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이 글은 19세기 도시화, 산업화가 당시 사회와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그 힘이 사회 제도나 생활 양식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와 관계, 정체성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짐멜은 이 글에서 그러한 영향력을 이해하기 위한 주요한 몇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대도시가 도시 사람들에게 주는 과잉 자극이다. 도시, 특히 대도시는 수많은 사람과 자동차, 교통의 흐름과 삶의 활동으로 가득찬 곳으로, 시각, 후각, 청각 등 모든 감각에서 압도적인 자극이 끊임없이 가해지는 곳으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과잉 자극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짐멜의 표현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기제로- 점차로 무감각해지는 태도를 형성하게 된다. 주변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사건과 타인의 활동에 대한 무관심, 냉담함은 이러한 연유로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작은 공동체에서는 얻기 어려운 익명성과 자율성을 경험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구별짓고 드러내기 위해 ‘개성’을 표현하고 발전시켜 나가게 된다.
짐멜은 이에 더해, 대도시 환경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변화시켜 나가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형식적, 계약적 관계와 함께 대도시가 작동하는 방식이 화폐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본문의 글로 직접 읽어보자.
고전본문
대도시는 언제나 화폐 경제의 중심지였다. 이때 다양한 경제적 교류가 등장하고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대도시 환경은 교환 수단을 중요한 것으로 만들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는 농촌 지역에서의 상업 수준에서는 일어나기 어렵다. 화폐 경제와 이성의 지배는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둘은 인간과 사물을 실용적(수단적)으로 대하며, 이러한 태도 속에서 정의(justice)는형식적으로, 종종 무심한 냉혹함과 결합된다. 지적으로 훈련된 사람은 사람들의 개별성에 무관심하다. 왜냐하면 개별성으로부터 생겨나는 관계와 반응은 논리적 조작만으로는 다 소진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현상의 개별적 특성은 금전적 원리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화폐는 오직 모든 것에 공통된 것만을 관심 대상으로 삼는다: 교환 가치가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모든 특징과 개성을 '얼마?(How much?)' 라는 질문으로 환원한다. 사람들 사이의 친밀한 정서적 관계는 그들의 개별성에 기반하지만, 이성적 관계에서는 인간이 마치 숫자처럼, 그 외에는 무관심한 요소처럼 다뤄진다. 오직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성과만이 관심사가 된다. 그래서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상인과 고객, 가사노동인, 심지어 사회생활의 대상까지도 숫자로 계산한다. 이러한 이성적 특성은 소규모 집단의 특성과 대조를 이룬다. 작은 집단에서는 사람들의 개별성을 인식하는 것이 보다 따뜻한 행동 방식으로 귀결되며, 이는 어떤 서비스와 그에 대한 보상 간의 객관적 균형을 초월하는 것이다. (중략)
삶의 표면에 드러나는 사소해 보이는 특성들 속에서도 동일한 정신적 흐름이 특징적으로 결합된다. 현대의 이성은 점점 더 계산적이 되어 왔다. 화폐 경제가 가져온 실생활의 계산적 정확성은 자연과학의 이상(the ideal)과 일치한다: 세계를 산술 문제로 치환하고, 세계의 모든 부분을 수학적 공식으로 고정시키는 것이다. 오직 계산의 결과들만이 존재하며, 질적인 가치는 양적인 가치로 환산된다. 계산이 가능하다는 화폐의 본질적 속성으로 인해, 삶의 요소들과 그 요소들 간의 관계에 새로운 정밀성, 동일성과 차이에 대한 확실한 정의, 합의와 조정에 대한 명확성이 도입됐다. 마치 회중 시계의 보편적 보급이 외부 세계 전반에서 그 정밀성을 실현한 것처럼 말이다. 대도시 생활의 조건은 바로 이 특성의 원인이자 결과이다. 전형적인 대도시 사람들의 관계와 사정은 대개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약속이나 서비스에서 시간을 정확하게 엄수하지 않는다면 전체 구조가 겉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무너져 내릴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상황은 서로 다른 관심사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그들의 관계와 활동을 고도로 복잡한 유기체로 통합해야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만약 베를린의 모든 시계가 갑자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오작동한다면, (단 한 시간이라도 그렇게 되면,) 도시의 모든 경제 활동과 의사소통은 오랫동안 마비될 것이다. 겉보기엔 단순한 장거리 이동 역시 정확한 시간표 없이는 사람들의 생활에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 낭비와 약속 불이행을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대도시 생활의 기술이라는 것은, 모든 활동과 상호 관계를 안정적이고 비인격적인 시간표에 매우 정확하게 통합하지 않고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출전] 게오르그 짐멜,『대도시와 정신적 삶』
토론하기
(1) 짐멜의 설명을 바탕으로 했을 때, 전통적인 농촌 공동체와 대도시에서의 사회적 생활은 어떻게 다를까요?
(2)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주거 환경은 우리들의 감정과 사고방식, 인간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3) 화폐 경제가 사람들 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때, 대도시 환경은 어떠한 역할을 하게 되나요? 이러한 상호작용 관계를 조절하기 위해 어떤 도시 정책을 구상할 수 있을까요?
해설읽기
짐멜은 19세기 산업화를 거치며 상공업의 성장과 함께 등장한 대도시가 이전의 주거 환경과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 특징이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통찰하고 있다. 이 시기 도시는 본래부터 인구가 많았던 지역이기보다는, 여러 지역으로부터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규모가 커진 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의 중요한 특징은 이질성의 증가이다. 출신 지역도, 생활 방식도, 문화와 가치관도 제각각인 여러 배경의 사람들이 도시에 집중되어 모여있게 된 상황이 당시의 도시 환경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도시 환경은 사람들의 삶의 방식, 다른 사람과의 관계, 사회생활의 양태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질적인 사람들이 높은 밀도로 함께 생활해야 했을 뿐 아니라, 산업화가 심화되면서 사람들의 일자리와 생활도 높은 수준으로 분화되어 갔다. 산업화 이전 시기에는 소규모의 공동체와 길드에서 원재료 확보부터 판매까지의 전(全) 과정을 포괄하는 방식으로 일이 이뤄졌다. 그러나 산업화된 도시 지역에서는 노동 과정이 각 공정이 분화되고 각 공정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산업 영역 내에서의 노동 분화는 사회 전반의 일자리 분화로도 이어졌는데, 사람들의 사회 생활-즉 사람들 간의 관계맺음의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노동이나 생활의 전 과정을 함께 하며 서로를 전인적으로 파악하던 전통적 공동체의 관계맺음에서, 가정에서의 관계, 일터에서의 관계, 물건을 사고팔 때의 관계 등으로 사회적 관계가 분화된 것이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사람들은 타인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고, 그 관계맺음의 목적에 따라 분절된 인격체로서 상호관련되는 방식을 새로운 사회적 생활 양식으로 습득하게 된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 급성장한 도시는 이전 사회에서 통용되던 관습이나 가치관이 무너지고 새로운 도시적 질서와 관습이 형성되는 과정을 거치게 됐다. 전통적 공통체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으며, 생활 전반에 상호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에, 공동체의 압력이 사람들의 행위를 규제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대도시는 잘 모르는 사람들, 관계를 맺더라도 부분적인 관계로만 파악되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전통적 공동체 사회에서 통용되던 질서 유지는 더이상 불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전통적 공동체의 질서에서 대도시의 새로운 질서로 변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질서가 부재하는 공백의 상태(아노미 상태)가 발생하기도 하고, 인구과밀, 환경문제, 범죄 등 다양한 도시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짐멜은 이러한 도시 환경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새로운 ‘사회’를 구축해가는가를 설명하고자 했다. 이 글에서는 그 핵심으로 ‘화폐 경제’를 들고 있다. 즉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협업하고 질서를 유지하도록 하는 메커니즘(기제)이 대도시에서는 화폐 경제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 즉 돈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작동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1만원은 이 도시의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1만원과 동일한 교환 능력을 가진다. 가게에 있는 1만원짜리 물건은 1만원을 지불하면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 사람의 출신 배경, 성별, 나이 등은 아무 상관이 없다. 바로 이러한 화폐 경제의 특징이 대도시에 몰린 온갖가지 다양한 사람들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여 서로 교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이 글의 설명이다.
이렇게 화폐 경제를 바탕으로 한 대도시의 생활 양식은 경제 영역에서만 작동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즉 대도시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정신, 현대적 정신을 “점점 더 계산적인 정신”으로 이끈다. 사람들은 화폐 경제 속에 생활하면서 ‘내가 하루 일해서 벌게 된 10만원의 돈으로 1만원짜리 물건 1개, 2만원짜리 물건 2개, 5만원짜리 물건 1개를 구입할 수 있다’는 식으로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꾸려나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삶과 세계는 ‘계산의 문제’로 환원되며, 당시 크게 발전하고 있던 자연과학의 객관성과 엄밀성의 정신과도 친밀성을 가진다.
그래서 사람들의 경제 생활뿐만 아니라, 생활 역시도 계산하고 관리하는 대상으로 인식되는데, 그것을 가능하게 한 또다른 중요한 요인으로 ‘시계’가 글에서 등장하고 있다. 동일한 시간대를 나타내고 있는 모든 시계는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으로 작용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1만원이 네가 가지고 있는 1만원과 똑같은 것과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나의 1시 10분~1시 20분은 너의 1시 10분~1시 20분과 동일하다. 대도시에서는 작은 공동체에서와 달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함께 공동의 시설(예를 들어 기차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만나서 계약하고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시간이라는 ‘객관적이고 계산가능한’ 준거점이 필요하다. 그래서 짐멜은 대도시에서 사람들이 회중시계를 널리 사용하고, 정확한 시각을 약속하는 방식의 생활문화를 관찰하게 된 것이다.
키워드
개인주의, 대도시, 도시성, 도시적 관계, 이성, 화폐 경제
전후맥락
이 글은 19세기 도시화, 산업화가 당시 사회와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그 힘이 사회 제도나 생활 양식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와 관계, 정체성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짐멜은 이 글에서 그러한 영향력을 이해하기 위한 주요한 몇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대도시가 도시 사람들에게 주는 과잉 자극이다. 도시, 특히 대도시는 수많은 사람과 자동차, 교통의 흐름과 삶의 활동으로 가득찬 곳으로, 시각, 후각, 청각 등 모든 감각에서 압도적인 자극이 끊임없이 가해지는 곳으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과잉 자극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짐멜의 표현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기제로- 점차로 무감각해지는 태도를 형성하게 된다. 주변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사건과 타인의 활동에 대한 무관심, 냉담함은 이러한 연유로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작은 공동체에서는 얻기 어려운 익명성과 자율성을 경험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구별짓고 드러내기 위해 ‘개성’을 표현하고 발전시켜 나가게 된다.
짐멜은 이에 더해, 대도시 환경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변화시켜 나가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형식적, 계약적 관계와 함께 대도시가 작동하는 방식이 화폐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본문의 글로 직접 읽어보자.
고전본문
대도시는 언제나 화폐 경제의 중심지였다. 이때 다양한 경제적 교류가 등장하고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대도시 환경은 교환 수단을 중요한 것으로 만들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는 농촌 지역에서의 상업 수준에서는 일어나기 어렵다. 화폐 경제와 이성의 지배는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둘은 인간과 사물을 실용적(수단적)으로 대하며, 이러한 태도 속에서 정의(justice)는형식적으로, 종종 무심한 냉혹함과 결합된다. 지적으로 훈련된 사람은 사람들의 개별성에 무관심하다. 왜냐하면 개별성으로부터 생겨나는 관계와 반응은 논리적 조작만으로는 다 소진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현상의 개별적 특성은 금전적 원리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화폐는 오직 모든 것에 공통된 것만을 관심 대상으로 삼는다: 교환 가치가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모든 특징과 개성을 '얼마?(How much?)' 라는 질문으로 환원한다. 사람들 사이의 친밀한 정서적 관계는 그들의 개별성에 기반하지만, 이성적 관계에서는 인간이 마치 숫자처럼, 그 외에는 무관심한 요소처럼 다뤄진다. 오직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성과만이 관심사가 된다. 그래서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상인과 고객, 가사노동인, 심지어 사회생활의 대상까지도 숫자로 계산한다. 이러한 이성적 특성은 소규모 집단의 특성과 대조를 이룬다. 작은 집단에서는 사람들의 개별성을 인식하는 것이 보다 따뜻한 행동 방식으로 귀결되며, 이는 어떤 서비스와 그에 대한 보상 간의 객관적 균형을 초월하는 것이다. (중략)
삶의 표면에 드러나는 사소해 보이는 특성들 속에서도 동일한 정신적 흐름이 특징적으로 결합된다. 현대의 이성은 점점 더 계산적이 되어 왔다. 화폐 경제가 가져온 실생활의 계산적 정확성은 자연과학의 이상(the ideal)과 일치한다: 세계를 산술 문제로 치환하고, 세계의 모든 부분을 수학적 공식으로 고정시키는 것이다. 오직 계산의 결과들만이 존재하며, 질적인 가치는 양적인 가치로 환산된다. 계산이 가능하다는 화폐의 본질적 속성으로 인해, 삶의 요소들과 그 요소들 간의 관계에 새로운 정밀성, 동일성과 차이에 대한 확실한 정의, 합의와 조정에 대한 명확성이 도입됐다. 마치 회중 시계의 보편적 보급이 외부 세계 전반에서 그 정밀성을 실현한 것처럼 말이다. 대도시 생활의 조건은 바로 이 특성의 원인이자 결과이다. 전형적인 대도시 사람들의 관계와 사정은 대개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약속이나 서비스에서 시간을 정확하게 엄수하지 않는다면 전체 구조가 겉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무너져 내릴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상황은 서로 다른 관심사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그들의 관계와 활동을 고도로 복잡한 유기체로 통합해야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만약 베를린의 모든 시계가 갑자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오작동한다면, (단 한 시간이라도 그렇게 되면,) 도시의 모든 경제 활동과 의사소통은 오랫동안 마비될 것이다. 겉보기엔 단순한 장거리 이동 역시 정확한 시간표 없이는 사람들의 생활에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 낭비와 약속 불이행을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대도시 생활의 기술이라는 것은, 모든 활동과 상호 관계를 안정적이고 비인격적인 시간표에 매우 정확하게 통합하지 않고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출전] 게오르그 짐멜,『대도시와 정신적 삶』
토론하기
(1) 짐멜의 설명을 바탕으로 했을 때, 전통적인 농촌 공동체와 대도시에서의 사회적 생활은 어떻게 다를까요?
(2)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주거 환경은 우리들의 감정과 사고방식, 인간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3) 화폐 경제가 사람들 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때, 대도시 환경은 어떠한 역할을 하게 되나요? 이러한 상호작용 관계를 조절하기 위해 어떤 도시 정책을 구상할 수 있을까요?
해설읽기
짐멜은 19세기 산업화를 거치며 상공업의 성장과 함께 등장한 대도시가 이전의 주거 환경과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 특징이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통찰하고 있다. 이 시기 도시는 본래부터 인구가 많았던 지역이기보다는, 여러 지역으로부터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규모가 커진 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의 중요한 특징은 이질성의 증가이다. 출신 지역도, 생활 방식도, 문화와 가치관도 제각각인 여러 배경의 사람들이 도시에 집중되어 모여있게 된 상황이 당시의 도시 환경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도시 환경은 사람들의 삶의 방식, 다른 사람과의 관계, 사회생활의 양태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질적인 사람들이 높은 밀도로 함께 생활해야 했을 뿐 아니라, 산업화가 심화되면서 사람들의 일자리와 생활도 높은 수준으로 분화되어 갔다. 산업화 이전 시기에는 소규모의 공동체와 길드에서 원재료 확보부터 판매까지의 전(全) 과정을 포괄하는 방식으로 일이 이뤄졌다. 그러나 산업화된 도시 지역에서는 노동 과정이 각 공정이 분화되고 각 공정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산업 영역 내에서의 노동 분화는 사회 전반의 일자리 분화로도 이어졌는데, 사람들의 사회 생활-즉 사람들 간의 관계맺음의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노동이나 생활의 전 과정을 함께 하며 서로를 전인적으로 파악하던 전통적 공동체의 관계맺음에서, 가정에서의 관계, 일터에서의 관계, 물건을 사고팔 때의 관계 등으로 사회적 관계가 분화된 것이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사람들은 타인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고, 그 관계맺음의 목적에 따라 분절된 인격체로서 상호관련되는 방식을 새로운 사회적 생활 양식으로 습득하게 된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 급성장한 도시는 이전 사회에서 통용되던 관습이나 가치관이 무너지고 새로운 도시적 질서와 관습이 형성되는 과정을 거치게 됐다. 전통적 공통체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으며, 생활 전반에 상호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에, 공동체의 압력이 사람들의 행위를 규제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대도시는 잘 모르는 사람들, 관계를 맺더라도 부분적인 관계로만 파악되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전통적 공동체 사회에서 통용되던 질서 유지는 더이상 불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전통적 공동체의 질서에서 대도시의 새로운 질서로 변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질서가 부재하는 공백의 상태(아노미 상태)가 발생하기도 하고, 인구과밀, 환경문제, 범죄 등 다양한 도시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짐멜은 이러한 도시 환경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새로운 ‘사회’를 구축해가는가를 설명하고자 했다. 이 글에서는 그 핵심으로 ‘화폐 경제’를 들고 있다. 즉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협업하고 질서를 유지하도록 하는 메커니즘(기제)이 대도시에서는 화폐 경제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 즉 돈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작동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1만원은 이 도시의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1만원과 동일한 교환 능력을 가진다. 가게에 있는 1만원짜리 물건은 1만원을 지불하면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 사람의 출신 배경, 성별, 나이 등은 아무 상관이 없다. 바로 이러한 화폐 경제의 특징이 대도시에 몰린 온갖가지 다양한 사람들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여 서로 교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이 글의 설명이다.
이렇게 화폐 경제를 바탕으로 한 대도시의 생활 양식은 경제 영역에서만 작동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즉 대도시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정신, 현대적 정신을 “점점 더 계산적인 정신”으로 이끈다. 사람들은 화폐 경제 속에 생활하면서 ‘내가 하루 일해서 벌게 된 10만원의 돈으로 1만원짜리 물건 1개, 2만원짜리 물건 2개, 5만원짜리 물건 1개를 구입할 수 있다’는 식으로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꾸려나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삶과 세계는 ‘계산의 문제’로 환원되며, 당시 크게 발전하고 있던 자연과학의 객관성과 엄밀성의 정신과도 친밀성을 가진다.
그래서 사람들의 경제 생활뿐만 아니라, 생활 역시도 계산하고 관리하는 대상으로 인식되는데, 그것을 가능하게 한 또다른 중요한 요인으로 ‘시계’가 글에서 등장하고 있다. 동일한 시간대를 나타내고 있는 모든 시계는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으로 작용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1만원이 네가 가지고 있는 1만원과 똑같은 것과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나의 1시 10분~1시 20분은 너의 1시 10분~1시 20분과 동일하다. 대도시에서는 작은 공동체에서와 달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함께 공동의 시설(예를 들어 기차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만나서 계약하고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시간이라는 ‘객관적이고 계산가능한’ 준거점이 필요하다. 그래서 짐멜은 대도시에서 사람들이 회중시계를 널리 사용하고, 정확한 시각을 약속하는 방식의 생활문화를 관찰하게 된 것이다.
키워드
개인주의, 대도시, 도시성, 도시적 관계, 이성, 화폐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