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현석의 「새벽출정」은 1989년 3월 창작과 비평 봄호에 발표된 소설로, 인천의 세창물산(소설 속에선 ‘세광물산’)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인 방현석은 ‘방재석’이라는 가명으로 세창물산 투쟁 과정에서 사고로 죽은 송철순의 장례식 홍보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실제 파업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을 소설적으로 재구성한 80년대 노동문학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미정, 민영, 철순을 비롯한 많은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세광물산’은 공정을 합리화하여 다양한 품목을 신속하게 생산하겠다는 방침을 하달한다. 하지만 회사의 말과 달리 실제 의도는 작업반을 두 팀으로 나누어 똑같은 물건을 생산하게 하는 방식으로 각 팀 별 경쟁을 부추기려는 것이었다. 회사의 이런 방침으로 인해 원래는 사이가 좋았던 민영과 철순 사이에 갈등이 생겨나게 된다. 민영과 철순은 각각 1부와 2부의 조장으로 있었는데, 회사가 유도한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업무량이 너무 늘어버려 그 원인을 서로에게 돌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공장에서 가장 일을 잘하는 미정의 중재로 두 사람은 화해하게 되고 자신들이 힘들어지게 된 핵심적 원인이 회사 측의 경쟁 조장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세 사람은 합심하여 회사의 공정 합리화 조치에 항의하는 의미로 잔업을 거부하기로 한다. 적어도 7년 이상씩 일해온 숙련된 노동자인 세 사람은 회사 중역들과도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잔업 거부 이후로 회사의 시선은 싸늘하게 변해버린다. 가장 일을 잘하는 미정이 회사에게 통사정을 하여 해고는 면할 수 있었지만, 세 사람은 회사가 자신들을 어떤 식으로 취급하는지를 똑똑히 알게 되어 노동조합을 만들고 임금 인상을 위한 파업을 개시한다.
그러나 파업에 돌입한 후 현수막을 거는 과정에서 철순이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다. 사태가 격화되자 회사는 임금을 올려주고 사과문을 발표한다. 이후, 정상 조업이 재개되었으나 노동조합을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는 회사는 반노조조직인 구사대를 만들고 폐업을 하겠다고 발표한다. 하지만 폐업 결정은 사실이 아니었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다른 공장들이 발주 물량을 감당하게 한 채로, 노동조합이 결성된 공장만 폐업함으로써 노조의 싹을 잘라버리려는 시도였던 것이다. 1개월만에 다시 파업이 시작된 것은 이 때문이다. 미정과 민영을 비롯한 노동자들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 주변 공장의 다른 노조로부터 지원을 받아가며 어렵사리 파업을 이끌어간다. 회사 측은 한 사람 당 3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며 파업을 그만둘 것을 종용하지만 노동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죽어간 철순의 뜻을 생각하며 노동자들은 파업을 계속한다. 파업이 시작된지 150일째가 되는 날, 촛불의식을 치르고 난 노동자들은 깃발을 들고 새벽출정에 나선다.
1980년대의 대표적인 노동소설인 방현석의 「새벽출정」은 수많은 찬사를 받았지만 비판 또한 적지 않게 받았다. ‘노동소설’이라는 장르에서 ‘소설’ 쪽에 방점을 찍는 비평가들의 관점에서 「새벽출정」은 노동자의 계급성과 당파성만을 편향적으로 서술하여 경직된 재현 논리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보일 수 있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이 다층적인 내면의식을 보여주는 데 반하여 자본가의 모습은 교활하고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모습으로만 등장하기 때문이다. 반면, ‘노동’ 쪽에 방점을 찍는 비평가들이 보기에 「새벽출정」은 노동자들의 생활조건에서 시작하여 투쟁의 정치적 전망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정치적, 경제적 문제들보다는 파업에 나서는 노동자들의 주관적 의지만 부각시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이 작품이 ‘소시민적 휴머니즘’이나 ‘감상주의’적인 작품으로 비판되기도 했던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벽출정」이 여타의 전형적인 노동소설과는 다르게 노동자의 승리라는 결말을 향해 직선적으로 나아가기보다 투쟁 과정에서 겪는 굴곡과 어려움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고평하는 비평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새벽출정」은 노동자들의 섬세한 내면과 1980년대 노동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도덕감정을 훌륭히 표현했다는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