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사람은 어리석은 동물이기 때문에 갓 태어날 때는 지식이 없다. 그러므로 지식을 가르쳐야 하며,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근대식 학교 제도가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윤리와 전문 지식을 가르친다. 국가에는 형벌 제도도 있지만, 이를 통해 인민을 다스리기보다는 교육을 통해 그들 스스로 선악을 판별하고 악을 지양하는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그들이 교육 과정을 거쳐 바람직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한다면 사회를 혼란하게 만드는 흉포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인민은 윤리적 앎을 통해 심신을 수양하여 국가를 위해 공헌하는 지식인이 될 수 있고, 전문 지식의 이해를 통해 기예와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이런 지식을 알지 못하면, 이는 개인에게 해가 될 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해가 된다. 배우지 못한 자들은 무지한 까닭에 새롭게 발명된 과학기술이나 서양 의학을 적대시하여 이를 공격한다.
또한 시대는 급변하고 있고 새로운 직업이 창출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무지한 자들은 시대에 뒤처질 수밖에 없고 제대로 된 직업을 얻지 못하여 궁핍해진다. 이들이 교육을 통해 어리석음을 탈피할 수 있다면 자신의 생계도 풍족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라도 부유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국가는 인민으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근대식 학교를 세우고 교사를 양성하여 부귀나 빈천과 상관없이 학생을 길러야 공공의 이익을 성취하고 나라는 번영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전본문
궁핍한 인민의 구제를 위해 돈과 재물을 많이 쓰는 것도 그 원인을 찾으면 일반 백성이 무식하고 무지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지식이 없으면 반드시 멀리 생각할 수 없고, 멀리 생각할 수 없으면 눈앞의 욕망을 좇아 악행을 저지르지 않을 수 없다. 양생하는 법을 모르고 아껴 쓰는 뜻을 모르며, 사람과 사귀는 도를 모르고 예의염치와 재예공교(才藝工巧)를 몰라 인간사회의 풍속을 어지럽힌다…
북아메리카 주(州)에 사는 적인(赤人)은 대대로 나태한 종족인데 학습하는 습성과 역량이 다 사라졌다. 이런 까닭에 합중국의 백인이 학교를 세워 교화하는 방도를 성대하게 갖추고 (그들에게) 농사짓는 법과 제조하는 기술을 부지런히 가르쳤으나 그 일을 성취한 자가 매우 드물었다. (그들은) 교사의 계도와 과목의 연구를 싫어하여 엽총 한 자루 들고 산림으로 돌아다니기만 하니, 평생 가난한 노고를 벗어나지 못했다. 아아, 교육이 서지 않은 폐해가 이처럼 심하다…
이상의 논의에서 보건대 교육하는 큰 법은 명목을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도덕교육이고 둘째는 재예(才藝) 교육이며, 셋째는 공업(工業) 교육이다. 도덕은 사람의 마음을 계도하여 인륜의 기강을 세우고 언행의 절조를 조심하게 하며 인간사회의 사귐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이므로, 그 교육이 없을 수 없다. 재예는 사람의 지혜를 양성하여 사물의 원인에 통달하고 본말의 효용을 헤아려 인간사회의 지식을 관장하는 것이므로, 그 교육이 없을 수 없다. 공업은 갖은 심력과 노고를 기울여 제조하고 운용하는 일에 관계되어 인간사회의 생계를 이루는 것이므로, 그 교육 또한 없어서는 안 된다. 이를 일러 교육의 세 대강(大綱)이라고 한다. 그것은 실로 정덕(正德)과 이용(利用), 후생(厚生)의 큰 취지이니, 국가의 빈부와 강약, 치란, 존망은 인민 교육의 고하(高下)와 유무(有無)에 달린 것이다.
[출전] 유길준, 『서유견준』, 「제3편 제2절 인민의 교육」
토론하기
(1) 유길준은 무지를 빈곤의 원인이라고 보았고, 도덕과 기예, 기술 교육을 통해 개인과 국가의 부를 증대하여 조선을 강국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교육이 경제적 불평등과 빈곤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토론해 보자.
(2)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예시에서 드러나듯, 유길준은 그들이 백인의 교육을 거부하는 것을 나태로 규정하며 서구 문명의 강제적 교화를 긍정하고 정당화한다. 인종과 문명의 우열을 전제로 서구가 주도하는 교육이 진정한 교육인지, 아니면 문화적 폭력인지 토론해 보자.
(3) 유길준은 기술과 지식보다 도덕이 선행한다는 유교의 전통 교육을 중시한다. 산업화와 근대화의 초석을 기술이 아닌 ‘도덕적 인간형’에서 우선적으로 찾는 것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관점인지 논의해 보자.
해설읽기
유길준은 당시에 동아시아 사회를 강타하던 계몽주의와 사회진화론의 영향을 받아 조선이 주권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인민의 계몽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가 볼 때 계몽의 핵심은 서양식 근대 교육이었다. 근대 교육은 인민의 무지를 각성시켜 그들을 사회 공익에 복무하는 인간형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일반 백성을 무지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면 세금을 거두어 학교를 세우고 기자제를 마련하며 교사를 양성해야 한다. 교육의 핵심은 도덕성의 강화와 서양 지식의 습득이다. 그들이 이를 배우고 실천하지 못하면 예의염치를 모르고 원리와 기술도 모르는 무능한 인간이 된다.
북아메리카의 원주민도 미국의 백인들이 교육 제도를 운영하여 교화하려 했지만 그들은 나태하여 이를 거부했고, 결국 궁핍한 생활을 벗어나지 못했다. 조선인도 서양 백인의 문명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저들처럼 궁핍한 생활을 벗어날 수 없다.
유길준은 조선이 가난을 탈피하려면 서구열강의 지식을 적극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그는 유교 전통의 자기장에 있었고, 도덕을 진보하는 문명국의 초석으로 삼았다. 그는 인륜을 중시하는 도덕교육의 토대 위에 자연과 사회가 운용되는 법칙을 이해하는 재예(才藝) 교육과 인간 생계를 위해 제조 기술을 익히는 공업(工業) 교육이 바로 서야 조선의 인민도 가난에서 벗어나 공익에 이바지하고 나라도 부유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앎에 대한 그의 이러한 태도는 전통적 의미의 앎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지식을 적극 수용하는 입장을 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키워드
계몽, 근대 교육, 기술, 도덕, 문명, 서유견문, 유길준
전후맥락
사람은 어리석은 동물이기 때문에 갓 태어날 때는 지식이 없다. 그러므로 지식을 가르쳐야 하며,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근대식 학교 제도가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윤리와 전문 지식을 가르친다. 국가에는 형벌 제도도 있지만, 이를 통해 인민을 다스리기보다는 교육을 통해 그들 스스로 선악을 판별하고 악을 지양하는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그들이 교육 과정을 거쳐 바람직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한다면 사회를 혼란하게 만드는 흉포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인민은 윤리적 앎을 통해 심신을 수양하여 국가를 위해 공헌하는 지식인이 될 수 있고, 전문 지식의 이해를 통해 기예와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이런 지식을 알지 못하면, 이는 개인에게 해가 될 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해가 된다. 배우지 못한 자들은 무지한 까닭에 새롭게 발명된 과학기술이나 서양 의학을 적대시하여 이를 공격한다.
또한 시대는 급변하고 있고 새로운 직업이 창출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무지한 자들은 시대에 뒤처질 수밖에 없고 제대로 된 직업을 얻지 못하여 궁핍해진다. 이들이 교육을 통해 어리석음을 탈피할 수 있다면 자신의 생계도 풍족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라도 부유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국가는 인민으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근대식 학교를 세우고 교사를 양성하여 부귀나 빈천과 상관없이 학생을 길러야 공공의 이익을 성취하고 나라는 번영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전본문
궁핍한 인민의 구제를 위해 돈과 재물을 많이 쓰는 것도 그 원인을 찾으면 일반 백성이 무식하고 무지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지식이 없으면 반드시 멀리 생각할 수 없고, 멀리 생각할 수 없으면 눈앞의 욕망을 좇아 악행을 저지르지 않을 수 없다. 양생하는 법을 모르고 아껴 쓰는 뜻을 모르며, 사람과 사귀는 도를 모르고 예의염치와 재예공교(才藝工巧)를 몰라 인간사회의 풍속을 어지럽힌다…
북아메리카 주(州)에 사는 적인(赤人)은 대대로 나태한 종족인데 학습하는 습성과 역량이 다 사라졌다. 이런 까닭에 합중국의 백인이 학교를 세워 교화하는 방도를 성대하게 갖추고 (그들에게) 농사짓는 법과 제조하는 기술을 부지런히 가르쳤으나 그 일을 성취한 자가 매우 드물었다. (그들은) 교사의 계도와 과목의 연구를 싫어하여 엽총 한 자루 들고 산림으로 돌아다니기만 하니, 평생 가난한 노고를 벗어나지 못했다. 아아, 교육이 서지 않은 폐해가 이처럼 심하다…
이상의 논의에서 보건대 교육하는 큰 법은 명목을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도덕교육이고 둘째는 재예(才藝) 교육이며, 셋째는 공업(工業) 교육이다. 도덕은 사람의 마음을 계도하여 인륜의 기강을 세우고 언행의 절조를 조심하게 하며 인간사회의 사귐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이므로, 그 교육이 없을 수 없다. 재예는 사람의 지혜를 양성하여 사물의 원인에 통달하고 본말의 효용을 헤아려 인간사회의 지식을 관장하는 것이므로, 그 교육이 없을 수 없다. 공업은 갖은 심력과 노고를 기울여 제조하고 운용하는 일에 관계되어 인간사회의 생계를 이루는 것이므로, 그 교육 또한 없어서는 안 된다. 이를 일러 교육의 세 대강(大綱)이라고 한다. 그것은 실로 정덕(正德)과 이용(利用), 후생(厚生)의 큰 취지이니, 국가의 빈부와 강약, 치란, 존망은 인민 교육의 고하(高下)와 유무(有無)에 달린 것이다.
[출전] 유길준, 『서유견준』, 「제3편 제2절 인민의 교육」
토론하기
(1) 유길준은 무지를 빈곤의 원인이라고 보았고, 도덕과 기예, 기술 교육을 통해 개인과 국가의 부를 증대하여 조선을 강국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교육이 경제적 불평등과 빈곤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토론해 보자.
(2)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예시에서 드러나듯, 유길준은 그들이 백인의 교육을 거부하는 것을 나태로 규정하며 서구 문명의 강제적 교화를 긍정하고 정당화한다. 인종과 문명의 우열을 전제로 서구가 주도하는 교육이 진정한 교육인지, 아니면 문화적 폭력인지 토론해 보자.
(3) 유길준은 기술과 지식보다 도덕이 선행한다는 유교의 전통 교육을 중시한다. 산업화와 근대화의 초석을 기술이 아닌 ‘도덕적 인간형’에서 우선적으로 찾는 것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관점인지 논의해 보자.
해설읽기
유길준은 당시에 동아시아 사회를 강타하던 계몽주의와 사회진화론의 영향을 받아 조선이 주권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인민의 계몽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가 볼 때 계몽의 핵심은 서양식 근대 교육이었다. 근대 교육은 인민의 무지를 각성시켜 그들을 사회 공익에 복무하는 인간형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일반 백성을 무지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면 세금을 거두어 학교를 세우고 기자제를 마련하며 교사를 양성해야 한다. 교육의 핵심은 도덕성의 강화와 서양 지식의 습득이다. 그들이 이를 배우고 실천하지 못하면 예의염치를 모르고 원리와 기술도 모르는 무능한 인간이 된다.
북아메리카의 원주민도 미국의 백인들이 교육 제도를 운영하여 교화하려 했지만 그들은 나태하여 이를 거부했고, 결국 궁핍한 생활을 벗어나지 못했다. 조선인도 서양 백인의 문명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저들처럼 궁핍한 생활을 벗어날 수 없다.
유길준은 조선이 가난을 탈피하려면 서구열강의 지식을 적극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그는 유교 전통의 자기장에 있었고, 도덕을 진보하는 문명국의 초석으로 삼았다. 그는 인륜을 중시하는 도덕교육의 토대 위에 자연과 사회가 운용되는 법칙을 이해하는 재예(才藝) 교육과 인간 생계를 위해 제조 기술을 익히는 공업(工業) 교육이 바로 서야 조선의 인민도 가난에서 벗어나 공익에 이바지하고 나라도 부유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앎에 대한 그의 이러한 태도는 전통적 의미의 앎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지식을 적극 수용하는 입장을 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키워드
계몽, 근대 교육, 기술, 도덕, 문명, 서유견문, 유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