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力命」 편은 천명과 인력의 모순관계를 제재로 한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천명 자체에는 시비 판단이나 공의(公義) 실현 같은 의지가 없음에도, 사람들은 대대로 장수와 요절, 부유함과 빈곤함,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 잘삶과 못삶 등은 천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믿어왔다. 역사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늘 있어 왔던, 가령 악한 이는 부유하고 높은 자리에 오르며 천수를 누리는 반면 선한 이는 빈곤하고 미관말직을 전전하다가 요절하는 현상을 그 근거로 든다. 「力命」 편에는 이러한 인식이 드러나 있는 고사들이 실려 있으며, 이들을 통해 천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가 설파되어 있다. 고전 본문은 그 가운데 한 편으로, 천명과 인력을 의인화한 후 이 둘의 대화를 통해 천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의 문제를 다루었다.
고전본문
인력, 곧 사람의 힘이 천명, 그러니까 하늘의 명에게 말했다. “그대의 공이 어찌 나만 하겠는가?” 천명이 대답했다. “그대가 사람들의 일에 무슨 공이 있다고 나와 비교하고자 하는가?” 인력이 말했다. “수명의 길고 짧음, 잘삶과 못삶,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 가난함과 부유함 모두가 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바이다.” 천명이 말했다. “옛날 팽조의 지혜는 요임금이나 순임금보다 못했지만 팔백 세나 살았고, 공자의 제자 안연은 역량이 보통사람보다 결코 못하지 않았음에도 겨우 사십팔 세 밖에 못 살았다. 공자의 역량은 뭇 제후들보다 못하지 않았지만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죽을 뻔한 곤란을 당하였고, 은나라의 폭군 주왕의 행실은 당시의 인자인 기자, 미자, 비간보다 못했지만 임금 자리에 앉아 있었다. 현자 계찰은 오나라에서 군주가 되지 못했으며 역적 전항은 군주가 되어 제나라를 차지했다. 현자 백이와 숙제는 수양산에서 굶어죽었고, 방자했던 계씨는 청렴결백한 전금보다 부유했다. 이러한 것이 다 그대의 힘 때문이라면 어째서 어떤 사람은 오래 살게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빨리 죽게 하며, 성인은 못 살게 하고 또 역적은 잘 살게 하며, 어진 이는 지위가 낮고 어리석은 이는 지위가 높으며, 선한 이를 가난하게 하고 악한 이를 부유케 하는가?” 인력이 말했다. “만일 그대의 말과 같이 내가 정말로 사람들의 일에 공이 없다고 치자. 그렇다면 사람들의 일이 어찌 그와 같이 될 수 있었는가? 그와 같다는 것은 그대가 제어하기 때문이리라.” 천명이 말했다. “이미 모든 것이 정해진 바인데 어떻게 그것을 제어하겠는가? 나는 곧으면 곧은 대로 두고 굽으면 굽은 대로 둔다. 따라서 저절로 오래 살고 저절로 빨리 죽으며, 저절로 못살고 저절로 잘살며, 저절로 높아지고 저절로 낮아지며, 저절로 부유케 되고 저절로 가난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그것들이 그렇게 될 것을 미리 식별할 수 있겠는가? 내가 어떻게 그것들을 식별할 수 있겠는가?”
力謂命曰, “若之功奚若我哉.” 命曰, “汝奚功於物而欲比朕.” 力曰, “壽夭窮達貴賤貧富, 我力之所能也.” 命曰, “彭祖之智不出堯舜之上,而壽八百, 顏淵之才不出眾人之下,而壽十八. 仲尼之德不出諸侯之下, 而困於陳蔡, 殷紂之行不出三仁之上, 而居君位. 季札無爵於吳, 田恆專有齊國. 夷齊餓於首陽, 季氏富於展禽. 若是汝力之所能, 柰何壽彼而夭此, 窮聖而達逆, 賤賢而貴愚, 貧善而富惡邪.” 力曰, “若如若言, 我固無功於物, 而物若此邪, 此則若之所制邪.” 命曰, “既謂之命, 柰何有制之者邪. 朕直而推之, 曲而任之. 自壽自夭, 自窮自達, 自貴自賤, 自富自貧, 朕豈能識之哉. 朕豈能識之哉.”
[출전]『열자』
토론하기
(1) 인력과 천명 각각의 주장을 정리해보고, 어느 쪽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는지를 근거를 제시하면서 토의해보자.
(2) 자신의 삶 가운데 인력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운명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이야기해보자. 또한 우리 주변의 일들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해보자.
(3) 인력, 그러니까 사람의 노력과 운명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가? 근거를 제시하면서 토의해보자.
해설읽기
고전 본문은 의인화된 ‘사람의 힘’이라는 뜻의 인력과 ‘하늘의 명’이라는 뜻의 천명 사이에 있었던 대화이다. 둘 사이 대화의 주제는 “사람들의 삶에 절대적이라고 할 만큼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수명의 길고 짧음’, ‘잘삶과 못삶’,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 ‘가난함과 부유함’은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가?”였다.
인력은 그 모든 것이 노력 같은 사람의 힘으로 구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인력은 자신이 사람이 하는 모든 일에 공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모든 일은 사람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는 관점이다. 이러한 인력의 주장으로부터 운명에 대하여 두 가지 관점을 추출해볼 수 있다. 하나는 운명이란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설사 운명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사람의 힘으로 바꿔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운명은 순종, 복종의 대상이 아니라 개척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운명의 유무에 대한 입장차가 존재하지만, 둘 다 운명보다는 사람의 힘이 잘삶, 출세, 부유함, 건강함, 장수 등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한 삶, 훌륭한 삶, 부러운 삶을 만들어내는 데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인력의 관점에 대하여 천명은 역사에서 사례를 가져오며 자기 말을 시작한다. 제일 먼저 든 사례가 팽조와 요임금, 순임금, 공자의 제자 안연이었다. 팽조는 상고시대에 8백 년이나 살았다는, 고대 중국에서 대대로 장수의 아이콘으로 운위되던 인물이다. 요임금과 순임금은 자신의 노력을 기반으로 천하의 성군이자 현자가 되어 대대로 칭송받았던 위인이다. 안연은 공자의 수많은 제자 가운데 공자가 가장 인정을 했던 뛰어난 인물이다. 천명은 이 두 유형의 인물을 마주세운 후 인력의 관점대로라면 당연히 열심히 노력하며 바르게 살았던 요임금과 순임금, 안연이 더 오래 살았어야 했는데, 그보다 훨씬 못했던 팽조가 오히려 요임금, 순임금, 안연보다 몇 배나 오래 살았음을 지적했다. 다음으로 천명이 마주세운 인물 유형은 공자, 미자, 기자, 비간, 백이, 숙제, 계찰 같은 성인 반열에 오른 위인들과 폭군 주왕, 역적 전항, 신하의 신분이건만 군주를 능멸했던 계씨 같은 부정적 인물이었다. 성인 반열에 오른 이들은 하나같이 삶을 참으로 좋게 열심히 산 반면 부정적 인물들은 전형 그렇지 못한 삶을 살았다. 그럼에도 성인 반열에 오른 이들은 하나같이 어렵고 힘든 생애를 보냈고 부정적 인물들은 떵떵거리며 부유하고도 참으로 편하게 살았다. 천명은 이 두 유형을 대비하면서 인력의 주장이 맞는다면 이러한 일은 정반대로 일어났어야 하는 것 아닌가를 반문한다. 그러니 사람의 부유함과 가난함, 장수와 요절, 잘삶과 못삶, 지위의 높음과 낮음 등은 인력과 무관하게 이미 정해져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그렇다고 천명이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천명의 반론을 듣고 난 인력이 그렇다면 그 모든 것을 천명 당신이 주재하는 것이냐고 되물었을 때 천명은 모든 것은 본래부터 저절로 그러하게 될 뿐, 그것들의 전개에 자신은 전혀 간여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노자, 장자 등과 함께 도가를 대표하는 사상가답게 고전 본문의 저자인 열자는 ‘영원 전부터 영원 후까지 늘 저절로 그러하게 운행되는 자연을 닮아야 한다’는 도가의 기본적인 세계관을 벗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의 모든 일은 저절로 그러하게 운행되는 자연의 섭리와 마찬가지로 애초에 설정된 바대로 저절로 그러하게 될 뿐이고, 천명은 그렇게 설정된 것이 실현되는 과정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천명은 한 번 정해지면 정해진 대로 실현되도록 그냥 놔둘 뿐이라는 뜻이다.
천명의 역할을 이렇게 규정하면 정해진 천명 안에서 인력이 작용할 여지가 다소 확보된다. 결과는 정해져 있지만 결과를 향해 가는 과정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유할 천명을 타고 났다고 하더라도 인력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존경 받는 부자가 될 수도 있고 된통 욕만 먹는 부자가 될 수도 있게 된다. 가난을 천명으로 타고 났더라도 자포자기의 삶을 보낼 수도 있고 공자가 말한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보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키워드
공자, 귀천, 노력, 빈부, 숙명, 안회, 요절, 운명,인력, 장수, 천명
전후맥락
「力命」 편은 천명과 인력의 모순관계를 제재로 한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천명 자체에는 시비 판단이나 공의(公義) 실현 같은 의지가 없음에도, 사람들은 대대로 장수와 요절, 부유함과 빈곤함,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 잘삶과 못삶 등은 천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믿어왔다. 역사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늘 있어 왔던, 가령 악한 이는 부유하고 높은 자리에 오르며 천수를 누리는 반면 선한 이는 빈곤하고 미관말직을 전전하다가 요절하는 현상을 그 근거로 든다. 「力命」 편에는 이러한 인식이 드러나 있는 고사들이 실려 있으며, 이들을 통해 천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가 설파되어 있다. 고전 본문은 그 가운데 한 편으로, 천명과 인력을 의인화한 후 이 둘의 대화를 통해 천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의 문제를 다루었다.
고전본문
인력, 곧 사람의 힘이 천명, 그러니까 하늘의 명에게 말했다. “그대의 공이 어찌 나만 하겠는가?” 천명이 대답했다. “그대가 사람들의 일에 무슨 공이 있다고 나와 비교하고자 하는가?” 인력이 말했다. “수명의 길고 짧음, 잘삶과 못삶,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 가난함과 부유함 모두가 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바이다.” 천명이 말했다. “옛날 팽조의 지혜는 요임금이나 순임금보다 못했지만 팔백 세나 살았고, 공자의 제자 안연은 역량이 보통사람보다 결코 못하지 않았음에도 겨우 사십팔 세 밖에 못 살았다. 공자의 역량은 뭇 제후들보다 못하지 않았지만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죽을 뻔한 곤란을 당하였고, 은나라의 폭군 주왕의 행실은 당시의 인자인 기자, 미자, 비간보다 못했지만 임금 자리에 앉아 있었다. 현자 계찰은 오나라에서 군주가 되지 못했으며 역적 전항은 군주가 되어 제나라를 차지했다. 현자 백이와 숙제는 수양산에서 굶어죽었고, 방자했던 계씨는 청렴결백한 전금보다 부유했다. 이러한 것이 다 그대의 힘 때문이라면 어째서 어떤 사람은 오래 살게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빨리 죽게 하며, 성인은 못 살게 하고 또 역적은 잘 살게 하며, 어진 이는 지위가 낮고 어리석은 이는 지위가 높으며, 선한 이를 가난하게 하고 악한 이를 부유케 하는가?” 인력이 말했다. “만일 그대의 말과 같이 내가 정말로 사람들의 일에 공이 없다고 치자. 그렇다면 사람들의 일이 어찌 그와 같이 될 수 있었는가? 그와 같다는 것은 그대가 제어하기 때문이리라.” 천명이 말했다. “이미 모든 것이 정해진 바인데 어떻게 그것을 제어하겠는가? 나는 곧으면 곧은 대로 두고 굽으면 굽은 대로 둔다. 따라서 저절로 오래 살고 저절로 빨리 죽으며, 저절로 못살고 저절로 잘살며, 저절로 높아지고 저절로 낮아지며, 저절로 부유케 되고 저절로 가난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그것들이 그렇게 될 것을 미리 식별할 수 있겠는가? 내가 어떻게 그것들을 식별할 수 있겠는가?”
力謂命曰, “若之功奚若我哉.” 命曰, “汝奚功於物而欲比朕.” 力曰, “壽夭窮達貴賤貧富, 我力之所能也.” 命曰, “彭祖之智不出堯舜之上,而壽八百, 顏淵之才不出眾人之下,而壽十八. 仲尼之德不出諸侯之下, 而困於陳蔡, 殷紂之行不出三仁之上, 而居君位. 季札無爵於吳, 田恆專有齊國. 夷齊餓於首陽, 季氏富於展禽. 若是汝力之所能, 柰何壽彼而夭此, 窮聖而達逆, 賤賢而貴愚, 貧善而富惡邪.” 力曰, “若如若言, 我固無功於物, 而物若此邪, 此則若之所制邪.” 命曰, “既謂之命, 柰何有制之者邪. 朕直而推之, 曲而任之. 自壽自夭, 自窮自達, 自貴自賤, 自富自貧, 朕豈能識之哉. 朕豈能識之哉.”
[출전]『열자』
토론하기
(1) 인력과 천명 각각의 주장을 정리해보고, 어느 쪽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는지를 근거를 제시하면서 토의해보자.
(2) 자신의 삶 가운데 인력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운명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이야기해보자. 또한 우리 주변의 일들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해보자.
(3) 인력, 그러니까 사람의 노력과 운명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가? 근거를 제시하면서 토의해보자.
해설읽기
고전 본문은 의인화된 ‘사람의 힘’이라는 뜻의 인력과 ‘하늘의 명’이라는 뜻의 천명 사이에 있었던 대화이다. 둘 사이 대화의 주제는 “사람들의 삶에 절대적이라고 할 만큼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수명의 길고 짧음’, ‘잘삶과 못삶’,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 ‘가난함과 부유함’은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가?”였다.
인력은 그 모든 것이 노력 같은 사람의 힘으로 구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인력은 자신이 사람이 하는 모든 일에 공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모든 일은 사람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는 관점이다. 이러한 인력의 주장으로부터 운명에 대하여 두 가지 관점을 추출해볼 수 있다. 하나는 운명이란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설사 운명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사람의 힘으로 바꿔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운명은 순종, 복종의 대상이 아니라 개척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운명의 유무에 대한 입장차가 존재하지만, 둘 다 운명보다는 사람의 힘이 잘삶, 출세, 부유함, 건강함, 장수 등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한 삶, 훌륭한 삶, 부러운 삶을 만들어내는 데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인력의 관점에 대하여 천명은 역사에서 사례를 가져오며 자기 말을 시작한다. 제일 먼저 든 사례가 팽조와 요임금, 순임금, 공자의 제자 안연이었다. 팽조는 상고시대에 8백 년이나 살았다는, 고대 중국에서 대대로 장수의 아이콘으로 운위되던 인물이다. 요임금과 순임금은 자신의 노력을 기반으로 천하의 성군이자 현자가 되어 대대로 칭송받았던 위인이다. 안연은 공자의 수많은 제자 가운데 공자가 가장 인정을 했던 뛰어난 인물이다. 천명은 이 두 유형의 인물을 마주세운 후 인력의 관점대로라면 당연히 열심히 노력하며 바르게 살았던 요임금과 순임금, 안연이 더 오래 살았어야 했는데, 그보다 훨씬 못했던 팽조가 오히려 요임금, 순임금, 안연보다 몇 배나 오래 살았음을 지적했다. 다음으로 천명이 마주세운 인물 유형은 공자, 미자, 기자, 비간, 백이, 숙제, 계찰 같은 성인 반열에 오른 위인들과 폭군 주왕, 역적 전항, 신하의 신분이건만 군주를 능멸했던 계씨 같은 부정적 인물이었다. 성인 반열에 오른 이들은 하나같이 삶을 참으로 좋게 열심히 산 반면 부정적 인물들은 전형 그렇지 못한 삶을 살았다. 그럼에도 성인 반열에 오른 이들은 하나같이 어렵고 힘든 생애를 보냈고 부정적 인물들은 떵떵거리며 부유하고도 참으로 편하게 살았다. 천명은 이 두 유형을 대비하면서 인력의 주장이 맞는다면 이러한 일은 정반대로 일어났어야 하는 것 아닌가를 반문한다. 그러니 사람의 부유함과 가난함, 장수와 요절, 잘삶과 못삶, 지위의 높음과 낮음 등은 인력과 무관하게 이미 정해져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그렇다고 천명이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천명의 반론을 듣고 난 인력이 그렇다면 그 모든 것을 천명 당신이 주재하는 것이냐고 되물었을 때 천명은 모든 것은 본래부터 저절로 그러하게 될 뿐, 그것들의 전개에 자신은 전혀 간여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노자, 장자 등과 함께 도가를 대표하는 사상가답게 고전 본문의 저자인 열자는 ‘영원 전부터 영원 후까지 늘 저절로 그러하게 운행되는 자연을 닮아야 한다’는 도가의 기본적인 세계관을 벗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의 모든 일은 저절로 그러하게 운행되는 자연의 섭리와 마찬가지로 애초에 설정된 바대로 저절로 그러하게 될 뿐이고, 천명은 그렇게 설정된 것이 실현되는 과정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천명은 한 번 정해지면 정해진 대로 실현되도록 그냥 놔둘 뿐이라는 뜻이다.
천명의 역할을 이렇게 규정하면 정해진 천명 안에서 인력이 작용할 여지가 다소 확보된다. 결과는 정해져 있지만 결과를 향해 가는 과정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유할 천명을 타고 났다고 하더라도 인력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존경 받는 부자가 될 수도 있고 된통 욕만 먹는 부자가 될 수도 있게 된다. 가난을 천명으로 타고 났더라도 자포자기의 삶을 보낼 수도 있고 공자가 말한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보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키워드
공자, 귀천, 노력, 빈부, 숙명, 안회, 요절, 운명,인력, 장수, 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