 카렌 족은 몸에서 나와 배회하다가 상처를 입곤 하는 영 혹은 인격적 생령의 교리를 사람과 동물에게 똑같이 적용합니다.
[출전]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원시 문화』
토론하기
(1) 동물에게 진지하게 말을 걸거나 동물에게 의례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일까요? 그러한 행동의 바탕에는 어떤 생각이 깔려 있을까요?
(2) 인간에게 영혼이 있다면 동물도 마찬가지로 영혼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느꼈던 순간이 있나요? 언제 그런 경험을 했나요?
(3) 인간과 동물의 절대적 차이만을 강조할 경우, 인간을 위해 동물을 마음껏 이용하는 일이 합리화될 수 있습니다. 만약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처럼 모든 동물이 저마다 영을 가지고 있다고 여길 경우, 동물에 대한 처우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생각해봅시다.
해설읽기
종교의 본질을 ‘영적인 존재들에 대한 믿음’으로 최소한도로 정의한 타일러는 인간의 영혼에 대한 믿음의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한 후, 동서고금의 인간 사회에서 동물의 영혼에 대한 생각이 어떠했는지를 다룹니다. 일단 타일러는 동물의 본성에 대해 문명화된 인간의 생각과 ‘야만인’의 생각이 매우 다르다고 전제합니다. 인류의 정신적 동질성을 가정하면서 다양한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진화 단계에서의 차이로 설명한 타일러는 동시대 유럽 사회를 기준으로 삼고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하등 인종 또는 야만인이나 미개인으로 지칭합니다.
타일러가 볼 때, 동물에게 마치 인간에게 하듯이 말을 걸고, 설득하기도 하고, 때로는 양해를 구하는 관습이 야만인들에게서는 흔히 발견됩니다. 어떤 이들은 말을 설득하려 합니다. 어떤 이들은 동물에게 인사를 합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동물을 친구처럼 대하다가 죽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죽이고 나면 용서나 양해를 구하는 의례를 수행합니다. 캄보디아의 스티엔족은 그들이 죽인 동물에게 용서를 빌었고, 예소의 아이누족은 곰의 고기를 잘라내기 전에 곰에게 절을 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왜 그러한 행동을 했을까요? 타일러는 이들 ‘야만인들’이 동물의 영혼을 믿었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을 한다고 여겼습니다. 이른바 하등 인종들은 인간과 동물의 절대적인 정신적 차이를 알지 못하며, 동물에게도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는다는 것이지요.
동물의 영혼에 대한 관념이 살아있는 동물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동물이 죽은 뒤 그 영혼이 어떻게 되는지에 관해, 이른바 하등 인종들 사이에서는 풍부한 이야기가 나타납니다. 캐나다의 원주민들은 개가 죽으면 그 개의 영혼이 저승에서도 자기 주인을 섬긴다고 말합니다. 마오리족은 개의 영혼도 저승으로 간다는 이야기합니다. 캄차달족은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저승으로 가서 거기서 다시 살아가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타일러는 동물뿐 아니라 식물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여기는 부족들의 사례도 기록합니다. 살아있는 인간과 죽은 인간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 영혼이라면, 인간은 물론이고 동물, 나아가 식물 안에도 생명의 원인인 영 혹은 영혼이 존재한다는 관념은 논리적으로 타당하게 여겨집니다. 그래서 타일러는 영적인 존재들을 상상하는 애니미즘을 자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일종의 원시 철학 혹은 원시 과학으로 그려냅니다.
한편, 타일러는 동물에게 영혼이 있다는 관념은 하등 인종에게 주로 나타나는 원시적 믿음이라고 주장합니다. 문명화된 세계의 교양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감상적인 허튼소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타일러는 문명화된 세계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절대적인 정신적 차이에 대한 인식이 일반적으로 나타난다고 여깁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인간과 동물의 절대적 차이보다는 연결성을 강조하는 논의들이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타일러가 하등 인종의 믿음의 사례로 제시한 내용들이 인간중심적인 세계관, 도구적인 자연관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인 생명 중심의 세계관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키워드
동물의 영혼, 원시 과학, 애니미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