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산림 개간의 임무를 받고 산골 농장의 생산대로 배치된 청년들은 “쓸모 있는” 나무를 새로 심기 위해 기존의 “쓸모없는” 나무들을 베어내고 산을 불태운다. 그중에서도 리리(李立)는 가장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인물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산 혁명을 진지하게 공부하기 위해 『마오쩌둥 전집』을 비롯한 수많은 공산주의 사상서를 가져온 그는 혁명의 한 부분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헌신하겠다는 다짐으로 차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청년들은 산꼭대기에서 거대한 나무 한 그루를 발견한다. 마을의 생산대장은 그것이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산의 정령이기 때문에 베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지만, 리리를 비롯한 청년들은 이를 미신으로 치부한다. 이곳 농장에서 가장 나무를 잘 베는 “나무왕” 부스럼 샤오(蕭疙瘩)의 도움을 받아 청년들은 산에서의 일에 점차 익숙해지고, 마침내 산 꼭대기의 나무만을 남겨두게 된다. 리리는 전근대의 유산인 미신을 깨뜨리고, 농민들에게 역사를 개간하는 혁명 사상을 심어주기 위해 반드시 나무를 베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스럼 샤오는 나무를 베는 대신에 자기를 베라며 막아선다. 그러나 결국 리리와 공산당 지부의 뜻에 따라 나무는 베어지고 불태워진다. 오래 지나지 않아, 부스럼 샤오는 몸져누워 앓다가 죽는다. 그는 자신이 지키려 했던 나무처럼 산꼭대기에서 화장되어, 나무의 그루터기 옆에 묻힌다. 본문은 이 가운데 부스럼 샤오가 나무를 베려는 리리를 막아서는 장면이다.
고전본문
갑자기 부스럼 샤오가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흐릿하고 낯설었다.
“학생, 거기는 벨 데가 아니야.”
리리가 고개를 돌려 부스럼 샤오를 보고는 칼을 내려놓으며 다소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어디요?”
부스럼 샤오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자리에 그대로 앉은 채 왼손을 슬며시 들어 오른쪽 팔뚝을 툭툭 쳤다.
“여기.”
리리는 무슨 뜻인지 몰라 고개를 기울여 그가 가리킨 곳을 쳐다보았다. 부스럼 샤오는 두 팔을 벌리며 천천히 일어나 똑바로 서더니 이번에는 오른손으로 자기 가슴팍을 가리켰다.
“아니면 여기도 괜찮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그제야 알아차렸다. 리리의 얼굴이 일순간 하얘졌고, 나도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으며, 다른 사람들은 모두가 얼이 빠진 것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나무그늘이 아니라 볕이 드는 곳이었으면 따뜻하기라도 했을 것이라고 느꼈다. 리리가 입을 뗐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서야 말을 했다.
“샤오 아저씨, 농담하지 마시구요.”
부스럼 샤오는 오른손을 내렸다.
“나는 농담 같은 거 안 해.”
리리가 말했다.
“그럼 대체 어디를 베라는 말씀인 거죠?”
부스럼 샤오는 다시 한 번 오른손으로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학생, 내가 아까 말했잖나. 바로 여기.”
리리는 살짝 짜증이 났지만, 잠시 생각을 한 다음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나무는 베면 안 된다는 겁니까?”
부스럼 샤오는 그대로 손을 가슴에 댄 채 조용히 말했다.
“여기라면 베도 돼.”
리리는 정말로 짜증이 나서 버럭 소리쳤다.
“이 나무는 꼭 베야 한다구요! 자리도 이렇게 많이 차지하고 있잖아요. 이 정도 땅이면 얼마든지 쓸모 있는 나무들을 심을 수 있다구요!”
부스럼 샤오가 물었다.
“이 나무는 쓸모가 없나?”
리리가 대답했다.
“당연히 쓸모가 없죠. 이걸 가지고 뭘 하겠어요? 땔감으로 쓰겠어요, 의자나 탁자 같은 걸 만들겠어요, 아니면 집 짓는데 쓰겠어요? 별다른 경제적 가치가 없다구요.”
부스럼 샤오가 말했다.
“나는 쓸모가 있어 보이는데. 나는 못 배운 사람이라 그 쓸모라는 게 뭔지 말로 제대로 할 수는 없어. 그래도 이렇게까지 크게 자랐으니, 쉽게 된 것은 아니겠지. 이게 아이였다고 치면, 키운 사람들은 벨 생각을 못했을 거야.”
리리는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이런 나무는 누가 심은 게 아니잖아요. 이런 잡목이야 많고 많죠. 이런 잡목들만 없었어도 우리가 개간 사업을 벌써 끝내고도 남았을 겁니다. 흰 종이라야 새 그림을 그리든지 예쁜 그림을 그리든지 제대로 그릴 수가 있죠. 이런 잡목은 방해물일 뿐이어서 싹 베어버려야 한다구요. 이런 건 혁명이지, 무슨 애를 키우느니 하는 문제가 전혀 아니라고요!”
부스럼 샤오는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시선을 떨구며 말했다.
“자네들은 지금껏 그렇게나 많은 나무를 벨 수 있었고, 그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지.”
리리가 말했다.
“그럼 상관하지 마시라구요.”
부스럼 샤오는 여전히 시선을 떨군 채였다.
“그래도 이 나무만큼은 남겨둬야 해. 세상을 다 베어낸다 해도 한 그루는 남겨야 증명이 되지.”
리리가 물었다.
“뭘 증명하는데요?”
부스럼 샤오가 말했다.
“하늘이 하신 일을 증명하는 거지.”
[출전] 아청, 『나무왕』 중에서
토론하기
(1) 본문에서 나무는 리리와 부스럼 샤오에게 각각 어떤 의미를 갖는가?
(2) 여러분에게도 부스럼 샤오처럼 반드시 지키고 싶은 ‘나무’가 있는가? 만약 있다면, 그것은 왜 소중한가?
(3)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쓸모없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관심에서 밀려나거나 제거되는 것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해설읽기
부스럼 샤오가 나무를 베려고 하는 리리를 막아서서 자신을 대신 베라고 말하는 장면은 샤오와 나무 사이의 깊은 동일시를 보여준다. 그는 나무를 베는 것은 곧 자신을 베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혹은 차라리 자신이 나무를 대신해서 베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나무에 대한 샤오의 깊은 동질감 속에서 그가 가리키는 자신의 팔과 가슴은 곧 나무의 가지와 몸통, 궁극적으로는 나무의 생명과 같은 것이다.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름을 대신해 그를 가리키는데 사용하는 용어 “부스럼 샤오”는 그와 나무 사이의 이러한 정서적 동일시를 이미지의 차원에서 보충한다. “부스럼”에 해당하는 중국어 “거다(疙瘩)”는 종기, 뭉친 덩어리를 의미하는데, 이것은 나무의 울퉁불퉁한 옹이나 마디, 뒤엉킨 가지와 뿌리를 상기시킨다. “닮다”, “쇠약해지다”라는 뜻을 가진 그의 성 “샤오(肖)”는 둘 어느 것으로 해석하든 이 이야기에서 이름 주인의 운명과 관련된다. 샤오는 얽힌 외모뿐만 아니라, 과묵한 성격과 단단한 몸, 그리고 우직하게 오랫동안 산을 지켜온 그의 삶의 행적에 있어서도 나무를 닮았다. 이야기의 결말에서 나무가 베어지고 불태워지자 그도 함께 “쇠약해지고,” 얼마 가지 않아 죽어 화장된다. 본문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그의 아들 류자오(肖六爪)도 마찬가지로 나무와 인간 사이의 동일시를 상징하는 하나의 알레고리다. “여섯 손가락”을 의미하는 이 이름은 표면적으로 다지증(多指症)으로 태어난 그의 신체적 외형을 가리키지만,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나무의 가치와 뿌리를 연상시킨다. 즉, 샤오 부자는 나무의 인간적 화신이다.
리리는 자연적 생명력의 대척점에 서 있다. 마오쩌둥 정부의 방침에 따라 산림 개간에 앞장서는 이 “지식 청년”은 샤오와 달리 모든 나무를 ‘쓸모’의 기준에 따라 판단한다. 그가 지금 베려는 산꼭대기의 큰 나무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아무런 “경제적 가치”가 없을 뿐 아니라, 그 크기 때문에 다른 “쓸모 있는” 나무들을 심을 수 있는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있다. 리리가 가진 이러한 관점은 부스럼 샤오와 마찬가지로 그의 이름에 들어 있는 알레고리를 설명한다. 중국에서 매우 흔한 성씨인 “리(李)”는 글자 모양에 있어서 각각 “나무”와 “아들”을 뜻하는 한자 목(木)과 자(子)가 결합된 형태이고, 그의 이름 “리(立)”는 사람이 곧게 서 있는 모습을 뜻한다. 이 성과 이름을 맞추면 본문에 나오는 그의 역할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그는 나무 앞에, 혹은 더 구체적으로, 나무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결국 그 나무와 함께 묻힐 남자 앞에 서 있다. 더욱이 그의 성과 이름의 동일한 중국어 발음 “리”는 같은 소리를 갖는 다른 단어 “리(利)”를 연상시킨다. “날카롭다”, “이롭다”는 뜻을 가진 이 한자는, 날 선 칼을 들고 나무 앞에 서서 ‘이로움’이라는 기준에 따라 그 가치를 판단하는 리리의 태도와 맞물린다.
리리가 산꼭대기의 큰 나무를 베려는 것은 단순히 산림 개간이라는 실용적인 목적 때문만이 아니다. 본문에서 그가 “흰 종이라야 새로운 그림이든지 예쁜 그림이든지 제대로 그릴 수가 있죠.”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드러나듯, 산림 개간은 새로운 사회 질서를 구축하려는 중국공산당의 혁명 기획과 연결되어 있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리리와 같은 도시 청년들이 농촌으로 보내질 때, 이들은 농민들과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민중을 통한 혁명의 가치를 깨닫고, 동시에 그들이 도시에서 배운 혁명 사상을 농민들에게 교육시키는 사명을 부여받았다. 소설의 앞부분에서 리리는 마을 사람들이 이 나무를 하나의 정령으로 여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때부터 나무가 마을 사람들의 미신적 사고를 부추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 그 나무를 쓰러뜨림으로써 사람들의 전통적인 세계관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문에서 리리가 나무를 “방해물”이라고 말할 때, 이는 단순히 나무가 물리적으로 개간을 방해한다는 의미 이상으로, 그가 나무를 공산당 정부가 주장하는 ‘역사의 진보’를 가로막는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리리가 이런 나무를 “싹 베어버려야 한다”고 단호히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부스럼 샤오의 관점에서 나무는 단순히 미신적 숭배의 대상만은 아니다. 나무를 “아이”이자 하늘을 “증명”하는 존재로 여기는 샤오에게 그것은 리리가 말하는 경제적 유용성과 비교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예컨대 나무는 기억이자 생명이며, 역사다. 나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생명이면서, 그것을 둘러싼 다른 생명들—인간, 마을 공동체, 마을의 자연 환경—에 대한 기록이고, 또 무엇보다 인간과 자연이 공유하는 하나의 역사 안에서 그들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이다. 리리와 청년들이 나무를 베고 불태울 때, 사라지는 것은 나무만이 아니라 이 모든 가치들이다. 결국 나무를 지키려 했지만 나무와 함께 죽어간 부스럼 샤오는 ‘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된 것과, 그 역사적 폭력에 맞서 자신들의 고유한 가치와 세계를 지키려고 했던 모든 사람들을 대표한다.
키워드
문화대혁명, 사상의 폭력, 생명, 자연, 전통,
전후맥락
산림 개간의 임무를 받고 산골 농장의 생산대로 배치된 청년들은 “쓸모 있는” 나무를 새로 심기 위해 기존의 “쓸모없는” 나무들을 베어내고 산을 불태운다. 그중에서도 리리(李立)는 가장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인물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산 혁명을 진지하게 공부하기 위해 『마오쩌둥 전집』을 비롯한 수많은 공산주의 사상서를 가져온 그는 혁명의 한 부분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헌신하겠다는 다짐으로 차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청년들은 산꼭대기에서 거대한 나무 한 그루를 발견한다. 마을의 생산대장은 그것이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산의 정령이기 때문에 베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지만, 리리를 비롯한 청년들은 이를 미신으로 치부한다. 이곳 농장에서 가장 나무를 잘 베는 “나무왕” 부스럼 샤오(蕭疙瘩)의 도움을 받아 청년들은 산에서의 일에 점차 익숙해지고, 마침내 산 꼭대기의 나무만을 남겨두게 된다. 리리는 전근대의 유산인 미신을 깨뜨리고, 농민들에게 역사를 개간하는 혁명 사상을 심어주기 위해 반드시 나무를 베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스럼 샤오는 나무를 베는 대신에 자기를 베라며 막아선다. 그러나 결국 리리와 공산당 지부의 뜻에 따라 나무는 베어지고 불태워진다. 오래 지나지 않아, 부스럼 샤오는 몸져누워 앓다가 죽는다. 그는 자신이 지키려 했던 나무처럼 산꼭대기에서 화장되어, 나무의 그루터기 옆에 묻힌다. 본문은 이 가운데 부스럼 샤오가 나무를 베려는 리리를 막아서는 장면이다.
고전본문
갑자기 부스럼 샤오가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흐릿하고 낯설었다.
“학생, 거기는 벨 데가 아니야.”
리리가 고개를 돌려 부스럼 샤오를 보고는 칼을 내려놓으며 다소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어디요?”
부스럼 샤오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자리에 그대로 앉은 채 왼손을 슬며시 들어 오른쪽 팔뚝을 툭툭 쳤다.
“여기.”
리리는 무슨 뜻인지 몰라 고개를 기울여 그가 가리킨 곳을 쳐다보았다. 부스럼 샤오는 두 팔을 벌리며 천천히 일어나 똑바로 서더니 이번에는 오른손으로 자기 가슴팍을 가리켰다.
“아니면 여기도 괜찮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그제야 알아차렸다. 리리의 얼굴이 일순간 하얘졌고, 나도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으며, 다른 사람들은 모두가 얼이 빠진 것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나무그늘이 아니라 볕이 드는 곳이었으면 따뜻하기라도 했을 것이라고 느꼈다. 리리가 입을 뗐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서야 말을 했다.
“샤오 아저씨, 농담하지 마시구요.”
부스럼 샤오는 오른손을 내렸다.
“나는 농담 같은 거 안 해.”
리리가 말했다.
“그럼 대체 어디를 베라는 말씀인 거죠?”
부스럼 샤오는 다시 한 번 오른손으로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학생, 내가 아까 말했잖나. 바로 여기.”
리리는 살짝 짜증이 났지만, 잠시 생각을 한 다음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나무는 베면 안 된다는 겁니까?”
부스럼 샤오는 그대로 손을 가슴에 댄 채 조용히 말했다.
“여기라면 베도 돼.”
리리는 정말로 짜증이 나서 버럭 소리쳤다.
“이 나무는 꼭 베야 한다구요! 자리도 이렇게 많이 차지하고 있잖아요. 이 정도 땅이면 얼마든지 쓸모 있는 나무들을 심을 수 있다구요!”
부스럼 샤오가 물었다.
“이 나무는 쓸모가 없나?”
리리가 대답했다.
“당연히 쓸모가 없죠. 이걸 가지고 뭘 하겠어요? 땔감으로 쓰겠어요, 의자나 탁자 같은 걸 만들겠어요, 아니면 집 짓는데 쓰겠어요? 별다른 경제적 가치가 없다구요.”
부스럼 샤오가 말했다.
“나는 쓸모가 있어 보이는데. 나는 못 배운 사람이라 그 쓸모라는 게 뭔지 말로 제대로 할 수는 없어. 그래도 이렇게까지 크게 자랐으니, 쉽게 된 것은 아니겠지. 이게 아이였다고 치면, 키운 사람들은 벨 생각을 못했을 거야.”
리리는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이런 나무는 누가 심은 게 아니잖아요. 이런 잡목이야 많고 많죠. 이런 잡목들만 없었어도 우리가 개간 사업을 벌써 끝내고도 남았을 겁니다. 흰 종이라야 새 그림을 그리든지 예쁜 그림을 그리든지 제대로 그릴 수가 있죠. 이런 잡목은 방해물일 뿐이어서 싹 베어버려야 한다구요. 이런 건 혁명이지, 무슨 애를 키우느니 하는 문제가 전혀 아니라고요!”
부스럼 샤오는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시선을 떨구며 말했다.
“자네들은 지금껏 그렇게나 많은 나무를 벨 수 있었고, 그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지.”
리리가 말했다.
“그럼 상관하지 마시라구요.”
부스럼 샤오는 여전히 시선을 떨군 채였다.
“그래도 이 나무만큼은 남겨둬야 해. 세상을 다 베어낸다 해도 한 그루는 남겨야 증명이 되지.”
리리가 물었다.
“뭘 증명하는데요?”
부스럼 샤오가 말했다.
“하늘이 하신 일을 증명하는 거지.”
[출전] 아청, 『나무왕』 중에서
토론하기
(1) 본문에서 나무는 리리와 부스럼 샤오에게 각각 어떤 의미를 갖는가?
(2) 여러분에게도 부스럼 샤오처럼 반드시 지키고 싶은 ‘나무’가 있는가? 만약 있다면, 그것은 왜 소중한가?
(3)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쓸모없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관심에서 밀려나거나 제거되는 것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해설읽기
부스럼 샤오가 나무를 베려고 하는 리리를 막아서서 자신을 대신 베라고 말하는 장면은 샤오와 나무 사이의 깊은 동일시를 보여준다. 그는 나무를 베는 것은 곧 자신을 베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혹은 차라리 자신이 나무를 대신해서 베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나무에 대한 샤오의 깊은 동질감 속에서 그가 가리키는 자신의 팔과 가슴은 곧 나무의 가지와 몸통, 궁극적으로는 나무의 생명과 같은 것이다.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름을 대신해 그를 가리키는데 사용하는 용어 “부스럼 샤오”는 그와 나무 사이의 이러한 정서적 동일시를 이미지의 차원에서 보충한다. “부스럼”에 해당하는 중국어 “거다(疙瘩)”는 종기, 뭉친 덩어리를 의미하는데, 이것은 나무의 울퉁불퉁한 옹이나 마디, 뒤엉킨 가지와 뿌리를 상기시킨다. “닮다”, “쇠약해지다”라는 뜻을 가진 그의 성 “샤오(肖)”는 둘 어느 것으로 해석하든 이 이야기에서 이름 주인의 운명과 관련된다. 샤오는 얽힌 외모뿐만 아니라, 과묵한 성격과 단단한 몸, 그리고 우직하게 오랫동안 산을 지켜온 그의 삶의 행적에 있어서도 나무를 닮았다. 이야기의 결말에서 나무가 베어지고 불태워지자 그도 함께 “쇠약해지고,” 얼마 가지 않아 죽어 화장된다. 본문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그의 아들 류자오(肖六爪)도 마찬가지로 나무와 인간 사이의 동일시를 상징하는 하나의 알레고리다. “여섯 손가락”을 의미하는 이 이름은 표면적으로 다지증(多指症)으로 태어난 그의 신체적 외형을 가리키지만,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나무의 가치와 뿌리를 연상시킨다. 즉, 샤오 부자는 나무의 인간적 화신이다.
리리는 자연적 생명력의 대척점에 서 있다. 마오쩌둥 정부의 방침에 따라 산림 개간에 앞장서는 이 “지식 청년”은 샤오와 달리 모든 나무를 ‘쓸모’의 기준에 따라 판단한다. 그가 지금 베려는 산꼭대기의 큰 나무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아무런 “경제적 가치”가 없을 뿐 아니라, 그 크기 때문에 다른 “쓸모 있는” 나무들을 심을 수 있는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있다. 리리가 가진 이러한 관점은 부스럼 샤오와 마찬가지로 그의 이름에 들어 있는 알레고리를 설명한다. 중국에서 매우 흔한 성씨인 “리(李)”는 글자 모양에 있어서 각각 “나무”와 “아들”을 뜻하는 한자 목(木)과 자(子)가 결합된 형태이고, 그의 이름 “리(立)”는 사람이 곧게 서 있는 모습을 뜻한다. 이 성과 이름을 맞추면 본문에 나오는 그의 역할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그는 나무 앞에, 혹은 더 구체적으로, 나무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결국 그 나무와 함께 묻힐 남자 앞에 서 있다. 더욱이 그의 성과 이름의 동일한 중국어 발음 “리”는 같은 소리를 갖는 다른 단어 “리(利)”를 연상시킨다. “날카롭다”, “이롭다”는 뜻을 가진 이 한자는, 날 선 칼을 들고 나무 앞에 서서 ‘이로움’이라는 기준에 따라 그 가치를 판단하는 리리의 태도와 맞물린다.
리리가 산꼭대기의 큰 나무를 베려는 것은 단순히 산림 개간이라는 실용적인 목적 때문만이 아니다. 본문에서 그가 “흰 종이라야 새로운 그림이든지 예쁜 그림이든지 제대로 그릴 수가 있죠.”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드러나듯, 산림 개간은 새로운 사회 질서를 구축하려는 중국공산당의 혁명 기획과 연결되어 있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리리와 같은 도시 청년들이 농촌으로 보내질 때, 이들은 농민들과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민중을 통한 혁명의 가치를 깨닫고, 동시에 그들이 도시에서 배운 혁명 사상을 농민들에게 교육시키는 사명을 부여받았다. 소설의 앞부분에서 리리는 마을 사람들이 이 나무를 하나의 정령으로 여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때부터 나무가 마을 사람들의 미신적 사고를 부추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 그 나무를 쓰러뜨림으로써 사람들의 전통적인 세계관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문에서 리리가 나무를 “방해물”이라고 말할 때, 이는 단순히 나무가 물리적으로 개간을 방해한다는 의미 이상으로, 그가 나무를 공산당 정부가 주장하는 ‘역사의 진보’를 가로막는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리리가 이런 나무를 “싹 베어버려야 한다”고 단호히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부스럼 샤오의 관점에서 나무는 단순히 미신적 숭배의 대상만은 아니다. 나무를 “아이”이자 하늘을 “증명”하는 존재로 여기는 샤오에게 그것은 리리가 말하는 경제적 유용성과 비교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예컨대 나무는 기억이자 생명이며, 역사다. 나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생명이면서, 그것을 둘러싼 다른 생명들—인간, 마을 공동체, 마을의 자연 환경—에 대한 기록이고, 또 무엇보다 인간과 자연이 공유하는 하나의 역사 안에서 그들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이다. 리리와 청년들이 나무를 베고 불태울 때, 사라지는 것은 나무만이 아니라 이 모든 가치들이다. 결국 나무를 지키려 했지만 나무와 함께 죽어간 부스럼 샤오는 ‘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된 것과, 그 역사적 폭력에 맞서 자신들의 고유한 가치와 세계를 지키려고 했던 모든 사람들을 대표한다.
키워드
문화대혁명, 사상의 폭력, 생명, 자연, 전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