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상기」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부분은 북경과 열하에서 관찰하게 된 코끼리에 대하여 그 외모와 움직임, 인상 등을 서술한 부분이다. 둘째 부분은 사람들이 코끼리의 긴 코와 긴 어금니를 둘러싸고 범하는 인식상의 오류에 대하여 비판한 대목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하고 이미 아는 것만을 근거로 하여 새로운 사물이나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다 보니 코끼리의 긴 코와 긴 어금니에 대해 실제에 근거하여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셋째 부분은 결론으로, 인식의 편향성 때문에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코끼리임에도 엉뚱하게 오해하게 된다면서 사람들의 인식의 편향성과 그 한계를 지적한 대목이다. 다음의 고전본문은 이 세 부분 각각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고전본문
앞으로 기이하고 괴상하며 범상치 않고 대단한 것을 보려면 먼저 선무문 안으로 가서 코끼리 우리를 구경하면 될 것이다. 나는 북경에서 코끼리 열여섯 마리를 보았다. 다만 모두 쇠사슬로 발이 묶여 있어서 거동하는 모양을 보지는 못했다. 그러다 지금 열하의 행궁(行宮) 서쪽에서 코끼리 두 마리를 보니 온몸을 꿈틀대며 움직이는 것이 마치 비바람이 치는 듯했다. …… 그 몸체는 소의 몸뚱이에 나귀의 꼬리, 낙타의 무릎, 호랑이의 발굽, 짧은 털로 이루어져 있었고 회색 빛깔을 띠고 있다. 겉모습은 어질어 보였고 목소리는 슬픈 듯했으며 귀는 구름을 드리운 듯하고 눈은 초승달 같았다. 어금니 두 개의 크기는 두 아름이고 그 키는 한 장 남짓이다. 코는 어금니보다 길고 자벌레처럼 구부렸다 폈다 했다. 또한 코는 돌돌 굼벵이처럼 말려있으며, 그 끝은 누에의 끝부분처럼 생겨 그것으로 족집게처럼 물건을 잡고는 말아 올려 입으로 넣는다. 어떤 사람은 코를 주둥이로 알고는 다시 코끼리 코가 어디 있나를 찾는데, 이는 대체로 코가 이러한 모양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코끼리는 다리가 다섯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코끼리 눈이 쥐와 같다고 하는데 이는 대체로 코와 상아만을 보다가 생각이 궁색해졌기 때문이다. 그 전체 몸체 중에서 가장 작은 것을 가지고 보았기에 이러한 얼토당토않은 비유가 생겼던 것이다. 코끼리 눈은 몹시 가늘게 생겨서 간사한 인간이 아양을 떨 때 눈부터 먼저 웃는 듯하지만 코끼리의 어진 성품은 바로 그 눈에 있다. …… 사람들은 말한다. “이는 하늘의 이치입니다. 새와 짐승은 손이 없기에 반드시 부리와 주둥이를 굽혀 땅에 닿도록 해서 먹이를 구하게 합니다. 그래서 학의 다리가 긴즉 불가피하게 목을 길게 만들어야 했고, 그래도 혹 땅에 닿지 않을까 염려하여 부리를 길게 만든 것입니다. 만약 학 다리를 본 따서 닭의 다리를 만들었다면 닭은 뜰에서 굶어 죽었을 것입니다.” 나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대들이 말하는 하늘의 이치라는 것은 소나 말, 닭, 개에게나 해당하는 이치입니다. 하늘이 입을 준 것이 반드시 구부려서 무언가를 씹어 먹게 하려 함이라면, 이제 저 코끼리는 쓸모없는 어금니가 곧추 서 있어 땅으로 굽히면 어금니가 먼저 닿아 거치적거리니 먹이를 씹어 먹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겠습니까?” 어떤 이들 이렇게 말한다. “그러면 코를 이용하면 되지요.” 내가 대꾸했다. “어금니를 길게 만들어 놓고 코를 이용하라고 할 바에는 차라리 어금니를 없애 버리고 코를 짧게 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제야 떠들던 자들이 하늘의 이치 운운하던 자기주장을 더는 우기지 못하고 자신들이 배운 바를 다소 굽혔다. 이는 우리의 감정과 생각이 미치는 바가 소, 말, 닭, 개일 뿐으로 용, 봉황, 거북, 기린*에게까지는 미치지 못하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코끼리가 호랑이를 만나면 코로 때려서 죽이니 그 코는 천하무적이다. 그러나 쥐를 만나면 코를 둘 곳을 몰라 하며 그저 하늘을 우러르며 서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쥐가 호랑이보다 무서운 존재라 말한다면, 이를 앞서 말한 하늘이 낸 이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저 코끼리는 오히려 눈으로 볼 수 있음에도 그 이치를 모르는 것이 이와 같다. 하물며 천하 사물이 코끼리보다도 만 배나 많으니 더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 거북, 기린 : 여기서 거북과 기린은 실재하는 동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신화나 전설 등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將爲怪特譎詭, 詼奇鉅偉之觀, 先之宣武門內, 觀于象房可也. 余於皇城見象十六, 而皆鐵鎖繫足, 未見其行動. 今見兩象於熱河行宮西, 一身蠕動, 行如風雨. …… 其爲物也, 牛身、驢尾、駝膝、虎蹄, 淺毛灰色. 仁形悲聲, 耳若垂雲, 眼如初月. 兩牙之大二圍, 其長丈餘. 鼻長於牙, 屈伸如蠖, 卷曲如蠐, 其端如蠶尾, 挾物如鑷, 卷而納之口. 或有認鼻爲喙者, 復覓象鼻所在, 蓋不意其鼻之至於斯也. 或謂象五脚者, 或謂象目如鼠. 蓋情窮於鼻牙之間. 就其通體之最小者, 有此比擬之不倫. 蓋象眼甚細, 如姦人獻媚, 其眼先笑, 然其仁性在眼. …… 人將曰, “此夫理也. 禽獸之無手也, 必令喙啄俛而至地, 以求食也. 故鶴脛旣長, 則不得不頸長, 然猶慮其或不至地, 則又長其喙矣. 苟令鷄脚倣鶴, 則餓死庭間.” 余大笑曰, “子之所言理者, 乃牛馬鷄犬耳. 天與之齒者, 必令俛而嚙物也. 今夫象也, 樹無用之牙, 將欲俛地, 牙已先距, 所謂嚙物者, 不其自妨乎.” 或曰, “賴有鼻耳.” 余曰, “與其牙長而賴鼻, 無寧去牙而短鼻.” 於是乎說者不能堅守理說, 稍屈所學. 是情量所及, 惟在乎馬牛鷄犬, 而不及於龍鳳龜麟也. 象遇虎, 則鼻擊而斃之, 其鼻也, 天下無敵也. 遇鼠, 則置鼻無地, 仰天而立. 將謂鼠嚴於虎, 則非向所謂理也. 夫象, 猶目見, 而其理之不可知者如此, 則又況天下之物萬倍於象者乎
[출전] 박지원,『열하일기』
토론하기
(1) 고전본문에 나오는 사람들의 코끼리에 대한 오해를 정리해보자.
(2) 본 적이 없는 것에 대하여 오해한 경험이 있으면 이를 말해보고, 왜 그러한 오해가 발생했는지, 그 원인에 대하여도 이야기해보자.
(3) 고전본문의 내용을 토대로 본 적이 없는 것에 대하여 오해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의견을 나눠보도록 하자.
해설읽기
코끼리는 예나 지금이나 한반도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러나 코끼리 상(象) 자를 통해서, 또 코끼리를 언급하고 있는 문헌을 통해서 사람들은 코끼리라는 거대한 동물이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드물기는 하였지만 코끼리를 직접 본 사람들도 있어 그들로부터 코끼리에 대한 이모저모를 듣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코끼리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검증되지 않은 채로 떠돌게 되었다. 소나 개, 돼지 등과 달리 일상생활에서 코끼리를 접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청나라 황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파견된 사신단을 따라 간 박지원은 북경에 도착해서 우리에 묶여 꼼짝 못하는 코끼리를 직접 보게 된다. 뒤이어 황제가 피서 차 가 있던 열하에 도착해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이는 코끼리를 본다. 그러고는 코끼리의 외모와 거동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그 품성에 대해서도 어질다고 평가한다. 웬만한 도덕적, 학문적 성취를 이루지 않고서는 평가받기 힘든 어질다는 평가를 동물에게 내린 것이다. 그런 다음 박지원은 개나 소, 닭, 학 같은 동물에게 적용되는 이치를 코끼리에도 적용하려는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비판한다. 고전본문의 생략된 부분에서 박지원은 사람들이 개, 소, 닭, 학 같은 동물들에 적용되는 이치를 하늘의 이치로 여기며, 하늘의 이치는 만사만물에 적용되는 것이므로 코끼리에도 적용된다고 굳게 믿는 태도를 비판한다. 자신들에게 익숙하고 이해되며 경험된 것을 하늘의 이치라고 굳게 믿고는 이를 코끼리같이 경험해보지 못한 존재를 이해하는 데도 당연하게 적용하는 잘못을 범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박지원은 코끼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코끼리에 적용되는 이치에 의거해야지, 여타 다른 존재에 적용되는 이치를 기반으로 이해하고자 해서는 안 됨을 환기하였다. 나아가 이러한 이해의 태도는 코끼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코끼리는 그래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존재이지만, 세상에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존재, 그러니까 인간의 감각기관으로는 인지할 수 없는 존재도 수없이 많으므로, 그러한 것을 이해하고자 할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가령 닭이나 학을 이해한 바를 가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도(道)와 같은 참된 진리를 이해하고자 하면 잘못을 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고전본문의 생략된 부분에서 박지원은 자신이 하늘의 이치라고 알고 있는 것이 하늘의 이치의 전부가 아닐 수 있음을 환기했다. 아울러 자신이 알고 있는 하늘의 이치를 무분별하게 어디에든 적용하려는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하였다. 이는 사람들이 흔히 범하곤 하는 다음 두 가지 오류에 대해 지적한 것이다. 하나는 자신이 하늘의 이치를 마치 다 알고 있다는 착각에 쉬이 빠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경험 등을 통해 이치라고 믿게 된 것을 엄밀한 검증 없이 하늘의 이치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박지원은 사람들이 코끼리에 대해 오해하게 된 저변에는 이러한 잘못이 놓여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키워드
박지원, 상기, 앎, 열하일기, 진리, 코끼리
전후맥락
「상기」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부분은 북경과 열하에서 관찰하게 된 코끼리에 대하여 그 외모와 움직임, 인상 등을 서술한 부분이다. 둘째 부분은 사람들이 코끼리의 긴 코와 긴 어금니를 둘러싸고 범하는 인식상의 오류에 대하여 비판한 대목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하고 이미 아는 것만을 근거로 하여 새로운 사물이나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다 보니 코끼리의 긴 코와 긴 어금니에 대해 실제에 근거하여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셋째 부분은 결론으로, 인식의 편향성 때문에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코끼리임에도 엉뚱하게 오해하게 된다면서 사람들의 인식의 편향성과 그 한계를 지적한 대목이다. 다음의 고전본문은 이 세 부분 각각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고전본문
앞으로 기이하고 괴상하며 범상치 않고 대단한 것을 보려면 먼저 선무문 안으로 가서 코끼리 우리를 구경하면 될 것이다. 나는 북경에서 코끼리 열여섯 마리를 보았다. 다만 모두 쇠사슬로 발이 묶여 있어서 거동하는 모양을 보지는 못했다. 그러다 지금 열하의 행궁(行宮) 서쪽에서 코끼리 두 마리를 보니 온몸을 꿈틀대며 움직이는 것이 마치 비바람이 치는 듯했다. …… 그 몸체는 소의 몸뚱이에 나귀의 꼬리, 낙타의 무릎, 호랑이의 발굽, 짧은 털로 이루어져 있었고 회색 빛깔을 띠고 있다. 겉모습은 어질어 보였고 목소리는 슬픈 듯했으며 귀는 구름을 드리운 듯하고 눈은 초승달 같았다. 어금니 두 개의 크기는 두 아름이고 그 키는 한 장 남짓이다. 코는 어금니보다 길고 자벌레처럼 구부렸다 폈다 했다. 또한 코는 돌돌 굼벵이처럼 말려있으며, 그 끝은 누에의 끝부분처럼 생겨 그것으로 족집게처럼 물건을 잡고는 말아 올려 입으로 넣는다. 어떤 사람은 코를 주둥이로 알고는 다시 코끼리 코가 어디 있나를 찾는데, 이는 대체로 코가 이러한 모양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코끼리는 다리가 다섯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코끼리 눈이 쥐와 같다고 하는데 이는 대체로 코와 상아만을 보다가 생각이 궁색해졌기 때문이다. 그 전체 몸체 중에서 가장 작은 것을 가지고 보았기에 이러한 얼토당토않은 비유가 생겼던 것이다. 코끼리 눈은 몹시 가늘게 생겨서 간사한 인간이 아양을 떨 때 눈부터 먼저 웃는 듯하지만 코끼리의 어진 성품은 바로 그 눈에 있다. …… 사람들은 말한다. “이는 하늘의 이치입니다. 새와 짐승은 손이 없기에 반드시 부리와 주둥이를 굽혀 땅에 닿도록 해서 먹이를 구하게 합니다. 그래서 학의 다리가 긴즉 불가피하게 목을 길게 만들어야 했고, 그래도 혹 땅에 닿지 않을까 염려하여 부리를 길게 만든 것입니다. 만약 학 다리를 본 따서 닭의 다리를 만들었다면 닭은 뜰에서 굶어 죽었을 것입니다.” 나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대들이 말하는 하늘의 이치라는 것은 소나 말, 닭, 개에게나 해당하는 이치입니다. 하늘이 입을 준 것이 반드시 구부려서 무언가를 씹어 먹게 하려 함이라면, 이제 저 코끼리는 쓸모없는 어금니가 곧추 서 있어 땅으로 굽히면 어금니가 먼저 닿아 거치적거리니 먹이를 씹어 먹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겠습니까?” 어떤 이들 이렇게 말한다. “그러면 코를 이용하면 되지요.” 내가 대꾸했다. “어금니를 길게 만들어 놓고 코를 이용하라고 할 바에는 차라리 어금니를 없애 버리고 코를 짧게 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제야 떠들던 자들이 하늘의 이치 운운하던 자기주장을 더는 우기지 못하고 자신들이 배운 바를 다소 굽혔다. 이는 우리의 감정과 생각이 미치는 바가 소, 말, 닭, 개일 뿐으로 용, 봉황, 거북, 기린*에게까지는 미치지 못하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코끼리가 호랑이를 만나면 코로 때려서 죽이니 그 코는 천하무적이다. 그러나 쥐를 만나면 코를 둘 곳을 몰라 하며 그저 하늘을 우러르며 서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쥐가 호랑이보다 무서운 존재라 말한다면, 이를 앞서 말한 하늘이 낸 이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저 코끼리는 오히려 눈으로 볼 수 있음에도 그 이치를 모르는 것이 이와 같다. 하물며 천하 사물이 코끼리보다도 만 배나 많으니 더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 거북, 기린 : 여기서 거북과 기린은 실재하는 동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신화나 전설 등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將爲怪特譎詭, 詼奇鉅偉之觀, 先之宣武門內, 觀于象房可也. 余於皇城見象十六, 而皆鐵鎖繫足, 未見其行動. 今見兩象於熱河行宮西, 一身蠕動, 行如風雨. …… 其爲物也, 牛身、驢尾、駝膝、虎蹄, 淺毛灰色. 仁形悲聲, 耳若垂雲, 眼如初月. 兩牙之大二圍, 其長丈餘. 鼻長於牙, 屈伸如蠖, 卷曲如蠐, 其端如蠶尾, 挾物如鑷, 卷而納之口. 或有認鼻爲喙者, 復覓象鼻所在, 蓋不意其鼻之至於斯也. 或謂象五脚者, 或謂象目如鼠. 蓋情窮於鼻牙之間. 就其通體之最小者, 有此比擬之不倫. 蓋象眼甚細, 如姦人獻媚, 其眼先笑, 然其仁性在眼. …… 人將曰, “此夫理也. 禽獸之無手也, 必令喙啄俛而至地, 以求食也. 故鶴脛旣長, 則不得不頸長, 然猶慮其或不至地, 則又長其喙矣. 苟令鷄脚倣鶴, 則餓死庭間.” 余大笑曰, “子之所言理者, 乃牛馬鷄犬耳. 天與之齒者, 必令俛而嚙物也. 今夫象也, 樹無用之牙, 將欲俛地, 牙已先距, 所謂嚙物者, 不其自妨乎.” 或曰, “賴有鼻耳.” 余曰, “與其牙長而賴鼻, 無寧去牙而短鼻.” 於是乎說者不能堅守理說, 稍屈所學. 是情量所及, 惟在乎馬牛鷄犬, 而不及於龍鳳龜麟也. 象遇虎, 則鼻擊而斃之, 其鼻也, 天下無敵也. 遇鼠, 則置鼻無地, 仰天而立. 將謂鼠嚴於虎, 則非向所謂理也. 夫象, 猶目見, 而其理之不可知者如此, 則又況天下之物萬倍於象者乎
[출전] 박지원,『열하일기』
토론하기
(1) 고전본문에 나오는 사람들의 코끼리에 대한 오해를 정리해보자.
(2) 본 적이 없는 것에 대하여 오해한 경험이 있으면 이를 말해보고, 왜 그러한 오해가 발생했는지, 그 원인에 대하여도 이야기해보자.
(3) 고전본문의 내용을 토대로 본 적이 없는 것에 대하여 오해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의견을 나눠보도록 하자.
해설읽기
코끼리는 예나 지금이나 한반도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러나 코끼리 상(象) 자를 통해서, 또 코끼리를 언급하고 있는 문헌을 통해서 사람들은 코끼리라는 거대한 동물이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드물기는 하였지만 코끼리를 직접 본 사람들도 있어 그들로부터 코끼리에 대한 이모저모를 듣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코끼리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검증되지 않은 채로 떠돌게 되었다. 소나 개, 돼지 등과 달리 일상생활에서 코끼리를 접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청나라 황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파견된 사신단을 따라 간 박지원은 북경에 도착해서 우리에 묶여 꼼짝 못하는 코끼리를 직접 보게 된다. 뒤이어 황제가 피서 차 가 있던 열하에 도착해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이는 코끼리를 본다. 그러고는 코끼리의 외모와 거동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그 품성에 대해서도 어질다고 평가한다. 웬만한 도덕적, 학문적 성취를 이루지 않고서는 평가받기 힘든 어질다는 평가를 동물에게 내린 것이다. 그런 다음 박지원은 개나 소, 닭, 학 같은 동물에게 적용되는 이치를 코끼리에도 적용하려는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비판한다. 고전본문의 생략된 부분에서 박지원은 사람들이 개, 소, 닭, 학 같은 동물들에 적용되는 이치를 하늘의 이치로 여기며, 하늘의 이치는 만사만물에 적용되는 것이므로 코끼리에도 적용된다고 굳게 믿는 태도를 비판한다. 자신들에게 익숙하고 이해되며 경험된 것을 하늘의 이치라고 굳게 믿고는 이를 코끼리같이 경험해보지 못한 존재를 이해하는 데도 당연하게 적용하는 잘못을 범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박지원은 코끼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코끼리에 적용되는 이치에 의거해야지, 여타 다른 존재에 적용되는 이치를 기반으로 이해하고자 해서는 안 됨을 환기하였다. 나아가 이러한 이해의 태도는 코끼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코끼리는 그래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존재이지만, 세상에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존재, 그러니까 인간의 감각기관으로는 인지할 수 없는 존재도 수없이 많으므로, 그러한 것을 이해하고자 할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가령 닭이나 학을 이해한 바를 가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도(道)와 같은 참된 진리를 이해하고자 하면 잘못을 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고전본문의 생략된 부분에서 박지원은 자신이 하늘의 이치라고 알고 있는 것이 하늘의 이치의 전부가 아닐 수 있음을 환기했다. 아울러 자신이 알고 있는 하늘의 이치를 무분별하게 어디에든 적용하려는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하였다. 이는 사람들이 흔히 범하곤 하는 다음 두 가지 오류에 대해 지적한 것이다. 하나는 자신이 하늘의 이치를 마치 다 알고 있다는 착각에 쉬이 빠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경험 등을 통해 이치라고 믿게 된 것을 엄밀한 검증 없이 하늘의 이치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박지원은 사람들이 코끼리에 대해 오해하게 된 저변에는 이러한 잘못이 놓여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키워드
박지원, 상기, 앎, 열하일기, 진리, 코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