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화가 바질 홀워드는 아름다운 청년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를 그린다. 홀워드의 친구 헨리 워튼 경은 아름다움이 최상의 가치이며, 인생의 목적은 쾌락이라 믿고 있는 탐미주의자이며 쾌락지상주의자이다. 그는 도리언에게 자신의 철학을 주입한다. 헨리의 탐미주의와 쾌락주의에 영향을 받은 도리언은 자신의 젊음과 아름다움이 시간이 지나면 시들어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슾러한다. 그는 완성된 초상화 속의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영원히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될 초상화와 현실의 자신의 처지가 뒤바뀌기를 소망한다. 그림 속 자신이 대신 나이를 먹고 현실의 자신은 영원히 젊고 아름답기를 기원하며 그 대가로 영혼이라도 팔겠다고 선언한다. 마법처럼 그 소원이 이루어져, 도리언은 외적으로는 항상 젊고 아름다움을 간직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타락하고 부패해 간다.
도리언은 아름다운 여배우 시빌 베인과 사랑을 하지만, 시빌이 도리언에게 정신이 팔려 무대를 망치자 실망하고 그녀를 저버린다. 절망한 시빌은 자살하고, 그녀의 죽음은 도리언의 도덕적 타락을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도리언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헨리의 철학에 따라 쾌락을 추구하며 도덕적 타락을 거듭한다. 도리언의 외모는 변함없이 아름답지만, 그가 도덕적으로 타락할수록 그의 초상화는 점점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이 모든 것이 화가 바질 때문이라고 생각한 도리언은 바질마저 살해한다.
시빌의 동생 제임스 베인은 누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도리언에게 있다고 믿고 복수에 나선다. 도리언을 찾아 다니던 제임스는 마침내 그를 만나지만, 도리언의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외모에 시빌을 죽게한 남자와는 나이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를 놓아주고 만다. 나중에 진실을 알게된 제임스는 다시 도리언을 추적하지만, 오히려 도리언 때문에 죽게 된다.
마침내 도리언은 자신의 타락과 초상화의 끔찍한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양심의 가책에 시달린다. 그는 초상화를 찢어 없애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죽고 만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청년 도리언의 모습이 그려진 초상화 앞에, 늙고 추한 모습으로 죽어 있는 한 남자의 시신과 발견하게 된다.
고전본문
“얼마나 슬픈 일인가!” 도리언 그레이는 여전히 자신의 초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이렇게 중얼거렸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나는 점점 늙어가며 끔찍하고 흉측해지겠지. 하지만 이 그림은 항상 젊음을 간직하고 있을 테지. 아무리 세월이 흐른다고 해도 6월, 바로 오늘의 모습 그대로 말이야… 정반대라면 좋으련만! 내가 항상 젊음을 간직하고, 이 그림이 나 대신 점점 늙어간다면 좋으련만! 그렇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난 무엇이든 바칠 텐데!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이 세상에서 뭔들 바치지 못할까! 내 영혼이라도 바칠 거야!”
“바질, 자네는 이런 식의 계약은 좋아하지 않겠지,” 홀워드가 말했다.
순간 도리언 그레이가 고개를 돌려 홀워드를 바라보았다. “바질, 난 당신이 그럴 거라 생각했어요. 당신은 친구보다 자신의 그림을 더 좋아하죠. 난 당신에게 푸른색 청동 조각상에 지나지 않아요. 아니, 그만도 못할 거예요.”
화가는 깜짝 놀라 도리언을 쳐다보았다. 그런 말을 하다니, 평소 도리언답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도리언은 몹시 화가 난 듯 했다. 얼굴은 붉게 상기되고 두 뺨은 마치 불타는듯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래요.” 도리언이 말을 이었다. “난 당신에게 상아로 만든 헤르메스나 은으로 된 파우누스(고대 로마의 신으로 남자의 얼굴에 염소의 다리와 뿔이 달려있다)보다도 못해요. 당신은 항상 그런 예술 작품들이나 좋아하겠지요. 하지만 언제까지 날 좋아해 줄까요? 그저 주름살이 생기기 전까지 만이겠지요. 이제 알겠어요. 미모란 것이 뭐든 간에 사람이 그것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을요. 당신의 그림이 내게 그 사실을 가르쳐주었어요. 헨리 워튼 경의 말이 전적으로 옳아요. 오직 젊음만이 간직할 가치가 있는 거예요. 내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난 스스로 목숨을 끊을 거예요.”
홀워드는 얼굴이 파랗게 질리더니 도리언의 손을 잡았다. “도리언! 도리어!” 그가 외쳤다. “그런 말 하지 말게. 내게 자네만 한 친구는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네. 자네, 물건 따위에 질투하는 것 아니겠지, 그렇지? 자넨 이 세상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멋진 친구라네!”
“난 아름다움이 시들지 않는 모든 것을 질투해요. 당신이 그린 내 초상화에도 질투가 나요. 나는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을 이 초상화는 어떻게 계속 간직하고 있는 거죠? 시간이 흐르는 매 순간마다 나는 가진 걸 잃어가겠지만, 이 그림은 새로운 것을 계속 얻겠지요. 아! 정반대라면 좋으련만! 만일 이 그림이 변해가고 나는 항상 지금 모습 그대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왜 초상화를 그렸나요? 언젠가는 이 초상화가 나를 조롱할 거예요… 지독하게 나를 조롱할 거라고요. 그의 두 눈에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 그는 화가의 손을 뿌리치고 소파 위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기도라도 하는 듯이 쿠션에 얼굴을 묻었다.
“해리, 이건 모두 자네 탓이야.” 화가가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헨리 경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것이 도리언 그레이의 참모습이야… 그뿐이라네.”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더라도, 그 일과 내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내가 부탁했을 때 자넨 갔어야 했어.” 화가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가 부탁해서 남은 거잖아.” 헨리 경이 대답했다.
“해리, 난 가장 친한 두 친구와 동시에 싸울 수 없네. 하지만 자네들 두 사람 때문에 난 지금까지 완성한 작품들 가운데 가장 훌륭한 작품을 증오할 수밖에 없게 되었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 그림을 없애버려야겠어. 그저 캔버스와 물감일 뿐이잖아? 이 그림이 우리 세 사람의 인생에 끼어들어 우리 인생을 망치게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을 거야.”
홀워드가 긴 커튼이 드리워진 창문 아래에 놓여 있는 전나무 화구탁자로 다가가자, 도리언 그레이는 쿠션에서 금발머리를 들어올리며 창백한 얼굴에 눈물로 얼룩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저기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홀워드는 손가락으로 어지럽게 널려 있는 주석 튜브들과 마른 붓들 사이를 헤집으며 뭔가를 찾고 있었아. 그렇다. 그가 찾고 있는 것은 유연한 강철 재질에 얇은 칼날을 가진 긴 팔레트 나이프였다. 마침내 홀워드는 그것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제 막 캔버스를 찢으려 했다.
흐느껴 울던 젊은이는 울음을 억누르고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홀워드에게 달려가 그의 손에서 나이프를 얼른 잡아채서 화실의 구석으로 내던졌다. “바질, 그러지 말아요, 그러지 말아요!” 그가 소리쳤다. “그건 살인이예요!”
토론하기
(1) 도리언 그레이는 초상화 속 자신의 모습에 박제된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현실에서 갖기 위해 영혼도 팔겠다고 선언한다. 젊음과 아름다움이 다른 무엇보다 귀중할까? 오늘날 의학의 발달로 성형과 시술에 의존해 외적인 아름다움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중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자.
(2) 원칙직으로 인간 도리언 그레이는 세월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늙어가겠지만, 그림 속 아름다운 청년은 그 순간의 모습 그대로 영원히 박제되어 남을 것이다. 도리언 그레이는 이 관계를 역전시키기를 원한다. 삶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세월에 시달리는 삶을 갖도록 말이다. 만일 인간의 삶이 도리언이 소망하는 것처럼 영원히 박제된 상태로 유지된다면, 과연 행복할까?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어떨지 이야기를 나눠 보자.
해설읽기
질문 1: 젊음과 아름다움의 가치와 현대 사회의 외모 추구 문제
도리언 그레이는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팔겠다고 선언한다. 이는 젊음과 아름다움이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믿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성형과 시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외모 중시 현상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째, 사회적 압력: 현대 사회에서는 외모가 성공, 인기, 행복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미디어와 광고는 아름다운 외모를 이상화하며, 사람들은 이러한 이상에 부응하기 위해 외모를 가꾸고자 한다. 둘째, 자아존중감: 아름다운 외모는 개인의 자아존중감과 자신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람들은 외모를 가꾸며 자신을 더 사랑하고 자존감을 높이고자 한다. 셋째, 경쟁력: 직장, 사회적 관계, 연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외모는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들은 또래 집단에서의 인정을 위해 외모에 신경 쓰게 된다. 또한 아름다운 외모는 종종 건강하고 젊음을 상징한다. 사람들은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젊음을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도리언 그레이의 선택은 극단적이지만 현대 사회의 외모 집착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질문 2: 예술과 삶의 관계와 인간의 행복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이 늙지 않고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는 대신, 초상화가 대신 세월의 흔적을 받아들이길 원한다. 만약 인간의 삶이 영원히 박제된 상태로 유지된다면, 과연 행복할까? 인간의 삶은 변화와 성장을 통해 의미를 찾는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계속된다면, 삶은 단조롭고 지루해질 수 있다. 변화가 없으면 발전도 없고, 도전도 없으며, 성취감도 느끼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이가 들며 겪는 경험과 도전은 사람을 성숙하게 하고 지혜롭게 해준다. 도리언이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면서 겪는 도덕적 타락은 자연스런 노화과정과 더불어 얻을 수 있는 성숙과 지혜가 결여된 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예술처럼 박제된 삶은 성숙할 기회를 박탈당한 삶일 수 있다. 삶의 의미는 유한성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유한한 시간 안에서 의미 있는 것을 추구하고 성취하는 것이 삶의 가치를 높여 준다. 영원히 계속되는 삶에서 우리는 어떤 목표와 동기를 갖을 수 있을까? 매일매일이 휴일이고 방학이라면 열심히 일하고 공부한 후에 주어지는 휴식의 달콤함과 감사함을 느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세월에 따라 변화하고 성장한다. 영원히 젊은 도리언은 주변 사람들이 늙어가는 것을 보면서 고립감을 느끼고, 진정한 관계를 맺기 어려워진다. 이렇게 고립된 삶은 행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도리언 그레이의 소망처럼 영원히 박제된 상태로 유지되는 삶은 행복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변화와 성장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요소이며, 삶의 유한성은 오히려 그 의미와 가치를 더해 주기 때문이다.
키워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아름다움, 예술, 오스카 와일드, 인생, 젊음, 쾌락주의, 탐미주의, 파우스트적 계약
전후맥락
화가 바질 홀워드는 아름다운 청년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를 그린다. 홀워드의 친구 헨리 워튼 경은 아름다움이 최상의 가치이며, 인생의 목적은 쾌락이라 믿고 있는 탐미주의자이며 쾌락지상주의자이다. 그는 도리언에게 자신의 철학을 주입한다. 헨리의 탐미주의와 쾌락주의에 영향을 받은 도리언은 자신의 젊음과 아름다움이 시간이 지나면 시들어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슾러한다. 그는 완성된 초상화 속의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영원히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될 초상화와 현실의 자신의 처지가 뒤바뀌기를 소망한다. 그림 속 자신이 대신 나이를 먹고 현실의 자신은 영원히 젊고 아름답기를 기원하며 그 대가로 영혼이라도 팔겠다고 선언한다. 마법처럼 그 소원이 이루어져, 도리언은 외적으로는 항상 젊고 아름다움을 간직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타락하고 부패해 간다.
도리언은 아름다운 여배우 시빌 베인과 사랑을 하지만, 시빌이 도리언에게 정신이 팔려 무대를 망치자 실망하고 그녀를 저버린다. 절망한 시빌은 자살하고, 그녀의 죽음은 도리언의 도덕적 타락을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도리언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헨리의 철학에 따라 쾌락을 추구하며 도덕적 타락을 거듭한다. 도리언의 외모는 변함없이 아름답지만, 그가 도덕적으로 타락할수록 그의 초상화는 점점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이 모든 것이 화가 바질 때문이라고 생각한 도리언은 바질마저 살해한다.
시빌의 동생 제임스 베인은 누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도리언에게 있다고 믿고 복수에 나선다. 도리언을 찾아 다니던 제임스는 마침내 그를 만나지만, 도리언의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외모에 시빌을 죽게한 남자와는 나이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를 놓아주고 만다. 나중에 진실을 알게된 제임스는 다시 도리언을 추적하지만, 오히려 도리언 때문에 죽게 된다.
마침내 도리언은 자신의 타락과 초상화의 끔찍한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양심의 가책에 시달린다. 그는 초상화를 찢어 없애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죽고 만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청년 도리언의 모습이 그려진 초상화 앞에, 늙고 추한 모습으로 죽어 있는 한 남자의 시신과 발견하게 된다.
고전본문
“얼마나 슬픈 일인가!” 도리언 그레이는 여전히 자신의 초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이렇게 중얼거렸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나는 점점 늙어가며 끔찍하고 흉측해지겠지. 하지만 이 그림은 항상 젊음을 간직하고 있을 테지. 아무리 세월이 흐른다고 해도 6월, 바로 오늘의 모습 그대로 말이야… 정반대라면 좋으련만! 내가 항상 젊음을 간직하고, 이 그림이 나 대신 점점 늙어간다면 좋으련만! 그렇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난 무엇이든 바칠 텐데!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이 세상에서 뭔들 바치지 못할까! 내 영혼이라도 바칠 거야!”
“바질, 자네는 이런 식의 계약은 좋아하지 않겠지,” 홀워드가 말했다.
순간 도리언 그레이가 고개를 돌려 홀워드를 바라보았다. “바질, 난 당신이 그럴 거라 생각했어요. 당신은 친구보다 자신의 그림을 더 좋아하죠. 난 당신에게 푸른색 청동 조각상에 지나지 않아요. 아니, 그만도 못할 거예요.”
화가는 깜짝 놀라 도리언을 쳐다보았다. 그런 말을 하다니, 평소 도리언답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도리언은 몹시 화가 난 듯 했다. 얼굴은 붉게 상기되고 두 뺨은 마치 불타는듯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래요.” 도리언이 말을 이었다. “난 당신에게 상아로 만든 헤르메스나 은으로 된 파우누스(고대 로마의 신으로 남자의 얼굴에 염소의 다리와 뿔이 달려있다)보다도 못해요. 당신은 항상 그런 예술 작품들이나 좋아하겠지요. 하지만 언제까지 날 좋아해 줄까요? 그저 주름살이 생기기 전까지 만이겠지요. 이제 알겠어요. 미모란 것이 뭐든 간에 사람이 그것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을요. 당신의 그림이 내게 그 사실을 가르쳐주었어요. 헨리 워튼 경의 말이 전적으로 옳아요. 오직 젊음만이 간직할 가치가 있는 거예요. 내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난 스스로 목숨을 끊을 거예요.”
홀워드는 얼굴이 파랗게 질리더니 도리언의 손을 잡았다. “도리언! 도리어!” 그가 외쳤다. “그런 말 하지 말게. 내게 자네만 한 친구는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네. 자네, 물건 따위에 질투하는 것 아니겠지, 그렇지? 자넨 이 세상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멋진 친구라네!”
“난 아름다움이 시들지 않는 모든 것을 질투해요. 당신이 그린 내 초상화에도 질투가 나요. 나는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을 이 초상화는 어떻게 계속 간직하고 있는 거죠? 시간이 흐르는 매 순간마다 나는 가진 걸 잃어가겠지만, 이 그림은 새로운 것을 계속 얻겠지요. 아! 정반대라면 좋으련만! 만일 이 그림이 변해가고 나는 항상 지금 모습 그대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왜 초상화를 그렸나요? 언젠가는 이 초상화가 나를 조롱할 거예요… 지독하게 나를 조롱할 거라고요. 그의 두 눈에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 그는 화가의 손을 뿌리치고 소파 위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기도라도 하는 듯이 쿠션에 얼굴을 묻었다.
“해리, 이건 모두 자네 탓이야.” 화가가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헨리 경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것이 도리언 그레이의 참모습이야… 그뿐이라네.”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더라도, 그 일과 내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내가 부탁했을 때 자넨 갔어야 했어.” 화가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가 부탁해서 남은 거잖아.” 헨리 경이 대답했다.
“해리, 난 가장 친한 두 친구와 동시에 싸울 수 없네. 하지만 자네들 두 사람 때문에 난 지금까지 완성한 작품들 가운데 가장 훌륭한 작품을 증오할 수밖에 없게 되었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 그림을 없애버려야겠어. 그저 캔버스와 물감일 뿐이잖아? 이 그림이 우리 세 사람의 인생에 끼어들어 우리 인생을 망치게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을 거야.”
홀워드가 긴 커튼이 드리워진 창문 아래에 놓여 있는 전나무 화구탁자로 다가가자, 도리언 그레이는 쿠션에서 금발머리를 들어올리며 창백한 얼굴에 눈물로 얼룩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저기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홀워드는 손가락으로 어지럽게 널려 있는 주석 튜브들과 마른 붓들 사이를 헤집으며 뭔가를 찾고 있었아. 그렇다. 그가 찾고 있는 것은 유연한 강철 재질에 얇은 칼날을 가진 긴 팔레트 나이프였다. 마침내 홀워드는 그것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제 막 캔버스를 찢으려 했다.
흐느껴 울던 젊은이는 울음을 억누르고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홀워드에게 달려가 그의 손에서 나이프를 얼른 잡아채서 화실의 구석으로 내던졌다. “바질, 그러지 말아요, 그러지 말아요!” 그가 소리쳤다. “그건 살인이예요!”
토론하기
(1) 도리언 그레이는 초상화 속 자신의 모습에 박제된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현실에서 갖기 위해 영혼도 팔겠다고 선언한다. 젊음과 아름다움이 다른 무엇보다 귀중할까? 오늘날 의학의 발달로 성형과 시술에 의존해 외적인 아름다움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중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자.
(2) 원칙직으로 인간 도리언 그레이는 세월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늙어가겠지만, 그림 속 아름다운 청년은 그 순간의 모습 그대로 영원히 박제되어 남을 것이다. 도리언 그레이는 이 관계를 역전시키기를 원한다. 삶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세월에 시달리는 삶을 갖도록 말이다. 만일 인간의 삶이 도리언이 소망하는 것처럼 영원히 박제된 상태로 유지된다면, 과연 행복할까?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어떨지 이야기를 나눠 보자.
해설읽기
질문 1: 젊음과 아름다움의 가치와 현대 사회의 외모 추구 문제
도리언 그레이는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팔겠다고 선언한다. 이는 젊음과 아름다움이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믿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성형과 시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외모 중시 현상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째, 사회적 압력: 현대 사회에서는 외모가 성공, 인기, 행복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미디어와 광고는 아름다운 외모를 이상화하며, 사람들은 이러한 이상에 부응하기 위해 외모를 가꾸고자 한다. 둘째, 자아존중감: 아름다운 외모는 개인의 자아존중감과 자신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람들은 외모를 가꾸며 자신을 더 사랑하고 자존감을 높이고자 한다. 셋째, 경쟁력: 직장, 사회적 관계, 연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외모는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들은 또래 집단에서의 인정을 위해 외모에 신경 쓰게 된다. 또한 아름다운 외모는 종종 건강하고 젊음을 상징한다. 사람들은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젊음을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도리언 그레이의 선택은 극단적이지만 현대 사회의 외모 집착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질문 2: 예술과 삶의 관계와 인간의 행복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이 늙지 않고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는 대신, 초상화가 대신 세월의 흔적을 받아들이길 원한다. 만약 인간의 삶이 영원히 박제된 상태로 유지된다면, 과연 행복할까? 인간의 삶은 변화와 성장을 통해 의미를 찾는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계속된다면, 삶은 단조롭고 지루해질 수 있다. 변화가 없으면 발전도 없고, 도전도 없으며, 성취감도 느끼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이가 들며 겪는 경험과 도전은 사람을 성숙하게 하고 지혜롭게 해준다. 도리언이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면서 겪는 도덕적 타락은 자연스런 노화과정과 더불어 얻을 수 있는 성숙과 지혜가 결여된 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예술처럼 박제된 삶은 성숙할 기회를 박탈당한 삶일 수 있다. 삶의 의미는 유한성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유한한 시간 안에서 의미 있는 것을 추구하고 성취하는 것이 삶의 가치를 높여 준다. 영원히 계속되는 삶에서 우리는 어떤 목표와 동기를 갖을 수 있을까? 매일매일이 휴일이고 방학이라면 열심히 일하고 공부한 후에 주어지는 휴식의 달콤함과 감사함을 느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세월에 따라 변화하고 성장한다. 영원히 젊은 도리언은 주변 사람들이 늙어가는 것을 보면서 고립감을 느끼고, 진정한 관계를 맺기 어려워진다. 이렇게 고립된 삶은 행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도리언 그레이의 소망처럼 영원히 박제된 상태로 유지되는 삶은 행복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변화와 성장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요소이며, 삶의 유한성은 오히려 그 의미와 가치를 더해 주기 때문이다.
키워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아름다움, 예술, 오스카 와일드, 인생, 젊음, 쾌락주의, 탐미주의, 파우스트적 계약