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남경의 문인 두소경(杜少卿)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한가롭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의 제자였던 이(李) 순무(巡撫, 중앙 정부에서 지방에 파견된 고위 관리)로부터 자신을 관직에 천거하려 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받는다. 이에 두소경은 즉시 순무를 찾아가 사양의 뜻을 밝히며 추천을 철회해 줄 것을 요청하지만, 순무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며칠 뒤, 두소경은 순무의 명을 받은 등(鄧) 지현(知縣, 현을 다스리는 관리)이 그를 설득하러 집으로 찾아오고 있다는 전갈을 받는다.
고전본문
지형산(遲衡山)과 작별하고 나온 두소경이 하인에게 물었다.
“아까 관아에서 온 그 심부름꾼이 뭐라고 하더냐?”
하인이 대답했다.
“나리에 관한 공문이 이미 도착했다고 합니다. 이 순무대감께서 현에 계신 등 지현에게 명하여 나리께서 북경으로 올라가 벼슬을 하도록 잘 이야기하라고 하셨답니다. 등 지현께서는 지금 승은사(承恩寺)에 머무르고 계신데, 곧 직접 찾아오실 것이니 나리께서 집에 계시는 게 좋겠다고 하더군요.”
두소경이 말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는 말이지. 그렇다면 정문 쪽으로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겠구나. 너는 얼른 배 한 척을 불러오너라. 나는 강가의 난간을 따라 들어가야겠다.”
하인은 곧장 하부교(下浮橋) 부근에서 가림막을 얹은 작은 배 한 척을 불렀고, 두소경은 그 배를 타고 집으로 갔다.
집으로 돌아온 두소경은 서둘러 낡은 옷 한 벌을 꺼내 입고 헌 모자를 썼다. 그런 다음 손수건으로 머리를 싸매고 침대에 누운 채 하인을 불렀다.
“너는 그 심부름꾼에게 가서 내가 갑자기 심한 병에 걸렸으니 등 나리께서 굳이 오시게 하지 말고 병이 나으면 내가 천천히 가서 인사를 드릴 것이라고 전해라.”
하인은 그 말을 따라 사람을 돌려보냈다.
이를 본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조정에서 당신을 불러 벼슬을 시켜 준다는데 어째서 없는 병을 핑계 대면서까지 안 가겠다고 하는 거예요?”
두소경이 대답했다.
“당신도 참 어리석소. 이렇게 놀기 좋은 남경을 두고 떠난다니. 여기 남아서 봄가을로 당신이랑 꽃놀이 다니면서 술도 한 잔 하고 하는 것이 훨씬 즐거운 일인데 어째서 굳이 나더러 북경(北京)으로 가라는 거요? 또 당신이 같이 간다 칩시다. 그 추운 곳에서 몸 약한 당신이 찬바람 한 번 맞고 얼어 죽기라도 하면 어쩌라고. 그러니 안 가는 게 낫지요.”
그때 하인이 들어와서 아뢰었다.
“등 나리께서 오셨습니다. 나리를 꼭 만나고 가시겠다고 지금 바깥채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두소경은 하인 둘을 불러 자신을 부축하게 하고 정말로 아픈 사람처럼 휘청거리며 걸어 나갔다. 등 지현을 보고서는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한 뒤,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듯 일어나지도 않았다. 놀란 등 지현은 얼른 그를 일으켜 세우고 자리에 앉아 말했다.
“조정에서 인재를 등용하라는 명을 내려 이 순무께서 선생을 추천하신 것인데, 이렇게 위중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언제쯤이면 겨우나마 출발하실 수 있겠습니까?”
두소경이 답했다.
“유감스럽게도 제가 큰 병에 걸려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이번에 천거해 주신 것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듯하니, 나리께서 저를 대신하여 사양의 뜻을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미리 써 둔 문서 한 장을 꺼내 지현에게 건넸다. 지현은 두소경의 이런 상태를 보고 더 이상 오래 머무를 수 없어 말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선생을 무리하게 해 드린 것 같군요. 이번 일은 제가 문서를 올리고 순무 나리의 뜻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몸이 이래서 직접 배웅도 못 해 드리는 것을 부디 이해해 주십시오.”
등 지현은 작별 인사를 하고 곧바로 가마를 타고 떠났고, 관청에 도착하자마자 두소경이 병세로 출발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작성해 이 순무에게 올려 보냈다. 마침 이 순무도 복건 지방으로 새로 발령이 나 이 일은 흐지부지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두소경은 속으로 크게 기뻐하며 생각했다.
‘됐어! 수재 노릇도 이것으로 끝이야. 이제부터는 향시(鄕試)는 물론이고 향시 자격 시험이든 수재 갱신 시험이든 과거 시험이라면 아예 나가지도 말아야지. 이래저래 되는대로 하고 싶은 일이나 하면서 사는 거야!’
[출전] 오경재, 『유림외사』
토론하기
(1) 두소경은 왜 꾀병을 부리면서까지 관직에 나가지 않으려고 하는가? 아내와의 대화, 지현과의 만남, 그리고 마지막에 혼자 하는 생각을 바탕으로, 관직 생활이 일반적으로 어떤 것이었을지를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자.
(2) ‘성공적인 삶’이란 무엇인가? 만약 두소경처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길과 자신이 원하는 삶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그리고 왜 그런 선택을 할 것인지 함께 이야기해 보자.
(3) 만약 뛰어난 사람들이 사회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않고, 오직 개인의 행복을 위해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기로만 선택한다면 우리는 그 선택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해설읽기
전체 56회로 된 이 소설에서 34회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이 장면은 청대의 박학홍사과(博學鴻詞科)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족(漢族)의 명나라를 정복하고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滿洲族) 정부는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사상 통제를 시행하면서도, 동시에 여전히 명나라에 대한 향수를 품고 있던 지식인들의 마음을 새 왕조로 돌려놓고자 했다. 박학홍사과, 줄여서 박홍이라고도 하는 이 특별 과거 제도는 바로 그러한 회유책으로 등장했다. 명대 말부터 인구가 급증하고 부유한 상인 가문이 전국적으로 등장한 데다 그들의 신분 상승 욕구가 더해지면서 청대 초에는 과거 시험 경쟁률이 치솟고 합격률은 극도로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과거가 아닌 특채 형식으로 인재를 발탁하는 박홍은 그 의도대로 청대 지식인들의 주목을 끌었다(실제로 저자 오경재도 추천을 받아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나 병으로 시험장에 나가지 못했다).
본문의 주인공 두소경은 모두가 열망하는 이 기회를 아주 적극적으로 거절한다. 본문 바로 앞의 33회에서 그는 순무의 추천 공문을 받자마자 집에 있던 금 술잔을 저당 잡히면서까지 여비를 마련해 곧장 순무에게 달려가 사양의 뜻을 밝힌다. 관직에 대한 두소경의 거절은 고대에서부터 이어져 온 은자(隱者) 전통을 참조하고 있다. 세속적 성공을 버리고 자신만의 가치를 지기키 위해 산 속으로 숨어드는 은자들을 사람들은 고결한 정신으로 칭송했다. 사회적인 명성과 부가 약속된 관직을 거부하는 두소경에게도 그러한 전통의 흔적이 배어 있다. 그러나 저자는 두소경을 당대의 독자들이 흔히 상상할 법한 고고한 은자로 내세우기보다 소탈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드러내려고 한다. 본문에 나오는 것처럼 그는 아내와 꽃놀이를 하며 술을 마시는 일상의 낙을 누리기 위해서 북경으로 가기를 거절하고, 나중에는 수재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연례 시험인 세시(歲試)나 더 높은 향시 응시 조건을 얻는 과시(科試)를 포함한 모든 과거 시험을 내려 놓고, 가까운 사람들과 어울려 즐기는 소소한 삶을 살아가기로 한다.
두소경의 꾀병 기획과 연기는 그가 선택한 새로운 삶의 양식에 대한 의지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지현이 찾아올 것이라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는 지현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동선을 섬세하게 계획하고, 명민한 하인은 집 근처에 닿을 때까지 주변의 시선들로부터 주인을 가려줄 “가림막을 얹은” 배를 부른다. 두소경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초췌한 행색을 하고, 지현을 맞을 때는 비틀거리며 걸어나간다. 지현에게 절을 하고서는 다시 일어서지도 못하는 사람처럼 땅바닥에 그대로 엎드려 있다. 순무의 뜻을 전하러 온 지현은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서둘러 발길을 돌린다. 이것이 순전히 연기라는 것을 알고 이 장면을 읽는 청대의 독자들은 고대의 고매한 은자를 떠올리기에 앞서 그의 신들린 연기에 폭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모두가 부러워할 만 한 관직 추천을 거절하기 위해 이토록 애를 쓰는 두소경을 두고 이야기 세계 안의 다른 인물들이 어리석고 괴상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의 사촌 형 두신경(杜慎卿)은 도움을 바라는 이웃이라면 누구든 선뜻 돈을 내주는 두소경을 “정신나간 바보”(獃子)라고 부르고, 그렇게 부친의 유산을 모두 탕진한 두소경은 나중에 “몹쓸 부류”(敗類)으로 폄하되기까지 한다. 다수의 문법을 따르는 이들이 보기에 두소경의 삶은 결코 본받아서는 안되는 실패의 교과서에 불과하다. 물론 두소경 자신도 이러한 비난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그는 이 모든 “현명한” 사람들 앞에서 태연히 “우둔한” 길을 택한다. 저자 오경재는 자신과 유사한 이력을 가진 이 두소경이라는 인물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하고자 한다. 정말로 어리석은 것은 누구인가. 무엇이 진정으로 현명한 삶인가.
키워드
과거 시험, 관직, 어리석음, 자유, 출세
전후맥락
남경의 문인 두소경(杜少卿)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한가롭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의 제자였던 이(李) 순무(巡撫, 중앙 정부에서 지방에 파견된 고위 관리)로부터 자신을 관직에 천거하려 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받는다. 이에 두소경은 즉시 순무를 찾아가 사양의 뜻을 밝히며 추천을 철회해 줄 것을 요청하지만, 순무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며칠 뒤, 두소경은 순무의 명을 받은 등(鄧) 지현(知縣, 현을 다스리는 관리)이 그를 설득하러 집으로 찾아오고 있다는 전갈을 받는다.
고전본문
지형산(遲衡山)과 작별하고 나온 두소경이 하인에게 물었다.
“아까 관아에서 온 그 심부름꾼이 뭐라고 하더냐?”
하인이 대답했다.
“나리에 관한 공문이 이미 도착했다고 합니다. 이 순무대감께서 현에 계신 등 지현에게 명하여 나리께서 북경으로 올라가 벼슬을 하도록 잘 이야기하라고 하셨답니다. 등 지현께서는 지금 승은사(承恩寺)에 머무르고 계신데, 곧 직접 찾아오실 것이니 나리께서 집에 계시는 게 좋겠다고 하더군요.”
두소경이 말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는 말이지. 그렇다면 정문 쪽으로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겠구나. 너는 얼른 배 한 척을 불러오너라. 나는 강가의 난간을 따라 들어가야겠다.”
하인은 곧장 하부교(下浮橋) 부근에서 가림막을 얹은 작은 배 한 척을 불렀고, 두소경은 그 배를 타고 집으로 갔다.
집으로 돌아온 두소경은 서둘러 낡은 옷 한 벌을 꺼내 입고 헌 모자를 썼다. 그런 다음 손수건으로 머리를 싸매고 침대에 누운 채 하인을 불렀다.
“너는 그 심부름꾼에게 가서 내가 갑자기 심한 병에 걸렸으니 등 나리께서 굳이 오시게 하지 말고 병이 나으면 내가 천천히 가서 인사를 드릴 것이라고 전해라.”
하인은 그 말을 따라 사람을 돌려보냈다.
이를 본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조정에서 당신을 불러 벼슬을 시켜 준다는데 어째서 없는 병을 핑계 대면서까지 안 가겠다고 하는 거예요?”
두소경이 대답했다.
“당신도 참 어리석소. 이렇게 놀기 좋은 남경을 두고 떠난다니. 여기 남아서 봄가을로 당신이랑 꽃놀이 다니면서 술도 한 잔 하고 하는 것이 훨씬 즐거운 일인데 어째서 굳이 나더러 북경(北京)으로 가라는 거요? 또 당신이 같이 간다 칩시다. 그 추운 곳에서 몸 약한 당신이 찬바람 한 번 맞고 얼어 죽기라도 하면 어쩌라고. 그러니 안 가는 게 낫지요.”
그때 하인이 들어와서 아뢰었다.
“등 나리께서 오셨습니다. 나리를 꼭 만나고 가시겠다고 지금 바깥채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두소경은 하인 둘을 불러 자신을 부축하게 하고 정말로 아픈 사람처럼 휘청거리며 걸어 나갔다. 등 지현을 보고서는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한 뒤,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듯 일어나지도 않았다. 놀란 등 지현은 얼른 그를 일으켜 세우고 자리에 앉아 말했다.
“조정에서 인재를 등용하라는 명을 내려 이 순무께서 선생을 추천하신 것인데, 이렇게 위중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언제쯤이면 겨우나마 출발하실 수 있겠습니까?”
두소경이 답했다.
“유감스럽게도 제가 큰 병에 걸려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이번에 천거해 주신 것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듯하니, 나리께서 저를 대신하여 사양의 뜻을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미리 써 둔 문서 한 장을 꺼내 지현에게 건넸다. 지현은 두소경의 이런 상태를 보고 더 이상 오래 머무를 수 없어 말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선생을 무리하게 해 드린 것 같군요. 이번 일은 제가 문서를 올리고 순무 나리의 뜻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몸이 이래서 직접 배웅도 못 해 드리는 것을 부디 이해해 주십시오.”
등 지현은 작별 인사를 하고 곧바로 가마를 타고 떠났고, 관청에 도착하자마자 두소경이 병세로 출발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작성해 이 순무에게 올려 보냈다. 마침 이 순무도 복건 지방으로 새로 발령이 나 이 일은 흐지부지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두소경은 속으로 크게 기뻐하며 생각했다.
‘됐어! 수재 노릇도 이것으로 끝이야. 이제부터는 향시(鄕試)는 물론이고 향시 자격 시험이든 수재 갱신 시험이든 과거 시험이라면 아예 나가지도 말아야지. 이래저래 되는대로 하고 싶은 일이나 하면서 사는 거야!’
[출전] 오경재, 『유림외사』
토론하기
(1) 두소경은 왜 꾀병을 부리면서까지 관직에 나가지 않으려고 하는가? 아내와의 대화, 지현과의 만남, 그리고 마지막에 혼자 하는 생각을 바탕으로, 관직 생활이 일반적으로 어떤 것이었을지를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자.
(2) ‘성공적인 삶’이란 무엇인가? 만약 두소경처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길과 자신이 원하는 삶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그리고 왜 그런 선택을 할 것인지 함께 이야기해 보자.
(3) 만약 뛰어난 사람들이 사회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않고, 오직 개인의 행복을 위해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기로만 선택한다면 우리는 그 선택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해설읽기
전체 56회로 된 이 소설에서 34회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이 장면은 청대의 박학홍사과(博學鴻詞科)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족(漢族)의 명나라를 정복하고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滿洲族) 정부는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사상 통제를 시행하면서도, 동시에 여전히 명나라에 대한 향수를 품고 있던 지식인들의 마음을 새 왕조로 돌려놓고자 했다. 박학홍사과, 줄여서 박홍이라고도 하는 이 특별 과거 제도는 바로 그러한 회유책으로 등장했다. 명대 말부터 인구가 급증하고 부유한 상인 가문이 전국적으로 등장한 데다 그들의 신분 상승 욕구가 더해지면서 청대 초에는 과거 시험 경쟁률이 치솟고 합격률은 극도로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과거가 아닌 특채 형식으로 인재를 발탁하는 박홍은 그 의도대로 청대 지식인들의 주목을 끌었다(실제로 저자 오경재도 추천을 받아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나 병으로 시험장에 나가지 못했다).
본문의 주인공 두소경은 모두가 열망하는 이 기회를 아주 적극적으로 거절한다. 본문 바로 앞의 33회에서 그는 순무의 추천 공문을 받자마자 집에 있던 금 술잔을 저당 잡히면서까지 여비를 마련해 곧장 순무에게 달려가 사양의 뜻을 밝힌다. 관직에 대한 두소경의 거절은 고대에서부터 이어져 온 은자(隱者) 전통을 참조하고 있다. 세속적 성공을 버리고 자신만의 가치를 지기키 위해 산 속으로 숨어드는 은자들을 사람들은 고결한 정신으로 칭송했다. 사회적인 명성과 부가 약속된 관직을 거부하는 두소경에게도 그러한 전통의 흔적이 배어 있다. 그러나 저자는 두소경을 당대의 독자들이 흔히 상상할 법한 고고한 은자로 내세우기보다 소탈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드러내려고 한다. 본문에 나오는 것처럼 그는 아내와 꽃놀이를 하며 술을 마시는 일상의 낙을 누리기 위해서 북경으로 가기를 거절하고, 나중에는 수재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연례 시험인 세시(歲試)나 더 높은 향시 응시 조건을 얻는 과시(科試)를 포함한 모든 과거 시험을 내려 놓고, 가까운 사람들과 어울려 즐기는 소소한 삶을 살아가기로 한다.
두소경의 꾀병 기획과 연기는 그가 선택한 새로운 삶의 양식에 대한 의지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지현이 찾아올 것이라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는 지현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동선을 섬세하게 계획하고, 명민한 하인은 집 근처에 닿을 때까지 주변의 시선들로부터 주인을 가려줄 “가림막을 얹은” 배를 부른다. 두소경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초췌한 행색을 하고, 지현을 맞을 때는 비틀거리며 걸어나간다. 지현에게 절을 하고서는 다시 일어서지도 못하는 사람처럼 땅바닥에 그대로 엎드려 있다. 순무의 뜻을 전하러 온 지현은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서둘러 발길을 돌린다. 이것이 순전히 연기라는 것을 알고 이 장면을 읽는 청대의 독자들은 고대의 고매한 은자를 떠올리기에 앞서 그의 신들린 연기에 폭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모두가 부러워할 만 한 관직 추천을 거절하기 위해 이토록 애를 쓰는 두소경을 두고 이야기 세계 안의 다른 인물들이 어리석고 괴상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의 사촌 형 두신경(杜慎卿)은 도움을 바라는 이웃이라면 누구든 선뜻 돈을 내주는 두소경을 “정신나간 바보”(獃子)라고 부르고, 그렇게 부친의 유산을 모두 탕진한 두소경은 나중에 “몹쓸 부류”(敗類)으로 폄하되기까지 한다. 다수의 문법을 따르는 이들이 보기에 두소경의 삶은 결코 본받아서는 안되는 실패의 교과서에 불과하다. 물론 두소경 자신도 이러한 비난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그는 이 모든 “현명한” 사람들 앞에서 태연히 “우둔한” 길을 택한다. 저자 오경재는 자신과 유사한 이력을 가진 이 두소경이라는 인물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하고자 한다. 정말로 어리석은 것은 누구인가. 무엇이 진정으로 현명한 삶인가.
키워드
과거 시험, 관직, 어리석음, 자유, 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