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주례 』는 국가의 관직을 ‘천관(天官), 지관(地官), 춘관(春官), 하관(夏官), 추관(地官), 동관(地官)’의 여섯 범주로 분류하여 배속한 후 각각의 관직의 직무에 대해 기술하였다. [가]는 이 중 지관에 서술되어 있는 여러 관직 중 ‘조인(调人)’ 관직의 직무에 대하여 기술한 내용 전체이다.
[나]는 『주례 』, 「단궁상(檀弓上)」 편에 실려 있는 기술이다. 이 편은 단궁이란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어서 편명이 ‘단궁’이라고 명명되었고 상, 하 두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로 복장이나 매장 관련 예의규범에 대하여 서술되어 있고,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예의규범이 서술되어 있다. [나]는 그 중에 복수에 관한 규범을 서술한 내용 전체이다.
[다]는『춘추공양전 』 정공(定公) 4년(506년 BCE) 조에 실려 있는 기사의 일부이다. 구체적으로는 춘추의 정공 4년 조의 “겨울 11월 경오(庚午)일에 채나라 제후가 오자서를 따라 초나라와 백거의 당에서 전투를 벌였는데 초나라가 패했다”는 구절을 해설하는 대목의 일부이다. 오자서는 부친과 친형이 초나라 군주인 평왕에게 억울하게 처형당한 후 오나라로 망명한다. 그는 오나라에서 중용된 후에 오나라가 초나라를 정벌하는 일을 준비하였고, 마침내 초나라 정벌에 나서 초나라를 대파하고 그 수도를 점령한다. 당시는 오자서의 부친과 친형을 무도하게 처형한 평왕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 아들이 소왕이 임금으로 있을 때였다. 이에 오자서는 이미 세상을 뜬 평왕의 관을 파내어 그 시신에 채찍질을 함으로써 부친과 친형의 복수를 갚았고, 다른 나라로 도망친 소왕은 쫓아가 죽일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라]는 오자서의 이러한 복수 행위를 평가한 대목이다.
고전본문
[가] 조인(调人)은 인민들 사이의 원한을 조화롭게 풀어가는 일을 관장한다. 실수로 지배계층의 사람을 다치게 하면 피지배계층의 서민으로 보상하며, 가축을 상하게 한 경우도 마찬가지로 처리한다. 만약 담당 관서에서 해당 복수 사건의 본말을 검토하여 형벌을 가하지 않게 되더라도, 부친의 원수는 중국 바깥으로 추방하고 형제의 복수는 천리 바깥으로 추방하며 삼촌 간과 사촌 간의 원수는 같은 나라에 두지 않는다. 군주의 원수는 부친의 원수와 동일하게 처리하고, 스승과 사형의 원수는 형제의 원수와 동일하게 처리하며, 상사와 친구의 원수는 삼촌 간과 사촌 간의 원수와 동일하게 처리한다. 추방에 응하지 않으면 왕이 명령을 내려 그를 잡아온다. 만약 원수를 죽이면서 그 자손도 죽이면 모든 나라가 그를 원수로 여긴다. 만일 사람을 죽였지만 의로운 경우는 다른 나라로 추방하고 영을 내려 복수하지 못하게 하되 복수를 하면 복수자를 죽인다. 소송을 건 이들은 화해케 하고, 화해에 이르지 못하면 본안을 서술하여 본말을 따지되 먼저 폭력을 쓰는 자는 주살한다.
[나] 자하가 공자에게 여쭈었다. “부모의 원수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거적자리에 방패를 베고 누워 자면서 벼슬에 나아가지 말아야 하며 그와는 하늘을 같이해서는 안 된다. 그를 시장이나 관청에서 만나면 무기를 거두어들이지 말고 싸워야 한다.” 또 여쭈었다. “형제의 원수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말씀하셨다. “벼슬살이는 하되 같은 나라에서는 하지 않으며, 임금을 명령을 받들어 사절로 갔을 때는 그와 마주치더라도 싸워서는 안 된다.” 또 여쭸다. “종부*와 종형**의 원수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말씀하셨다. “앞장서서는 안 된다. 당사자가 능히 갚을 수 있다면 무기를 들고서 그의 뒤에 물러서 있어야 한다.”
* 종부 : 아버지의 형제.
* 종형 : 사촌 형제.
[다] 부친이 처벌을 수긍하지 않았으면 아들은 복수를 해도 된다. 부친이 처벌을 받아들였는데도 아들이 복수를 행한다면 이는 번갈아 복수를 하게 되는 길이다. 복수는 당사자에 국한된다.
[가] 掌司萬民之難而諧和之. 凡過而殺傷人者以民成之. 鳥獸亦如之. 凡和難, 父之讎辟諸海外, 兄弟之讎辟諸千里之外, 從父兄弟之讎不同國. 君之讎視父, 師長之讎視兄弟, 主友之讎視從父兄弟. 弗辟則與之瑞節而以執之. 凡殺人有反殺者, 使邦國交讎之. 凡殺人而義者, 不同國, 令勿讎, 讎之則死. 凡有鬪怒者成之, 不可成者則書之, 先動者誅之.
[나] 子夏問於孔子曰, “居父母之仇如之何.” 夫子曰, “寢苫枕干, 不仕, 弗與共天下也, 遇諸市朝, 不反兵而鬪.” 曰, “請問居昆弟之仇如之何.” 曰, “仕弗與共國, 銜君命而使雖遇之不鬪.” 曰, “請問居從父昆弟之仇, 如之何.” 曰, “不爲魁. 主人能, 則執兵而陪其後.”
[다] 父不受誅. 子復讎可也. 父受誅, 子復讎, 推刃之道也. 復讎不除害.
[출전]『주례(등) 중에서
토론하기
(1) [가], [나], [다]에서 추출할 수 있는 복수 규범을 정리해보자.
(2) [가]의 조인은 관직이다. [나]와 [다]는 모두 경전에 실려 있는 것으로 경전에 실려 있는 내용은 국가사회의 윤리적 규범으로서 작동되었다. 이들은 국가가 복수를 관리하고자 했음을 말해준다. 국가는 왜 복수를 관리하고자 했을까?
(3) 자신이 복수를 하고자 한다면 어떠한 규범에 의거하여 복수를 수행할 것인지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자.
해설읽기
고전본문 [가], [나], [다]는 국가가 복수 행위에 대하여 제도적, 윤리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였음을 말해주는 사례이다. [가]의 조인은 인민들 사이의 원한을 조화롭게 풀어가는 일을 관장하는 관직이다. 이 관직에 임명된 관리는 사람들 사이의 원한을 다음과 같은 기준에 의거하여 처리해야 한다.
① 실수로 지배계층의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 피지배계층의 서민으로 보상
② 가축을 상하게 한 경우 : 가축으로 보상
③ 담당 관서에서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기로 한 경우
◼ 부친의 원수, 군주의 원수 : 중국 바깥으로 추방
◼ 형제의 원수, 스승과 사형의 원수 : 천리 바깥으로 추방
◼ 삼촌 간과 사촌 간의 원수, 상사와 친구의 원수 : 다른 나라로 추방
◼ 추방에 응하지 않을 경우 : 왕이 명령을 내려 그를 체포
◼ 원수를 죽이면서 그 자손도 죽인 경우 : 모든 나라에서 그를 처형
◼ 살인했지만 그 동기가 의로운 경우 : 다른 나라로 추방, 복수하지 못하게 하되 복수를 하면 복수자를 처형
◼ 소송을 건 이들은 화해케 하고, 화해에 이르지 못하면 본안을 서술하여 본말을 따지되 먼저 폭력을 쓰는 자는 처형
이상은 국가가 복수를 사법제도 차원에서 다루었음을 말해준다. 복수에 대한 이러한 제도화는 오랜 세월 동안 수행된 복수에 대한 인문적 통제의 노력의 소산이었다. [나]와 [다]는 그러한 노력이 경전에 실림으로써 윤리적 규범으로 정착된 예이다. 특히 [나]는 공자가 제시한 규범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공자는 제자가 부모의 원수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여쭙자 “거적자리에 방패를 베고 누워 자면서 벼슬에 나아가지 말아야 하며 그와는 하늘을 같이해서는 안 된다. 그를 시장이나 관청에서 만나면 무기를 거두어들이지 말고 싸워야 한다”라고 답했다. 거적자리에 방패를 베고 누워 잔다는 것은 언제라도 원수와 싸울 준비 태세를 갖춘다는 뜻이고, 벼슬에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일상을 오로지 복수를 위해서만 산다는 뜻이다. 원수와 하늘을 같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반드시 원수를 처단해야 한다는 뜻이고, 무기를 거두어들이지 말라는 것은 적극적으로 무기를 사용해서라도 원수를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제자가 형제의 원수 처리 방안을 여쭙자 공자는 부모의 원수를 처리할 때와 달리 이 경우에는 벼슬살이 등 일상생활은 그것대로 해가되 원수가 있는 곳에서 함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공무로 원수가 있는 나라에 갔다가 원수와 마주치면 싸워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이는 사적인 원한관계로 인해 공적인 일이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관념이 반영된 결과다. 또 삼촌이나 사촌 간 친척의 원수 처리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복수를 할 수 있다면 물러나 있으면서 그를 도와주는 역할 정도를 수행하면 된다고 했다. 가령 삼촌 간인 백부나 숙부의 원수는 백부나 숙부의 자식이, 사촌 간 형제의 원수는 그들의 친형제가 직접 갚아야 하는 것이니까 그들이 복수를 할 수 있으면 뒤에 물러나 있되, 무기를 들고 있으라는 것은 언제라도 그들을 도와 그들이 복수를 완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뜻이다. 이렇듯 공자는 어느 경우든 당사자가 직접 복수를 행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다]에는 이러한 관점의 극단이 반영되어 있다. 아버지가 죄를 범해 국가가 정당한 절차를 밟아 아버지를 처형했을 때, 그럼에도 아버지가 억울함을 표했다면 아들은 아버지의 복수를 행해야 한다는 관점이 그것이다. 효의 윤리에 입각하면 자식으로서의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드리는 것은 자식이 마땅히 행해야 하는 윤리적 의무였다. 따라서 불효자가 되지 않으려면 아버지가 정당한 법 집행으로 처형당했어도 억울함을 표했다면 법 집행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복수를 해야 했다. 이는 효라는 윤리를 이행하기 위해 법으로 대변되는 공적 질서를 해치는 일을 해도 된다는 관점이다. 법을 지키고자 한다면 불효를 범하게 되고, 효를 행하고자 하면 법을 어기는, 달리 표현하면 국가에 불충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다]의 출전인 춘추공양전은 이러한 딜레마적 상황에서 효를 우선시해도 된다는 관점을 지지한 것이다. 다만 복수는 당사자에게만 행해야 한다는, 후환이 두려워서 당사자의 자손까지 제거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서 말이다.
한편 [나], [다]에 제시된 복수의 윤리적 규범과 [가]에 서술된 복수 규범의 결정적 차이점의 하나는 복수를 당사자가 직접 행하느냐 아니면 국가가 관련 제도를 마련하여 대신 행하느냐의 차이다. 공자는 복수는 당사자가 직접 행해야 하는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무기를 사용해도 된다고 보았고, [가]에서는 국가가 피해자를 대신하여 가해자를 추방, 추방 등의 형벌을 통해서 대신 처리해야 한다고 보았다. [가]가 실려 있는 주례는 공자보다는 후대에 완성된 경전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이러한 차이가 있게 되었던 것이다. 곧 복수에 대한 규범은 후대로 올수록 당사자에 의한 직접 복수에서 제도에 의한 복수로, 사적 복수에서 공적 복수로 변화되어 왔던 것이다.
키워드
복수, 복수 속성, 복수의 윤리학, 복수의 인문학, 예기, 주례, 춘추공양전
전후맥락
『주례 』는 국가의 관직을 ‘천관(天官), 지관(地官), 춘관(春官), 하관(夏官), 추관(地官), 동관(地官)’의 여섯 범주로 분류하여 배속한 후 각각의 관직의 직무에 대해 기술하였다. [가]는 이 중 지관에 서술되어 있는 여러 관직 중 ‘조인(调人)’ 관직의 직무에 대하여 기술한 내용 전체이다.
[나]는 『주례 』, 「단궁상(檀弓上)」 편에 실려 있는 기술이다. 이 편은 단궁이란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어서 편명이 ‘단궁’이라고 명명되었고 상, 하 두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로 복장이나 매장 관련 예의규범에 대하여 서술되어 있고,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예의규범이 서술되어 있다. [나]는 그 중에 복수에 관한 규범을 서술한 내용 전체이다.
[다]는『춘추공양전 』 정공(定公) 4년(506년 BCE) 조에 실려 있는 기사의 일부이다. 구체적으로는 춘추의 정공 4년 조의 “겨울 11월 경오(庚午)일에 채나라 제후가 오자서를 따라 초나라와 백거의 당에서 전투를 벌였는데 초나라가 패했다”는 구절을 해설하는 대목의 일부이다. 오자서는 부친과 친형이 초나라 군주인 평왕에게 억울하게 처형당한 후 오나라로 망명한다. 그는 오나라에서 중용된 후에 오나라가 초나라를 정벌하는 일을 준비하였고, 마침내 초나라 정벌에 나서 초나라를 대파하고 그 수도를 점령한다. 당시는 오자서의 부친과 친형을 무도하게 처형한 평왕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 아들이 소왕이 임금으로 있을 때였다. 이에 오자서는 이미 세상을 뜬 평왕의 관을 파내어 그 시신에 채찍질을 함으로써 부친과 친형의 복수를 갚았고, 다른 나라로 도망친 소왕은 쫓아가 죽일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라]는 오자서의 이러한 복수 행위를 평가한 대목이다.
고전본문
[가] 조인(调人)은 인민들 사이의 원한을 조화롭게 풀어가는 일을 관장한다. 실수로 지배계층의 사람을 다치게 하면 피지배계층의 서민으로 보상하며, 가축을 상하게 한 경우도 마찬가지로 처리한다. 만약 담당 관서에서 해당 복수 사건의 본말을 검토하여 형벌을 가하지 않게 되더라도, 부친의 원수는 중국 바깥으로 추방하고 형제의 복수는 천리 바깥으로 추방하며 삼촌 간과 사촌 간의 원수는 같은 나라에 두지 않는다. 군주의 원수는 부친의 원수와 동일하게 처리하고, 스승과 사형의 원수는 형제의 원수와 동일하게 처리하며, 상사와 친구의 원수는 삼촌 간과 사촌 간의 원수와 동일하게 처리한다. 추방에 응하지 않으면 왕이 명령을 내려 그를 잡아온다. 만약 원수를 죽이면서 그 자손도 죽이면 모든 나라가 그를 원수로 여긴다. 만일 사람을 죽였지만 의로운 경우는 다른 나라로 추방하고 영을 내려 복수하지 못하게 하되 복수를 하면 복수자를 죽인다. 소송을 건 이들은 화해케 하고, 화해에 이르지 못하면 본안을 서술하여 본말을 따지되 먼저 폭력을 쓰는 자는 주살한다.
[나] 자하가 공자에게 여쭈었다. “부모의 원수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거적자리에 방패를 베고 누워 자면서 벼슬에 나아가지 말아야 하며 그와는 하늘을 같이해서는 안 된다. 그를 시장이나 관청에서 만나면 무기를 거두어들이지 말고 싸워야 한다.” 또 여쭈었다. “형제의 원수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말씀하셨다. “벼슬살이는 하되 같은 나라에서는 하지 않으며, 임금을 명령을 받들어 사절로 갔을 때는 그와 마주치더라도 싸워서는 안 된다.” 또 여쭸다. “종부*와 종형**의 원수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말씀하셨다. “앞장서서는 안 된다. 당사자가 능히 갚을 수 있다면 무기를 들고서 그의 뒤에 물러서 있어야 한다.”
* 종부 : 아버지의 형제.
* 종형 : 사촌 형제.
[다] 부친이 처벌을 수긍하지 않았으면 아들은 복수를 해도 된다. 부친이 처벌을 받아들였는데도 아들이 복수를 행한다면 이는 번갈아 복수를 하게 되는 길이다. 복수는 당사자에 국한된다.
[가] 掌司萬民之難而諧和之. 凡過而殺傷人者以民成之. 鳥獸亦如之. 凡和難, 父之讎辟諸海外, 兄弟之讎辟諸千里之外, 從父兄弟之讎不同國. 君之讎視父, 師長之讎視兄弟, 主友之讎視從父兄弟. 弗辟則與之瑞節而以執之. 凡殺人有反殺者, 使邦國交讎之. 凡殺人而義者, 不同國, 令勿讎, 讎之則死. 凡有鬪怒者成之, 不可成者則書之, 先動者誅之.
[나] 子夏問於孔子曰, “居父母之仇如之何.” 夫子曰, “寢苫枕干, 不仕, 弗與共天下也, 遇諸市朝, 不反兵而鬪.” 曰, “請問居昆弟之仇如之何.” 曰, “仕弗與共國, 銜君命而使雖遇之不鬪.” 曰, “請問居從父昆弟之仇, 如之何.” 曰, “不爲魁. 主人能, 則執兵而陪其後.”
[다] 父不受誅. 子復讎可也. 父受誅, 子復讎, 推刃之道也. 復讎不除害.
[출전]『주례(등) 중에서
토론하기
(1) [가], [나], [다]에서 추출할 수 있는 복수 규범을 정리해보자.
(2) [가]의 조인은 관직이다. [나]와 [다]는 모두 경전에 실려 있는 것으로 경전에 실려 있는 내용은 국가사회의 윤리적 규범으로서 작동되었다. 이들은 국가가 복수를 관리하고자 했음을 말해준다. 국가는 왜 복수를 관리하고자 했을까?
(3) 자신이 복수를 하고자 한다면 어떠한 규범에 의거하여 복수를 수행할 것인지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자.
해설읽기
고전본문 [가], [나], [다]는 국가가 복수 행위에 대하여 제도적, 윤리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였음을 말해주는 사례이다. [가]의 조인은 인민들 사이의 원한을 조화롭게 풀어가는 일을 관장하는 관직이다. 이 관직에 임명된 관리는 사람들 사이의 원한을 다음과 같은 기준에 의거하여 처리해야 한다.
① 실수로 지배계층의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 피지배계층의 서민으로 보상
② 가축을 상하게 한 경우 : 가축으로 보상
③ 담당 관서에서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기로 한 경우
◼ 부친의 원수, 군주의 원수 : 중국 바깥으로 추방
◼ 형제의 원수, 스승과 사형의 원수 : 천리 바깥으로 추방
◼ 삼촌 간과 사촌 간의 원수, 상사와 친구의 원수 : 다른 나라로 추방
◼ 추방에 응하지 않을 경우 : 왕이 명령을 내려 그를 체포
◼ 원수를 죽이면서 그 자손도 죽인 경우 : 모든 나라에서 그를 처형
◼ 살인했지만 그 동기가 의로운 경우 : 다른 나라로 추방, 복수하지 못하게 하되 복수를 하면 복수자를 처형
◼ 소송을 건 이들은 화해케 하고, 화해에 이르지 못하면 본안을 서술하여 본말을 따지되 먼저 폭력을 쓰는 자는 처형
이상은 국가가 복수를 사법제도 차원에서 다루었음을 말해준다. 복수에 대한 이러한 제도화는 오랜 세월 동안 수행된 복수에 대한 인문적 통제의 노력의 소산이었다. [나]와 [다]는 그러한 노력이 경전에 실림으로써 윤리적 규범으로 정착된 예이다. 특히 [나]는 공자가 제시한 규범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공자는 제자가 부모의 원수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여쭙자 “거적자리에 방패를 베고 누워 자면서 벼슬에 나아가지 말아야 하며 그와는 하늘을 같이해서는 안 된다. 그를 시장이나 관청에서 만나면 무기를 거두어들이지 말고 싸워야 한다”라고 답했다. 거적자리에 방패를 베고 누워 잔다는 것은 언제라도 원수와 싸울 준비 태세를 갖춘다는 뜻이고, 벼슬에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일상을 오로지 복수를 위해서만 산다는 뜻이다. 원수와 하늘을 같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반드시 원수를 처단해야 한다는 뜻이고, 무기를 거두어들이지 말라는 것은 적극적으로 무기를 사용해서라도 원수를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제자가 형제의 원수 처리 방안을 여쭙자 공자는 부모의 원수를 처리할 때와 달리 이 경우에는 벼슬살이 등 일상생활은 그것대로 해가되 원수가 있는 곳에서 함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공무로 원수가 있는 나라에 갔다가 원수와 마주치면 싸워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이는 사적인 원한관계로 인해 공적인 일이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관념이 반영된 결과다. 또 삼촌이나 사촌 간 친척의 원수 처리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복수를 할 수 있다면 물러나 있으면서 그를 도와주는 역할 정도를 수행하면 된다고 했다. 가령 삼촌 간인 백부나 숙부의 원수는 백부나 숙부의 자식이, 사촌 간 형제의 원수는 그들의 친형제가 직접 갚아야 하는 것이니까 그들이 복수를 할 수 있으면 뒤에 물러나 있되, 무기를 들고 있으라는 것은 언제라도 그들을 도와 그들이 복수를 완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뜻이다. 이렇듯 공자는 어느 경우든 당사자가 직접 복수를 행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다]에는 이러한 관점의 극단이 반영되어 있다. 아버지가 죄를 범해 국가가 정당한 절차를 밟아 아버지를 처형했을 때, 그럼에도 아버지가 억울함을 표했다면 아들은 아버지의 복수를 행해야 한다는 관점이 그것이다. 효의 윤리에 입각하면 자식으로서의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드리는 것은 자식이 마땅히 행해야 하는 윤리적 의무였다. 따라서 불효자가 되지 않으려면 아버지가 정당한 법 집행으로 처형당했어도 억울함을 표했다면 법 집행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복수를 해야 했다. 이는 효라는 윤리를 이행하기 위해 법으로 대변되는 공적 질서를 해치는 일을 해도 된다는 관점이다. 법을 지키고자 한다면 불효를 범하게 되고, 효를 행하고자 하면 법을 어기는, 달리 표현하면 국가에 불충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다]의 출전인 춘추공양전은 이러한 딜레마적 상황에서 효를 우선시해도 된다는 관점을 지지한 것이다. 다만 복수는 당사자에게만 행해야 한다는, 후환이 두려워서 당사자의 자손까지 제거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서 말이다.
한편 [나], [다]에 제시된 복수의 윤리적 규범과 [가]에 서술된 복수 규범의 결정적 차이점의 하나는 복수를 당사자가 직접 행하느냐 아니면 국가가 관련 제도를 마련하여 대신 행하느냐의 차이다. 공자는 복수는 당사자가 직접 행해야 하는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무기를 사용해도 된다고 보았고, [가]에서는 국가가 피해자를 대신하여 가해자를 추방, 추방 등의 형벌을 통해서 대신 처리해야 한다고 보았다. [가]가 실려 있는 주례는 공자보다는 후대에 완성된 경전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이러한 차이가 있게 되었던 것이다. 곧 복수에 대한 규범은 후대로 올수록 당사자에 의한 직접 복수에서 제도에 의한 복수로, 사적 복수에서 공적 복수로 변화되어 왔던 것이다.
키워드
복수, 복수 속성, 복수의 윤리학, 복수의 인문학, 예기, 주례, 춘추공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