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1789년 7월 14일 파리 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함락한 것은 프랑스혁명의 기점이 된 사건이었다. 울스턴크래프트는 바스티유가 함락되기 직전에 <인간의 권리 옹호>(1790)를 썼다. 30일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격정적으로 써내려 간 이 글은 단번에 울스턴크래프트를 유명하고 특별한 여성으로 만들어주었고, 이 작품의 성공으로 울스턴크래프트는 후속작인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쓸 용기를 얻게 되었다. <인간의 권리 옹호>에서 울스턴크래프트는 귀족계급과 세습적 특권에 반대했고, 인간이 합리적인 피조물로서 출생과 더불어 가지게 되는 천부인권을 지지했으며, 당대 영국의 정치 제도보다 급진적 이론들의 실험장이던 프랑스 혁명에 기대를 표명했다. 울스턴크래프트가 활동하던 당시는 유럽에서 부르주아 여성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쇠퇴하던 시기였다. 18세기까지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생산적인 일을 했다. 그러나 산업 자본주의 세력이 노동력을 사적 가정에서 공적 작업장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이러한 산업화는 천천히 그리고 계급에 따라 불균등하게 이루어졌다. 한편에는 생존을 위해 가정 밖에서 일을 해야만 했던 노동계급 백인 여성들을 대거 등장시켰고, 다른 한편에서는 하인 노동에 기대어 살며 집 안에서도 일을 해야 할 동기가 거의 없는 중상류층 백인 여성들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자신들을 부양하는 부유한 남편 혹은 아버지에 의존해 살았기 때문이다. <여성의 권리 옹호>에서 울스턴크래프트는 중상류층 여성들이 단순히 장식적인 역할에 수행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합리적인 정신을 갖도록 일찍부터 교육받을 때 국가 전체가 진일보하게 되리라는 믿음을 견지하고 논증했다.
고전본문
여성이 아름답지만 무익한 존재로 전락한 것은 잘못된 교육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의 이론적 토대가 된 것은 우리 여성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암컷으로 보고, 현모양처보다는 매력적인 연인으로 만들려고 한 남성학자들의 저술들이었다. 오늘날 문명 세계의 거의 모든 여성이 드높은 이상을 품거나 능력과 미덕을 발휘해 세상의 존경을 받으려 하기보다는 남자의 사랑만을 탐내는 존재로 살아가는 건 바로 여성을 성적인 존재로만 보는 이 허울 좋은 경의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가장 좋은 교육은 신체를 단련하고 감성을 육성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도록 이성을 훈련하는 과정일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아이들이 독립적인 인간이 되도록 도덕적인 습관을 길러주는 과정이다. 이것은 남성 교육에 대한 루소의 생각이었는데, 나는 이를 여성에까지 확대하려고 하는 것이다. 단언컨대, 여성이 (인간으로서의) 본분을 저버리게 된 것은 남자같이 되려는 노력 때문이 아니라 허황한 세련 때문이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여성의 권리 옹호』 중에서
토론하기
(1) 울스턴크래프트가 여성의 권리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권리가 무엇인지 말해 보자.
(2) 여성이 더 감정적이고 남성이 더 논리적이라는 통념이 본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던 경험에 대해 돌아보고 비판적으로 검토해보자.
(3) 교육을 통해 젠더 불평등이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긍정과 부정으로 나누어서 토론해 보자.
해설읽기
울스턴크래프트는 당대 여성들이 “아름답지만 무익한 존재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주로 부르주아 특권층 여성들을 겨냥한 것인데, 울스턴크래프트는 이 특권층 여성들을 새장에 갇혀 단지 화려하게 옷을 차려입고 이 횃대에서 저 횃대로 허위적으로 장엄하게 활보하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이 없는 새들에 비유하여 깃털 장식 종족에 속한다고 비판했다. 울스턴크래프트는 부르주아 특권층 백인 여성들을 남편이 제공해 주는 위신, 즐거움, 힘을 위해 자신의 건강, 자유, 미덕을 희생하는 감금당한 여성들이라고 평가했다. 감금당한 여성들은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한 육체를 지니지 못했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일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유가 없었으며, 이성적 힘을 발달시키는 것을 단념해야 했기 때문에 미덕도 부족하다고 분석한 것이다. 이러한 희생의 대가로 여성들이 획득한 것은 “허울좋은 경의”였다. 울스턴크래프트는 이러한 사태가 여성이 천성적으로 남성보다 더 즐거움을 추구하고 감정적이기 때문에 초래되었다는 통념을 부인했다. 그녀는 만일 남성이 여성같이 새장 속에 갇힌다면, 남성도 여성과 똑같은 ‘여성적인’ 특징을 발달시킬 것이라고 추론했다. 만일 남성도 그들의 이성 능력을 개발할 기회를 박탈당한다면, 여성과 마찬가지로 “사랑만을 탐내는” 과도하게 감정적인 사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의 권리 옹호>에서 계몽사상가인 장 자크 루소를 주요 타격 대상으로 삼았다. 루소는 교육철학서인 <에밀>에서, 합리성의 발달이 여자아이들이 아니라 남자아이들을 위한 가장 중요한 교육 목표라고 묘사했다. 그는 성적 이형성, 즉 합리적인 남성이 감정적인 여성에 의해 완벽한 보완이 되며, 그 반대도 그러하다는 견해를 굳게 지켰다. 루소에 따르면 여성은 인내, 순종, 쾌활함, 유연성 같은 덕목을 교육받아야 하는 반면에 남성은 용기, 절제, 정의, 불굴의 정신과 같은 덕목을 교육받아야 한다. 따라서 루소의 이상적인 남학생인 에밀은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반면, 루소의 이상적 여학생인 소피는 음악, 미술, 문학, 시를 조금 배우고 가사 노동 기술을 연마한다. 루소는 에밀의 지적 능력을 함양하고 소피의 지적 능력을 제한함으로써 에밀을 자율적인 시민이자 본분에 충실한 가장으로 만들고 소피를 이해심 많고 잘 응대해 주는 아내이자 자녀를 잘 돌보고 사랑하는 어머니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울스턴크래프트는 에밀을 위한 루소의 설계에는 동의했지만 소피를 위한 기획에는 찬성하지 않았다. 소피에게 에밀과 마찬가지로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능력, 즉 인간으로서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는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면, 게으르고 육욕에만 빠져 있는 감정적이고 의존적인 특권층 여성들도, 합리적이고 독립적인 여성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렇게 성실하게 교육받은 여성은 사회 복지에 중요한 기여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울스턴크래프트는 당대에 실현 가능한, 정신과 육체가 강건하고 감정에 휘둘리거나 의존적이지 않은 독립적인 여성을 길러낼 비전을 제시했던 것이다.
키워드
여성 교육, 에밀, 소피, 루소
전후맥락
1789년 7월 14일 파리 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함락한 것은 프랑스혁명의 기점이 된 사건이었다. 울스턴크래프트는 바스티유가 함락되기 직전에 <인간의 권리 옹호>(1790)를 썼다. 30일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격정적으로 써내려 간 이 글은 단번에 울스턴크래프트를 유명하고 특별한 여성으로 만들어주었고, 이 작품의 성공으로 울스턴크래프트는 후속작인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쓸 용기를 얻게 되었다. <인간의 권리 옹호>에서 울스턴크래프트는 귀족계급과 세습적 특권에 반대했고, 인간이 합리적인 피조물로서 출생과 더불어 가지게 되는 천부인권을 지지했으며, 당대 영국의 정치 제도보다 급진적 이론들의 실험장이던 프랑스 혁명에 기대를 표명했다. 울스턴크래프트가 활동하던 당시는 유럽에서 부르주아 여성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쇠퇴하던 시기였다. 18세기까지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생산적인 일을 했다. 그러나 산업 자본주의 세력이 노동력을 사적 가정에서 공적 작업장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이러한 산업화는 천천히 그리고 계급에 따라 불균등하게 이루어졌다. 한편에는 생존을 위해 가정 밖에서 일을 해야만 했던 노동계급 백인 여성들을 대거 등장시켰고, 다른 한편에서는 하인 노동에 기대어 살며 집 안에서도 일을 해야 할 동기가 거의 없는 중상류층 백인 여성들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자신들을 부양하는 부유한 남편 혹은 아버지에 의존해 살았기 때문이다. <여성의 권리 옹호>에서 울스턴크래프트는 중상류층 여성들이 단순히 장식적인 역할에 수행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합리적인 정신을 갖도록 일찍부터 교육받을 때 국가 전체가 진일보하게 되리라는 믿음을 견지하고 논증했다.
고전본문
여성이 아름답지만 무익한 존재로 전락한 것은 잘못된 교육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의 이론적 토대가 된 것은 우리 여성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암컷으로 보고, 현모양처보다는 매력적인 연인으로 만들려고 한 남성학자들의 저술들이었다. 오늘날 문명 세계의 거의 모든 여성이 드높은 이상을 품거나 능력과 미덕을 발휘해 세상의 존경을 받으려 하기보다는 남자의 사랑만을 탐내는 존재로 살아가는 건 바로 여성을 성적인 존재로만 보는 이 허울 좋은 경의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가장 좋은 교육은 신체를 단련하고 감성을 육성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도록 이성을 훈련하는 과정일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아이들이 독립적인 인간이 되도록 도덕적인 습관을 길러주는 과정이다. 이것은 남성 교육에 대한 루소의 생각이었는데, 나는 이를 여성에까지 확대하려고 하는 것이다. 단언컨대, 여성이 (인간으로서의) 본분을 저버리게 된 것은 남자같이 되려는 노력 때문이 아니라 허황한 세련 때문이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여성의 권리 옹호』 중에서
토론하기
(1) 울스턴크래프트가 여성의 권리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권리가 무엇인지 말해 보자.
(2) 여성이 더 감정적이고 남성이 더 논리적이라는 통념이 본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던 경험에 대해 돌아보고 비판적으로 검토해보자.
(3) 교육을 통해 젠더 불평등이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긍정과 부정으로 나누어서 토론해 보자.
해설읽기
울스턴크래프트는 당대 여성들이 “아름답지만 무익한 존재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주로 부르주아 특권층 여성들을 겨냥한 것인데, 울스턴크래프트는 이 특권층 여성들을 새장에 갇혀 단지 화려하게 옷을 차려입고 이 횃대에서 저 횃대로 허위적으로 장엄하게 활보하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이 없는 새들에 비유하여 깃털 장식 종족에 속한다고 비판했다. 울스턴크래프트는 부르주아 특권층 백인 여성들을 남편이 제공해 주는 위신, 즐거움, 힘을 위해 자신의 건강, 자유, 미덕을 희생하는 감금당한 여성들이라고 평가했다. 감금당한 여성들은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한 육체를 지니지 못했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일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유가 없었으며, 이성적 힘을 발달시키는 것을 단념해야 했기 때문에 미덕도 부족하다고 분석한 것이다. 이러한 희생의 대가로 여성들이 획득한 것은 “허울좋은 경의”였다. 울스턴크래프트는 이러한 사태가 여성이 천성적으로 남성보다 더 즐거움을 추구하고 감정적이기 때문에 초래되었다는 통념을 부인했다. 그녀는 만일 남성이 여성같이 새장 속에 갇힌다면, 남성도 여성과 똑같은 ‘여성적인’ 특징을 발달시킬 것이라고 추론했다. 만일 남성도 그들의 이성 능력을 개발할 기회를 박탈당한다면, 여성과 마찬가지로 “사랑만을 탐내는” 과도하게 감정적인 사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의 권리 옹호>에서 계몽사상가인 장 자크 루소를 주요 타격 대상으로 삼았다. 루소는 교육철학서인 <에밀>에서, 합리성의 발달이 여자아이들이 아니라 남자아이들을 위한 가장 중요한 교육 목표라고 묘사했다. 그는 성적 이형성, 즉 합리적인 남성이 감정적인 여성에 의해 완벽한 보완이 되며, 그 반대도 그러하다는 견해를 굳게 지켰다. 루소에 따르면 여성은 인내, 순종, 쾌활함, 유연성 같은 덕목을 교육받아야 하는 반면에 남성은 용기, 절제, 정의, 불굴의 정신과 같은 덕목을 교육받아야 한다. 따라서 루소의 이상적인 남학생인 에밀은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반면, 루소의 이상적 여학생인 소피는 음악, 미술, 문학, 시를 조금 배우고 가사 노동 기술을 연마한다. 루소는 에밀의 지적 능력을 함양하고 소피의 지적 능력을 제한함으로써 에밀을 자율적인 시민이자 본분에 충실한 가장으로 만들고 소피를 이해심 많고 잘 응대해 주는 아내이자 자녀를 잘 돌보고 사랑하는 어머니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울스턴크래프트는 에밀을 위한 루소의 설계에는 동의했지만 소피를 위한 기획에는 찬성하지 않았다. 소피에게 에밀과 마찬가지로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능력, 즉 인간으로서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는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면, 게으르고 육욕에만 빠져 있는 감정적이고 의존적인 특권층 여성들도, 합리적이고 독립적인 여성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렇게 성실하게 교육받은 여성은 사회 복지에 중요한 기여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울스턴크래프트는 당대에 실현 가능한, 정신과 육체가 강건하고 감정에 휘둘리거나 의존적이지 않은 독립적인 여성을 길러낼 비전을 제시했던 것이다.
키워드
여성 교육, 에밀, 소피, 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